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인구 정점 찍고 2070년에는 3천700만 명 대로 감소
기혼여성 출산율 하락으로 생산인구는 줄고 기대수명은 늘어

우리나라의 인구감소가 심각하다.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은 데드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심화하면서 이미 인구가 정점을 찍고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의 국내 유입이 급감한 여파도 작용하고 있다.

통계청의 인구총조사에 따른 ‘장래인구추계(2020~2070년)’를 보면 생산연령인구(15∼64세)의 비율이 급격하게 감소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인구절벽이 앞당겨져 2070년에는 현재보다 1천400만 명 이상 감소한 3천700만 명 대에 이를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상이다.

김수영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이 지난 연말 2020년부터 2070년까지 장래인구추계 작성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수영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이 지난 연말 2020년부터 2070년까지 장래인구추계 작성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구절벽 앞당기는 데드크로스 현상 심화

통계청 인구추계는 2020년 인구총조사 결과와 최근까지 인구변동요인(출생·사망·국제이동) 추이를 반영해 미래 인구변동요인을 가정해 향후 50년(2020~2070년)간의 인구변화를 전망했다.

인구변동요인은 출생자에서 사망자를 뺀 국내 자연 증감분에 유학과 해외 근로 등 국내 거주 외국인의 동향까지 담았으며, 이미 우리나라의 인구가 정점을 기록한 후 지난해부터 감소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2020년에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서는(-3만3천 명) 데드크로스 현상이 처음 발생했으며, 지난해부터는 국내 거주 외국인까지 포함해도 감소했다. 그동안 통계청이 인구 정점을 2028년(5천194만 명)으로 전망했다는 점에서 얼마나 빨라진 예측인지 알 수 있다.

통계청은 향후 10년간은 인구가 연평균 6만 명 내외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는 자연감소는 이어지겠지만 그 규모가 크지 않고 국제이동이 많아 감소세가 둔하다.

그러나 비교적 완만하던 감소세가 2050년엔 4천736만 명, 2060년엔 4천262만 명, 2070년엔 3천766만 명으로 급감하는 것으로 전망했다. 즉 2020년 기준으로 보면 50년간 1천418만 명이나 줄어드는 것이다.

통계청은 합계출산율이 2024년 최저 수준인 0.70명까지 떨어진 후 2046년에는 1.21명까지 회복될 것이란 가정하에 이런 수치를 산출했다.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크게 앞지르면서 생산연령인구는 급감하게 된다.

기혼여성 출산 기피는 가치관 변화가 원인

기혼여성이 아기를 낳지 않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이 발간한 ‘통계 플러스-저출산 시대, 기혼여성 해석하기’를 보면 저출산의 원인으로 가임여성 인구의 감소, 비혼 증가, 기혼여성 출산율의 하락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최근 출생 코호트의 출산율 하락 현상은 결혼 기간이 짧아 출산하지 않았거나 불임 또는 자발적 무자녀인 경우라고 볼 수 있다며, 초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난임과 불임이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전체 기혼여성의 출산율은 2010년 96%에서 2020년 91.6%로 10년간 4.4%포인트 감소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기준으로 1950∼1954년생 기혼여성의 출산율은 20세 16.2%, 25세 69.5%, 30세 92.2%, 35세 95.5% 등이었다.

이후 1970∼1974년생 기혼여성의 출산율은 20세 3.5%, 25세 34.5%, 30세 76.8%, 35세 90.1% 등이었으나 1980∼1984년생의 기혼여성 출산율을 보면 20세 1.9%, 25세 14.8%, 30세 59.9%, 35세 80.3% 등으로 젊은 연령층의 출산율이 낮아졌다.

결혼과 출산의 선택에는 객관적 상황뿐 아니라 결혼과 자녀에 대한 가치관, 태도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 지난 수십 년간 혼인과 출산의 주력 세대인 청년층의 가치관 변화는 제도 및 정책 변화보다 빨랐고 이것이 저출산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15∼49세 무자녀 기혼여성 가운데 43.3%는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고 응답했으며, 꼭 있어야 한다는 응답은 24.2%에 불과했다.

생산·청년인구 급감해 잠재성장률 부정적

인구절벽은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15∼64세에 이르는 생산 가능한 인구가 향후 50년간 2천만 명 넘게 줄어 현재의 절반 이하가 될 전망이다.

통계청은 청년 인구(19∼34세)가 2020년 1천96만 명에서 2070년 499만 명으로 절반이 줄고,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815만 명의 2배가 넘는 1천747만 명으로 늘어나 사회가 전반적으로 늙어가는 현상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생산연령인구 등이 줄어들면 잠재성장률 또한 보장할 수 없다.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가 2020년 3천738만 명(총인구의 72.1%)에서 2030년 3천381만 명(66.0%)으로 감소하고, 2070년에는 1천737만 명(46.1%)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대에 연평균 36만 명씩 감소하다가 2030년대에는 연평균 53만 명씩 감소할 전망이다. 2021∼2070년 전체로 보면 연평균 40만 명씩 줄어든다. 당장 향후 5년간 당초 예상했던 26만 명보다 많은 177만 명이 줄어들 전망이어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통계청은 베이비붐 세대가 생산연령인구에서 고령인구로 이동하는 2020년부터 연령 계층별 인구의 변동 폭이 커졌다며, 65세 고령인구는 2020년 815만 명(15.7%)에서 2024년에 1천만 명을 넘어서고, 2049년 1천901만 명(39.8%)까지 증가했다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령인구의 비중은 2025년 20%, 2035년 30%, 2050년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19∼34세 청년인구는 지난해 1천96만 명(21.1%)에서 향후 10년간 198만 명 감소하고, 2070년에는 499만 명(13.3%)으로 절반이 줄 것으로 예상했다.

유소년인구(0∼14세)는 2020년 631만 명(12.2%)에서 2070년 282만 명(7.5%)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는 고령인구가 유소년인구보다 1.3배이지만 2070년에는 6.2배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출산율이 2024년 0.70명으로 저점을 찍고 반등해 2070년에는 1.21명까지 높아질 경우이다.

기대수명 50년 뒤 91.2세로 OECD 최상위권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나타난 기대수명을 살펴보면 2070년에는 한국인이 91.2세(남자 89.5세·여자 92.8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민 가운데 가장 오래 살지만, 신생아 출산율은 가장 낮을 전망이다.

이는 2070년에 태어난 아이는 91.2세까지 살 것으로 기대된다는 의미로 2020년 출생아의 기대수명 83.5세보다 7.7년이나 길다. 또 2065∼2070년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90.9세로 이는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1970년 62.3세에서 1980년 66.1세, 1990년 71.7세, 2000년 76.0세, 2010년 80.2세, 2020년 83.5세 등으로 최근 50년간 21.2년이나 늘었다. 기대수명이 인구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기대수명이 높을수록 인구감소를 더디게 하는 효과가 다소 있으나 재정부담이 증가한다. 경제활동을 할 인구는 줄어드는데, 복지가 필요한 고령층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2070년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생산연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46.1%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40%대로 떨어질 전망이며, 반면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은 46.4%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85세 이상 인구의 비중도 전체 인구의 14.4%에 달할 것으로 예상이 되며,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 인구(유소년 및 고령자)를 나타내는 총부양비는 116.8명으로 OECD 1위가 될 전망이다.

통계청은 2065∼2070년 평균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1.21명일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와 기대수명이 비슷한 나라들의 합계출산율 전망을 보면 노르웨이 1.76명, 핀란드 1.66명, 캐나다 1.65명, 일본 1.62명 등이다.

[시사경제신문=전흥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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