저출산 "더 나아질 것 없는 미래" 전망 때문
전문가들, "투기심리 막아 집값 잡아야" 조언

한 병원의 신생아실 사진=연합뉴스
한 병원의 신생아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에 인구소멸 위기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합계출산율이 지난 2017년 1.05명에서 2018년 0.98명으로 하락한 이래 2021년에는 0.81까지 떨어졌다. 인구 자연감소도 지난 2월 기준 28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유삼현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둘째아 출산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데다 가임기 여성 인구 또한 줄어들고 있어 출산율이 반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인구가 너무 빠르게 감소하고 있어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저출산이 발생하는 원인은 청년층의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이를 낳아서 키울 집을 마련하기도 어렵고, 양육하는 동안 맞벌이 등을 유지하기도 어려우며 고가의 사교육비를 쏟아부어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회 현상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청년들이 자녀 출산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저출산의 다양한 원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싣는 순서 ① 부동산 ② 교육 ③출산·육아정책

저출산사회에서 보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토론회가 지난 해 6월2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사진=김주현 기자
저출산사회에서 보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토론회가 지난 해 6월2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사진=김주현 기자

전문가들 사이에서 저출산 문제는 부동산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풀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살인적 집값 상승·부동산 투기 논란 등이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전·월세에서 자가로 이동하는 주거사다리도 무너지고 있다.

청년들이 내집 마련은 꿈도 못 꾸는 상황에서 아이 낳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6년 발표한 ‘주택가격과 출산의 시기와 수준’ 연구에 따르면 ‘2009~2013년 국내 16개 시도 주택가격과 출산율을 분석한 결과 주거에 들어가는 비용이 높아지면 출산율이 낮아지는 반비례 관계가 뚜렷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즉 주택매매가격이 높을수록 출산과 양육에 대한 부담이 증가해 자연히 결혼과 출산을 연기하게 되고, 이는 초산 연령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투기 심리 근절 통해 집값 잡아야 

지난 12일 지방선거주거권네트워크가 서울시청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박영신 기자
지난 12일 지방선거주거권네트워크가 서울시청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박영신 기자

우선 전문가들은 부동산 문제 중 집값하락 대책이 가장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국장은 “소득이 늘지 않는 저성장 시대에 월세·대출금 등 주거비 부담이 커질수록 청년들은 결혼·출산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울시가 최근 '서울시 1인가구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1인가구의 월평균 소득(219만원) 중 주거비 부담은 30.9%였으며, 다인가구도 소득(305만원) 대비 14.1%로,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달 정책국장은 “서울시도 주택보급율이 95%에 달한다. 공급이 부족해서 집을 못 사는 게 아니다”며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집값을 잡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주택공급은 역대 최고였지만 집값을 들썩이게 하는 공급정책으로 일관했다는 평가가 있다"며 "집값을 들썩이게 하는 공급이 아니라 끌어내리는 공급을 위해 획기적으로 저렴한 주택이 제공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정책국장은 “집값이 2~3배 오른 점을 감안하면 시세의 70~80%를 넘어서 반의반 가격의 주택이 공급돼야 한다”며 “그래야 서민들이 대출받아서 3~4억원대 집을 매매할 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렴한 공공주택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 주택가격의 원가 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집값을 하락시키기 위해선 투기 위주의 부동산 시장 개선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지난 5년간 무엇이 집값 상승을 부추겼느냐에 대해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진단해 그에 따른 대책 마련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는 연간 250만호 공급과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세 부담 완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 규제 완화, 분양가상한제·재건축 부담금 등 재개발·건축 규제 완화 등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를 기조로 하는 부동산 정책이 제시된 바 있다.

임 교수는 “세금 깎아주고 대출 완화해 주는 등 규제 완화 정책으로 일관해선 투기 심리와 집값 상승을 더 부추길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 심기가 기승을 부리는 시장에서 건전한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더욱 촘촘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며 “주택 실수요자가 첫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대출을 확대하고 세금을 감면해 줄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공공임대주택 시장 만으론 임차가구 전부를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건전한 민간임대시장 조성도 필요하다”며 “임차인이 살고 있는 기간 동안 다주택자의 보유세 등 세금을 깎아주고 대신 시세 차익은 임대와 관계가 없으므로 세금을 인하해 주면 안 된다”고 제시했다.

세입자가 20년 이상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장기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12일 출범한 지방선거주거권네트워크는 “높은 임대료와 불안정한 주거기간 등 민간임대시장의 문제점을 쉽게 개선하기 어렵다면 장기로 저렴하게 임대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대의무기간이 20년 이상인 장기공공임대주택의 재고량은 2020년 기준 119만2074호로 전체 주택의 5.5%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공급목표는 연간 10만호로 지난 문재인 정부의 13만호보다 더 후퇴한 수준이다.

지선주거넷은 “장기공공임대주택을 중심으로 공공임대주택 공급목표를 크게 상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주거복지시스템 구축해야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사진=김주현 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사진=김주현 기자

한편 생애주기별 부동산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현재 주거정책은 청년·신혼부부·중장년·고령 등에 대해 각각 따로 주거지원이 이루어지는 공급자 중심 프로그램으로 설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20·30대에 원룸·오피스텔 등에서 월세로 살다가 신혼부부가 되면 출산해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방 2개 이상의 집이 필요하다"며 "노년이 되면 월세 부담이 적은 주거로 이동하는게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생애주기에 맞춰 적절한 주거로 이동할 수 있도록 연계해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각 생애주기별로 주거 마련에 필요한 보증금 지원정책이나 금융·세금 정책 등을 촘촘하게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임대주택은 자녀를 키우기에 부적절할 정도로 집 규모가 작은 경우가 많다”면서 “집 크기를 크게 지어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사경제신문=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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