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값비싼 무기’보다 값싼 ‘생명 위한 의료기’ 비축에 정치권 관심 가져야

이번 대유행은 속 좁은 국가 중심 이익(state-centric interests)이 아니라 집단생존(collective survival)에 초점을 맞춰야 할 국제 협력과 국가 예산에 대한 세계적 쇄신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사진 : 메디컬바이어/인디아)

세계 여러 정부들은 글로벌 전쟁이 아닌 집단 생존에 지출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칼레드 흐루프(Khaled Hroub)415(현지시각) 중동의 알 자지라에 기고한 글로,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중동학 및 아랍 미디어학 교수이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만트라(mantra, 기도나 명상을 할 때 외는 주문)'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미국이 전 세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망자 수 1위를 차지함에 따라 다소 냉소적으로 울리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예외주의에 대한 대통령의 고집은 결국 미국을 예외 상태로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 기후협정,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 유엔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 for Refugees), 국제연합 난민구제 사업국(UNRWA) 등에서 탈퇴하고, 각종 국제조약과 협정을 경시하는 '미국 우선주의'의 오만도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너무 오랫동안 갖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 같은 행보는 지금 밝혀진 바와 같이 치명적인 실수였다.

마침내 백악관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시민들은 매일 수백 명씩 죽어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백악관은 전 세계의 인공호흡기를 찾아 나섰고, 마스크의 수송을 위해 ‘2류 국가(second-rate countries)’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본적인 의료용품과 장비가 절실한 탓에 트럼프 행정부는 반중(反中)발언을 억제하고, 중국과 협치(cooperating)’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발생에 맞서 싸우기 위해 필요한 인공호흡기와 다른 의료장비를 구하기 위해 미국만이 허겁지겁 하는 것이 아니다.

유럽의 각국 정부는 현지 공장에 가능한 한 빨리 인공호흡기 등을 생산하기 위해 제조 라인을 개조할 것을 요청했다. 다른 곳에서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Mossad)를 포함한 보안 및 정보기관들이 자국으로의 의료용 장비들의 수송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에서 다양한 작전을 전개해 왔다.

평균적으로 5만 달러의 비용이 드는 이 의료 기구는 이제 수백만 달러의 비용이 드는 탱크나 로켓보다 훨씬 더 중요해진 것 같다. 과연 세계 정치에서 인공호흡기의 부상과 국가 생존에 대한 전략적 중요성을 누가 예견할 수 있었겠는가!

새로 획득한 인공호흡기의 전략적 가치는 수세기 동안 세계 정치를 지배해 온 위협 인식의 큰 결함을 지적한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무기에 지출되는 거의 2조 달러는 COVID-19 전염병으로부터 나라를 보호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국경 경비에 수십억 달러를 쓴 것도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협은 16481024일에 체결한 베스트팔렌 조약(Westphalia Treaty) 후 주 국가 주권의 현대적 경계를 무시하고, 그 이후 주 들은 국경, 권위, 국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군사력에 집착하게 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COVID-19) 발병은 국경도, 주권도, 세계 권력의 위계질서도, 그리고 항상 국가 안보의 궁극적인 보증인으로 여겨져 온 군사 무기의 힘을 인정하지 않는다.

전략 방어를 위한 계획은 일반적으로 잠재적인 위협에 대한 최소한의 가능성이나 인식에 기초한다. “모든 사람들과의 전쟁(war of all against all)”이라는 이 극단적인 홉스식 경계(Hobbesian vigilance)에 함몰된 이 접근법은 무기 구입을 위한 천문학적인 예산과 보건 부문에 주어진 아주 작은 부분을 할당하게 했다.

지난해 미국 의회는 국방비 7380억 달러, 의료비 38억 달러를 2020년 국가 예산에서 배정했다. 일부 추정치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역에 16만 개의 인공호흡기가 있으며, 만약 바이러스가 "심각"하게 확산될 경우, 58만 개의 인공호흡기가 부족하게 된다. 필요한 인공호흡기를 추가로 구입하는 데는 국방 예산의 약 290억 달러 또는 4%가 소요될 것이다.

국가 안보에 대한 잠재적 군사위협에 대한 예산 편성이 터무니없이 불균등한 나라는 미국뿐만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수년 동안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동물성 바이러스의 지속적인 출현을 고려할 때, 이 유행병이 상당히 가능하다고 경고해 온 반면 주의를 기울인 나라는 거의 없다.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은 그들의 의료 시스템에 투자했고, 그들의 코로나19 발생을 통제하는 데 훨씬 더 쉬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전쟁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위협을 가하는 것은 단지 유행병만이 아니다. 기후변화는 또 다른 것이다. 유엔에 따르면, 세계는 향후 20년 동안 지구온도의 추가 상승을 막기 위해 3000억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 ; 이것은 세계 군대가 60일 마다 소비하는 것과 같다. 2020년 예산에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인 미국은 국방 예산의 0.1%8억 달러를 환경 프로그램에 할당했다.

코로나바이러스 발생과 인공호흡기 국제 쟁탈전은 전 세계 각국 정부들로 하여금 지구적 상호연결성의 활력과 깊이에 주의를 기울이고, 집단방위를 고려하며, 정통 주권에 대한 개념을 재고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국가나 국제기구가 현재와 지역주의와 국가중심주의 대신 국제적 관점에서 위협의 질서를 재조명하도록 해야 한다. , 지구 전체와 그 거주자들을 전멸의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그러한 위협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현재의 위기와 국가 간의 긴장에 대한 절박한 대응은 전 세계적인 비상사태에 대한 집단적인 국제적 행동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코로나19 대유행(Pandemic, 팬데믹)은 전차와 전투기가 거의 무용지물이다. 심각하고 실제적인 집단적 위협에 직면한 세계 정부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이번 대유행은 속 좁은 국가 중심 이익(state-centric interests)이 아니라 집단생존(collective survival)에 초점을 맞춰야 할 국제 협력과 국가 예산에 대한 세계적 쇄신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시사경제신문=성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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