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 "대형유통기업·플랫폼서 중소상인 지켜 달라" 당부

차기 윤석열 정부가 오는 5월10일 출범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친(親)재벌·반(反)노동·반서민 기조를 보여왔다. 대선후보 시절 제시한 공약집 340페이지 중 노동정책이 4페이지에 불과했으며 소상공인정책도 코로나19 손실보상금으로 일관하는 등 노동자와 중소상공인, 무주택자 등 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정책 설계에는 관심이 부족해 보인다. 이에 본지는 윤석열 정부 출범에 앞서 이들 경제적 약자들의 정책요구를 제시하는 ‘윤석열 정부에 바란다’ 기획을 싣고자 한다. <편집자주>

<싣는 순서> ① 노동정책 ② 소상공인정책 ③ 무주택자정책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통의동 인수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통의동 인수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소상공인 정책으로 ▲손실보상 50조원 투입 ▲임대료 나눔제 추진 ▲세금·임대료·공과금 부담 경감을 위한 자금·세제 지원 확대 등을 공약한 바 있다.

'50조원 손실보상'은 영업시간·인원수, 지역과 업종뿐 아니라 매출 규모 등 다양한 조건들을 고려해 최대 5000만원까지 차등 지급한다는 게 주요골자다.

'임대료 나눔제'는 생계형 임대인을 제외한 임대인도 임대료의 3분의1을 삭감하고 그 중 20%는 세액공제로 정부가 책임진다는 게 핵심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벼랑 끝에 내몰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회생을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할 정책이라는 데 국민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피해보상을 제외하고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는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정책들은 전무후무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윤 당선인은 당선 직후 재계와의 만남을 통해 대기업들의 기업활동 보장을 위한 규제 완화 등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후보 시절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자율 규제 원칙, 필요시 최소 규제’를 내세운 데 이어 당선 후 지난 달 24일 열린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수위 보고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자율규제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차기정부가 대기업·온라인 플랫폼 등에 대해 규제 완화·자율규제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엄밀히 말해서 손실보상 정책은 코로나19 방역정책으로 인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한시적인 보상지원정책일 뿐이다. 궁극적으로 정부가 소상공인들의 발전과 생존권·영업권 보장을 위해 취해야 할 정책이 필요하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차기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호황을 누린 금융권 등 대기업의 경영활동을 위해 어떻게 규제를 풀 것이냐가 아니라 지속된 방역정책으로 침체된 소상공인들과 골목상권 경기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중소상인들은 대형쇼핑몰·온라인플랫폼의 시장 장악과 갑질 때문에 몰락하고 있는데 대기업 규제 완화를 논할 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50조 손실보상, 빠른 시일 내 반드시 이뤄야"  

소상공인단체들이 지난 달 31일 통의동 인수위 인근에서 '900조원 중소상인 부채 인수위에 금융지원 손실보상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주현 기자
소상공인단체들이 지난 달 31일 통의동 인수위 인근에서 '900조원 중소상인 부채 인수위에 금융지원 손실보상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주현 기자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집합금지·영업제한 등 방역수칙으로 인해 소상공인들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 내몰렸다. 소상공인들의 매출은 반토막이 나고 임대료·인건비 등을 메꾸기 위해 대출을 받다 보니 빚더미에 앉았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소상인 손실보상 및 금융지원 방안 제안’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김남주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에 따르면 숙박업(-12.8%), 소매업(-9.4%), 서비스업(-8.5%), 음식업(-7.3) 등에서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매출 감소가 나타났다.

자영업자 대출도 크게 늘어 대출잔액이 2021년 3분기 말 887조5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4.2% 증가했다(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소상공인 부채 비중은 평균 26.3%로 나타났으며 업종별로 숙박·음식점업 부채비중이 30.2%로 가장 높았고 서비스업이 24.4%로 가장 낮았다(소상공인연합회 실태연구).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를 겪은 2년 동안 은행 대출 뿐 아니라 사채나 일수까지 쓰고 팔 수 있는 금은보석들을 다 팔아치운 상황”이라며 “자영업자들은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차기 윤석열 정부는 정부 출범 후 빠른 시일 내 손실보상 공약을 반드시 지켜내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야당인 민주당 의원이 180석을 차지한 국회가 추경 예산을 통과시켜 줘야 하는 만큼 윤 당선인이 ‘협치’의 미덕을 발휘해 그들을 설득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이사장은 “손실보상 추경 통과가 정치적인 논리로 인해 미뤄지면 자영업자들은 살아날 길이 없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남주 변호사는 자영업 채무자의 상태에 맞는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일시적 자금 경색의 경우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가 ▲경영이 곤란하나 영업 유지 또는 폐업 후 취업의 경우 배드뱅크 방식의 채무조정이 ▲폐업 후 실업의 경우 파산·회생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본부장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조정 통합프로그램을 제안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금융회사의 소상공인 채권을 매입·통합해 저금리로 상환시키는 방식이다.

또 차 본부장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신용평가시스템 구축 및 전문금융기관 설립 ▲소상공인 행복적금(정부 예산 및 사회적 자금 지원) 등도 제시했다.

대규모 유통기업으로부터 중소상인 몰락 막아야 

지난 12일 국회에서 '코로나19 중소상인 손실보상 및 금융지원 방안 제안'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박영신 기자
지난 12일 국회에서 '코로나19 중소상인 손실보상 및 금융지원 방안 제안'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박영신 기자

조상현 방신시장 상인회장은 “지난 2011년 김포공항에 이마트와 롯데쇼핑몰이 들어오자 3~4년 만에 인근의 공항시장이 몰락했다”며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제를 덜 받는 복합쇼핑몰 신설로 인해 또다시 인근 지역 중소상인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고 개탄했다.

방신시장이 위치한 강서구 일대에 최근 복합쇼핑몰 원웨스트몰(원웨스트서울)과 르웨스트(롯데) 건립공사가 각각 진행 중이다. 신세계 스타필드도 전 CJ부지에 설립될 예정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상 복합쇼핑몰은 전통상업보존구역 등과 최대 1km(대규모점포 1km, 준대규모점포 500m)의 거리를 둬야 하지만 영업시간·의무휴업 등의 제한은 받지 않고 있다.

조상현 회장은 “몇만 제곱미터 규모의 대형 복합쇼핑몰 3개가 인근에 세워지면 전통시장 뿐 아니라 지역의 중소상가들은 다 무너진다”며 “의무휴업일이나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도 받지 않아 중소상인들의 피해는 더욱 극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성원 사무총장은 “유통 대기업들은 그동안 대형할인점으로부터 시작해 SSM, 상품 공급점, 드럭스토어(H&B)에 이어 최근에는 복합쇼핑몰과 가맹점형 SSM(노브랜드)까지 업태를 바꿔가며 문어발 확장을 하고 있다”며 “더구나 물류·배송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쇼핑으로 골목상권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윤석열 정부는 중소상인들도 상생할 수 있는 시장 경제 구축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며 “중소상인들의 숙원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통과에 적극 힘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1대 국회에서 이동주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의무휴업 확대 ▲대규모 점포 개설 시 현행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변경 ▲복합쇼핑몰 등 영업시간 제한·의무휴업일 적용 등을 담고 있다.

플랫폼기업 불공정거래에 자영업자들 '몸살'...."공정화법 통과시켜야"

지난 5일 국회 소통관에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처리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참여연대
지난 5일 국회 소통관에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처리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참여연대

최근 코로나19 장기화와 디지털 경제 확대 등으로 인해 온라인플랫폼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온라인 플랫폼 영역으로 대거 편입되고 있다.

그러나 배달의민족 ‘깃발꽂기', 쿠팡 ‘아이템위너’, 네이버쇼핑 ‘알고리즘 조작’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각종 불공정거래행위가 줄을 잇고 있어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배달플랫폼들의 수수료·배달비 ‘갑질’로 인해 자영업자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쿠팡이츠는 지난 2월초 수수료 절약형·배달비 절약형 등 요금제를 제시했다. ‘수수료 절약형’의 경우 수수료가 기본 15%에서 7.5%까지 낮아지며 ‘배달비 절약형’은 수수료가 15%로 유지되는 대신 자영업자 부담 배달비가 900원으로 저렴해지고 최대 배달비는 2900원으로 한정된다.

이어 배민도 기본형, 절약형, 통합형 등 3가지로 수수로 체계를 개편했는데 기본형의 경우 중개수수료 6.8%에 배달비 6000원이 붙는다.

배달앱들은 수수료 1000원·배달비 5000원 등으로 고정된 단건배달 프로모션을 진행한 바 있는데, 두 업체의 개편된 수수료 체계를 적용하게 되면,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할 배달료가 사실상 더 증가하게 된다.

부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유모 씨는 “배달플랫폼기업들이 수수료·배달비 기준이나 제한 없이 마음대로 정하면 되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은 열심히 장사해서 플랫폼기업들의 배만 불려주고 정작 자신들은 점점 쇠퇴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유 씨는 “자영업자들이 배달플랫폼을 포함한 온라인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 장사하는 것은 불가능해지는 상황에서 독과점과 갑질 등 불공정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자영업자들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권성훈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집행위원은 “불공정행위는 시장의 건전성을 훼손하기 때문에 온라인플랫폼 시장에 만연한 불공정행위를 개선하지 않고선 플랫폼 시장의 지속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 집행위원은 “윤석열 당선인은 플랫폼 기업에 대한 자율 규제 기조를 고수해선 안 된다”며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성,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통과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 등이 발의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에는 ▲플랫폼사업자들이 수수료 부과기준, 광고비 산정기준, 검색·배열순위 결정 원칙 등을 기재한 중개거래계약서 교부하도록 하고 ▲검색배열 순위 조작·변경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를 차별하거나 이용사업자에게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 등을 한 플랫폼사업자에게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토록 하는 등 내용이 담겼다.

[시사경제신문=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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