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가습기 살균제 무죄, 과학적 방법론에 무지한 결과”
전문가들 “가습기 살균제 무죄, 과학적 방법론에 무지한 결과”
  • 김혜윤 기자
  • 승인 2021.01.1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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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실험 허용하지 않는 과학 연구에는 결점 있을 수밖에 없어”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 19일 참여연대 2층 아름트리홀에서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임직원들의 1심 무죄 선고와 관련해 가습기살균제 전문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김주현 기자)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 19일 참여연대 2층 아름트리홀에서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임직원들의 1심 무죄 선고와 관련해 가습기살균제 전문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김주현 기자)

인체에 유독한 원료 물질을 사용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 전 대표·직원들과 애경산업 전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학계 전문가들이 “과학적 방법론에 무지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19일 참여연대 2층 아름트리홀에서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임직원들의 1심 무죄 선고와 관련해 가습기살균제 전문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법원, 가습기살균제  SK케미칼·애경산업 前 대표들 무죄선고···“현재 인과관계 입증 어려워”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는 가습기 살균제 CMIT/MIT 제조-판매사의 주의의무 고지 결여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관련 판결에서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필러물산 등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들 임직원 13명의 업무과실치사 등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CMIT/MIT란 1960년대 말 미국 롬앤하스사(R&H사)가 개발한 유독 화학물질로, CMIT는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을, MIT는 메칠이소티아졸리논을 이른다. 미생물 증식을 방지하거나 지연시켜 제품의 변질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살균보존제 성분으로 사용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1991년 이를 산업용 살충제로 등록하고 2등급 흡입독성물질로 지정했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혐의를 받는 홍지호 SK케미칼 전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순미씨가 선고 결과에 대한 심정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주현 기자)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혐의를 받는 홍지호 SK케미칼 전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순미씨가 선고 결과에 대한 심정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주현 기자)

재판부는 “피해인정 사례는 피해를 입은 사람의 지원을 위해 국가가 피해구제 차원에서 인정기준을 순차적으로 완화한 것”이라며 “이 같은 피해판정은 본질적으로 폭넓게 피해자가 인정되는 방향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피해인정에 엄격한 증명력을 요구하는 형사사건에서는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시험과 연구결과를 종합한 환경부 종합보고서는 흡입독성 실험과 동물실험 역학조사를 통해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살균제 성분과 폐질환 천식 유발 악화에 관한 일반적 인과관계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이 사건 폐질환 및 천식 발생 혹은 악화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이다.

전문가단체, “CMIT/MIT 제품 피해 사용자 있어···법원은 동물실험에서 근거 찾아” 

이같은 법원의 판결에 한국환경보건학회는 성명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 중 CMIT/MIT 함유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가 있다”며 “법원은 동물실험 결과를 중요한 근거로 삼아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관련 폐질환 및 천식 발생 혹은 악화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했지만, 동물실험은 인체에 실험할 수 없는 상황에 대안적으로 활용된다”며 피해자가 존재함에도 동물실험에서 피해의 근거를 찾았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환경성 질환은 노출되는 것이 비특이적이며 광범위하다. 법원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특정하고 CMIT/MIT 노출의존 여부에 집중했고, 동물실험의 재현 여부에서 찾았다”라며 “하지만 CMIT/MIT는 종마다 반응이 다를 수 있고, 폐섬유화 이외 다른 다양한 건강영향을 다양한 기전으로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학회는 “이번 형사 재판의 판결 대상은 기업의 위법 행위가 아니고 과학과 연구가 갖게 되는 본질적 한계점이었다”면서 “그 결과 우리는 CMIT/MIT를 마음껏 흡입하게 해 도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됐다”고 규탄했다.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사건은 과학에 의지해 인과관계를 확인했고 기소와 재판이 이루진 전례없는 재판이었다”며 “인체실험을 허용하지 않는 과학 연구에는 결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재판부는 엄격한 증명을 다른 일반 형사재판과 같이 요구하면서 전문가들의 조사결과의 신빙성을 전반적으로 부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재판부는 전문가들의 증언을 단정적이고 편향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과학자들의 태도에 무지했고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이해 결여”라며 “2심에서는 과학자 자문 패널을 구성하고 과학적 연구 결과에 대해 다시 판단을 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가습기살균제 접수 피해자는 7183명으로 이 중 사망자는 1613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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