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산업 붕괴·생활 인프라 부족 등 청년 인구 유출
대기업 이전 유인책 마련·지방특색 살린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 등 지원해야

지방소멸 위기에 ‘빨간불'이 켜졌다. 통계청은 2040년 이후 세종시만 빼고 16개 시도가 모두 인구가 매년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고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시군구 89곳을 인소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전체인구 5183만명 중 절반인 2309만명이 수도권으로 집중된 가운데 지방 소멸 위기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지방소멸은 농업·제조업·조선업 등 지방산업의 붕괴와 지방의 산업·생활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인한 청년 인구의 수도권 과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수도권에 밀집해 있는 산업 인프라의 지방 이전 ▲지방 특성을 고려한 미래지향적인 지방산업 육성 ▲삶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일자리 및 정주여건 조성 등으로 복합적인 처방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에 본지는 지방소멸을 막는 처방·대책을 정부·지방의 노력을 중심으로 2회에 걸쳐 싣는다.

싣는 순서 ①정부 노력 ②지자체 노력

‘지난 해 4월30일 충남소통협력공간에서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 공동체의 회복탄력성’ 주제로 국제세미나가 개최됐다. 사진=행정안전부
‘지난 해 4월30일 충남소통협력공간에서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 공동체의 회복탄력성’ 주제로 국제세미나가 개최됐다. 사진=행정안전부

청년층 유출 막는 지방 경쟁력 확보 '시급'

전문가들은 청년층 유출을 지방 소멸을 발생시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이전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및 정주 여건 인프라 조성 등이 가장 시급하다고 제언한다.

국토연구원의 ’인구감소지역의 인구변화 실태와 유출인구 특성 분석‘에 따르면 지역 간 인구 양극화를 초래하는 주된 요인은 청년층 유출로, 청년층·중장년층이 수도권이나 광역시 등 대도시로 이전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최예술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청년층의 경우 수도권으로의 유출 인구 비중이 32.7%로 나타나 청년인구 3명 중 1명 꼴로 인구감소지역에서 수도권으로 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일자리 양극화와 지방소멸 위기-대안적 일자리 전략이 필요하다‘ 보고서에서는 고학력·고임금 일자리의 수도권 집중화를 주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대 초·중반부터 조선·철강·기계·전자산업·자동차 분야 등 주력 제조업이 쇠퇴하기 시작하면서 전북 전주, 전남 광양, 경북 경주, 구미, 칠곡, 경남 등 제조산업도시로 군림했던 도시들도 쇠퇴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반도체 등 신기술 산업이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일자리 질의 불평등이 확대됐다. 성남시 판교가 반도체산업의 남방한계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신산업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결국 일자리와 관련된 구조적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지역의 쇠퇴, 더 나아가 지역소멸의 위기 역시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신산업이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각종 투자도 마찬가지”라며 “디지털 전환이나 그린 전환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산업과 인프라 정책들을 쏟아내기 전에 과거의 정책들이 왜 성공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기업이나 4차 산업혁명 분야 등의 신산업 유치가 핵심이며 이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달 16일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중 지역균형 발전 핵심과제로 ▲신규 국가산단 조성 ▲낙후 지역 지방이전 기업 제세 지원 확대 등을 꼽았다.

그러나 지난 5월19일 전국경제인연합이 발표한 ‘기업의 지방 이전 및 지방 사업장 신증설에 관한 의견’ 조사 결과, 매출액 1000대 기업 152개사 중 89.4%는 비수도권으로의 이전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절반이 넘는 57.9%가 비수도권의 사업 환경이 해외와 별 차이가 없다고 응답했다. 

김찬우 금강대 교수는 “대기업들을 움직이게 하려면 관련업계 등 인프라가 인접해 생산성·물류 체계 향상 등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대기업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산업단지 차원의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방이라고 직원들의 삶의 질이 낮아진다면 대기업들이 쉽게 움직이기 어렵다”며 “주거·교육·금융·문화 인프라를 조성해 수도권과 비슷한 수준의 생활 인프라가 제공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지역인구감소가 큰 지역으로 이전하는 대기업에 법인세 등 세제 특혜를 크게 주어 대기업들의 이전을 유인하는 방안들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수도권 시설을 지방으로 강제 이전해 수도권과 지방의 성장격차를 줄이는 정책은 실패했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더욱 심화됐다"고 말해 ‘공공기관 2차 이전’ 무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부처가 대거 이전한 세종시가 ▲주민 평균 연령이 전국에서 가장 젊고, ▲소멸 위험도가 17개 시·도 중 가장 낮으며 ▲2040년에도 인구가 줄지 않는 유일한 도시로 추산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사업, 다부처 종합지원 '필요'

지난 4월11일 정부 인수위원회 앞에서 (사)미래사회를준비하는시민공감은 국가균형발전정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주현 기자
지난 4월11일 정부 인수위원회 앞에서 (사)미래사회를준비하는시민공감은 국가균형발전정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주현 기자

한편 행정안전부는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행·재정적 특례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인구감소지역(122곳)에 집중 투입할 방침이다. 올해는 7500만원이, 내년부터 9년간 매년 1조원씩 지원된다.

전문가들은 지방소멸대응기금 지원 추진이 지자체가 지방소멸대응사업을 연구·제안하는 방식이어서 지역 특성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예술 부연구위원은 “인구감소지역은 투자계획 수립 시 인구변화에 대한 면밀한 분석에 기초해 지역 고유의 자산·자원을 발굴해 지역다움을 유지하고 인구 유입·정착 전략과 함께 지역 청년의 교육·일자리 확충 및 고령자의 삶의 질 개선 등을 위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지자체가 제안하는 사업들이 좋은 아이템이라 하더라도 기초지자체 수준에서 각자도생하는 방식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다”며 “지역 간의 관계는 서로 얽혀 있으므로 개별 지역에 대한 파편적인 접근만으로는 절대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유호 한국지방재정공제회 박사는 “지자체의 지방소멸대응사업 발굴에 있어 에너지 등 환경관련 업종, 관광, 문화 등 지역의 다양한 자원 및 가능성을 발굴해 사업화하고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인프라까지 조성하는데는 지자체의 연구와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유호 박사는 "지역소멸 대응을 위한 지역주도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이 투자계획을 수립하면 중앙의 관련부처가 패키지 형태로 이를 종합지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시사경제신문=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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