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불평등·고용 불안 심화 정책 안 돼"...죽지 않고 일할 권리 보장 등 요구

차기 윤석열 정부가 오는 5월10일 출범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친(親)재벌·반(反)노동·반서민 기조를 보여왔다. 대선후보 시절 제시한 공약집 340페이지 중 노동정책이 4페이지에 불과했으며 소상공인정책도 코로나19 손실보상금으로 일관하는 등 노동자와 중소상공인, 무주택자 등 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정책 설계에는 관심이 부족해 보인다. 이에 본지는 윤석열 정부 출범에 앞서 이들 경제적 약자들의 정책요구를 제시하는 ‘윤석열 정부에 바란다’ 기획을 싣고자 한다. <편집자주>

<싣는 순서> ① 노동정책 ② 소상공인정책 ③ 무주택자정책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인수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인수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윤석열 당선인은 시민사회로부터 차별과 불공정을 심화하는 반노동적인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플랫폼 노동자 대상 직업능력개발 기회 확대 ▲대화와 타협으로 상생의 노사관계 추진 ▲주 52시간제 탄력적 적용 등 근로시간 유연화 추진 ▲시간선택형 정규직 시행, 근로시간 선택지 다양화 ▲임금체불 등 청년노동자 침해 시 신속한 무료 법률서비스 제공 등을 공약한 바 있다.

아울러 좋은 일자리 창출 공약으로 ▲중소·중견기업의 성장과 신산업 진출을 뒷받침 ▲융합산업분야 중심 신산업 생태계 조성으로 창의형 일자리 창출 등을 제시했다.

또 윤 당선인은 현 정부가 중점추진한 중대재해처벌법·최저임금제 등을 완화·개편을 시사한 바 있다.

중대재해법 완화는 직접 공약에 넣지는 않았지만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 “법 적용 요건이 애매하게 돼 있다”며 완화 필요성을 나타냈다. 또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고 싶은 근로자를 위한 임금제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최저임금제 개편 의지를 드러냈다.

윤 당선인 노동정책, 노동 악화·고용불안 가속화할 것 

불평등끝장넷은 지난 3일 ‘20대 대선 주요 후보 복지·노동 분야 공약 평가 이슈리포트’에서 “윤석열 후보의 노동공약은 불평등구조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노동자 권리 강화가 아니라, 사용자들에게 유리하도록 노동자의 권리를 더욱 더 약화시키는 것이 골자”라고 지적했다.

노동을 개혁대상으로 설정하고 노동시간을 유연화하여 고용불안을 가속화시키겠다는 공약으로, 왜곡된 노동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불평등끝장넷은 좋은 일자리 창출을 공약의 선두에 배치했지만 정작 공약은 기업의 성장에만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취약계층의 노동권을 보호해야 한다면서도 플랫폼노동자 지원강화 공약은 자영업자, 플랫폼노동자 대상 직업능력개발 기회 확대 재취업지원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청년이 좌절하고 있다면서도 임금체불 청년 노동권 침해시 무료법률서비스 제공 등 부차적인 정책만 제시하고 있다고 짚엇다.

민주노총은 “윤 당선인의 노동정책은 기업 우선정책을 전면화하고 기득권 세력을 강화·대변하는 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고용불안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등 노동은 부차화하거나 오히려 악화시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정책 기조"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에 속하는 선진국으로서 노동자들의 근로시간과 임금의 질적 향상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며 “근로시간 52시간제·최저임금제 개편은 노동의 질 저하를 야기하는 반면 기업·기득권층의 이익만 대변해 경제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원청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규정한 법일 뿐 처벌 위주의 법이 아니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두달 여 만에 법을 손질하겠다는 의도를 비추는 것은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무책임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죽지 않고 일하게 해 달라" 

민주노총은 지난 21일 대통령 인수위원회(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서 ‘새 정부에 요구한다. 민주노총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주현 기자
민주노총은 지난 21일 대통령 인수위원회(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서 ‘새 정부에 요구한다. 민주노총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주현 기자

민주노총은 대선 당시 ▲죽지 않고 일할 권리 보장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진짜 사용자·원청 사용자 교섭의무 ▲상시지속업무 정규직·직접고용 의무화 등 노동정책 요구안을 제시했다. 

지난 해 산재 사망자는 828명에 달하고 올해 들어서만 벌써 94명(3월3일 현재)이 일하다 사망했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 보장’은 모든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제1순위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유해·위험 작업의 도급을 제한하고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지난 2018년 국회를 통과해 2020년 1월16일 시행됐다.

그러나 이법에서는 도급을 금지하는 유해·위험작업을 도금작업, 수은·납·카드륨의 제련·주입·가공·가열 작업 등 주로 화학물질 취급업종으로 제한하고 있다. .

조선업, 발전소 등 다양한 업종의 하청노동자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이런 업종들은 도급 금지 등을 통해 보호받기 어렵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위험의 외주화 금지를 협소하게 규정한 데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민주노총은 모든 유해·위험 작업으로의 ‘김용균법’ 확대 적용과 위험의 외주화 근절을 요구한 것이다.

유해·위험작업에 포함된 업종에서도 편법을 사용해 법망을 빠져나가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지난 2일 노동자 A씨가 도금 포트(금속을 녹이는 설비)에 빠져 사망했다. 원래 사내하청업체에 도급을 줬던 현대제철은 김용균법이 시행됨에 따라 A씨를 포함한 해당공정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 형태로 별도 채용해 공정을 운영해 왔다(한겨레 3월21일자).

정재현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 부장은 “위험의 외주화 금지 적용업종이더라도 기업이 편법으로 빠져나가려고 하면,법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부장은 “기업이 그러한 편법이나 꼼수를 쓰려고 하면 방법은 많을 것”이라며 “하청· 기간제 노동자 할 것 없이 원청에 안전보건 의무를 부과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편법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중대재해법조차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민주노총의 지적이다.

지난 해 발생한 산재사망사고 828건 중 80%가 3년 유예 대상인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또 중대재해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적용제외하고 있다. 이러한 유예·예외조항을 삭제해 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게 민주노총의 요구사항이다.

정 부장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유예는 영세성으로 인해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지만 실제로 중소기업들은 여력이 안 된다며 불평만 할 뿐 준비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차라리 즉시 적용을 통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라고 해서 안전조차 보장받지 못 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법인만큼 차별 없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고직 등 근로자성 인정해야" 

전국금속노조 조선하청 3지회는 지난 28일 윤석열 당선인에게 전하는 의견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주현 기자
전국금속노조 조선하청 3지회는 지난 28일 윤석열 당선인에게 전하는 의견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주현 기자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등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들이 회사의 지휘와 관리 감독 아래 일하면서도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김정원 금속노조 서울지부 LG하이케어솔루션 지회장은 ”3천여명의 특수고용노동자들은 회사의 지위와 관리 감독을 받으며 회사가 지시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지위상으로는 자영업자로 돼 있기 때문에 기본급 지급이나 4대 보험 보장, 유류비 지원 등에서 배제돼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특수고용은 주로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고용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기존 고용계약을 파기하고 노동자에게 위·수탁계약을 강제해 자영업자로 위장시키면서 급증했다.

민주노총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자영업자로서의 지위 때문에 사회보험과 최저임금법, 노동시간, 법정 휴일, 연차휴가, 퇴직금 등을 규율하는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한다”며 “장시간 노동, 산업재해 다발, 저임금, 기업의 갑질과 일방적 해고, 코로나 19 생계위협 등 중첩되는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가 부재해 오롯이 노동자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계약의 형식이나 명칭에 관계없이 타인의 업무를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에 의해 생활하는 사람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실제 사용자인 원청에 교섭의무 부여돼야"

1998년 파견법 제정 이후 도급, 위탁, 용역 등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사용자와 노무를 제공하는 사용자가 다른 간접고용노동자는 346만명에 이를 정도로 증가했다.

민주노총은 “계약상의 사용자는 ‘실질사용자’인 원청의 의사와 요구를 간접고용노동자에게 전달하고 적용하는 것 외에 사용자로서 책임 의식이 허약하고‘실질 사용자’인 원청은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노동법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원청의 사용자성을 확인한 대법원의 판결, 간접고용노동자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권고한 ILO결사의자유위원회 권고 등을 반영, 원청 사용자에 노조법상 사용자 책임을 부여하도록 노조법2조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윤 당선인은 후보 당시 공약집 작성 등의 이유로 거듭 정책질의 답변서에 대한 회신을 연기하다가 결국 연락이 두절됐다”며 “이제라도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노동 현장에서의 차별과 불공정을 철폐하고 노동기본권 보장을 확대하는 데 나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시사경제신문=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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