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환경과학원, '가습기살균제 성분 체내 거동 평가 연구' 실시

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총연합 관계자들이 지난해 1월21일 서울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CMIT·MIT 원료 가습기살균제의 제조·판매사들인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임직원들에게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법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김주현 기자
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총연합 관계자들이 지난해 1월21일 서울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CMIT·MIT 원료 가습기살균제의 제조·판매사들인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임직원들에게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법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김주현 기자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메틸이소치아졸리논(CMIT·MIT) 등을 호흡기로 들이마시면 폐를 비롯한 여러 장기로 퍼져 폐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8일 국립환경과학원은 경북대와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진과 공동으로 작년 4월부터 '가습기살균제 성분 체내 거동 평가 연구'를 진행한 결과. 호흡기에 노출된 CMIT/MIT가 폐에 도달해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특히 연구진은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국제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에 게재한 논문에서는 법원이 판단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이번 연구는 CMIT·MIT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합성해 쥐의 비강(코)과 기도 등에 노출한 뒤 이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정량 전신 자가방사영상분석(QWBA)' 결과를 보면 CMIT·MIT를 실험용 쥐 비강에 노출하고 5분이 지난 시점에 폐와 간, 심장 등에서 CMIT/MIT가 확인됐다. 신장에서 CMIT·MIT가 배출되는 것도 같이 확인됐다.

노출 후 30분이 지났을 때도 폐에서 노출 후 5분이 지났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CMIT·MIT가 나타났다. 피부와 고환에도 다른 장기보다 농도가 높진 않으나 CMIT·MIT가 분포했다.

실험용 쥐 코에 노출된 방사능량을 100으로 놨을 때 노출 후 시간별로 폐에 분포한 양은 5분 후 0.42, 30분 후 0.48, 6시간 후 0.21, 48시간 후 0.06, 일주일 후 0.08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진은 실험용 쥐 비강과 기도에 CMIT/MIT를 반복적으로 노출한 뒤 기관지 폐포 세척액을 분석해보니 폐 손상과 관련된 염증성 사이토카인 등이 유의하게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즉 CMIT·MIT가 호흡기를 통해 폐까지 도달하며 폐 질환을 유발할 수 있음을 동물실험으로 입증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일반적으로 가습기살균제 인체 노출은 장기간 반복적으로 이뤄지는데 이러한 누적 노출을 고려하면 실제 (사람의) 폐에 도달한 CMIT/MIT는 이번 실험 때 (비강 노출로) 측정된 양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른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에 대해서는 이번 CMIT/MIT 연구 결과와 비슷한 국내연구 결과가 이미 나와 있으며, 과학원은 또 다른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4급 암모늄에 대해서도 체내 거동 평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가 폐 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작년 1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관계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가습기살균제 소송은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시사경제신문=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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