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노후화된 이미지 벗고 최신시설 갖춘 현대식 시장으로 거듭나

서울을 대표하는 청과물 시장으로 자리매김
주민 편의시설과 커뮤니티 공간 포함된 지상 4층 규모의 고객쉼터 조성
편개형 아케이드, LED 가로등 설치 등 보행환경과 시설물 개선
청과시장 왕복 4차선 도로 340m 구간 양측 ‘상시완화지역’ 지정, ‘주·정차’ 편의 제공

경기침체 및 코로나19 직격탄...매출의 50% 이상 감소
시장상인들, 대출 규제 완화 및 주차장 확보 절실

 
영등포청과시장은 올 3월 ‘보행친화거리 조성공사’ 후 깔끔하고 깨끗한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사진=원금희 기자

1984년 문을 연 영등포청과시장은 서울을 대표하는 청과물 시장으로 자리매김 해왔다.

영등포시장역 4번 출구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나고 인근 주거 밀집 지역으로 타임스퀘어, 신세계백화점 등 대형쇼핑매장도 들어서 있다.

30년의 역사를 지닌 청과시장이 그동안 낡고 노후화된 이미지를 벗고 최신시설을 갖춘 현대식 시장으로 거듭났다.

영등포구는 지난해 청과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민 편의시설과 커뮤니티 공간이 포함된 지상 4층 규모의 고객쉼터를 마련했다. ▲1층은 상인과 고객 모두의 편안한 휴식공간 ▲2층은 상인회 사무실과 시장 관리 및 안내 공간 ▲3층은 상인과 인근 주민을 위한 교육, 회의 공간 ▲4층은 옥상정원으로 꾸며졌다.

이 사업은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시설현대화 사업 선정을 시작으로 2018년 당산동1가 157번지 부지매입 후 2019년 7월 착공에 들어가 2020년 3월 준공을 마무리했다.

청과시장은 왕복 4차선 도로변에 위치한다. 이에 좁은 보도폭과 불법가판, 상품 적치로 보행권 침해는 물론, 도시미관을 저해했다. 구는 지난해 고객쉼터 설치 외에 이 일대의 좁고 노후화된 거리를 정비하는 ‘영등포청과시장 보행친화거리 조성공사’를 시작했다. 올 3월 보ㆍ차도 일대의 불법 적치물 정비와 편개형 아케이드 설치, 노후 하수관로 개량, LED가로등을 정비해 청과시장 일대가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친화거리로 탈바꿈했다.  

보행친화거리 조성사업 완료 후 지금껏 관행처럼 수용됐던 상품 적치선이 제거됐다. 이외에도 ▲인도 위 불법 적치물 및 가설물에 대한 행정대집행 ▲노후 도시가스관, 통신주 이설 ▲노후 어닝 철거 및 편개형 아케이드 설치 ▲그래픽 디자인, 페인팅 작업 등 점포 외관 아트테리어 ▲LED 가로등 설치 등 보행환경과 시설물을 개선했다.

공사에 앞서 구는 시장 상인들의 상권 보호를 위해 20여 차례 이상 공청회·설명회를 열어 지역 여론을 수렴했다.

불법 적치물 정비와 편개형 아케이드 설치, 노후 하수관로 개량, LED가로등을 정비해 깨끗해진 가게 앞. 사진=원금희 기자

 
영등포구는 지난해 청과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민 편의시설과 커뮤니티 공간이 포함된 지상 4층 규모의 고객쉼터를 마련했다. 1층은 상인과 고객 모두의 편안한 휴식공간. 사진=영등포구

경기침체와 코로나19 직격탄... 주차장 확보 및 대출 규제 완화 시급

오랜 세월 시민들의 청과물을 책임졌던 영등포청과시장도 경기침체와 코로나19 직격탄을 피할 수 없었다.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펜데믹은 우리나라 구석구석에 경제적 손실을 남기며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영등포청과시장에서 15년 넘게 과일 도매업을 하는 김모 대표는(남, 39) “20대에 이 시장에 처음 들어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일이 고달프고 힘들어 오래 버틸 수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나름대로 부지런하고 악착같이 일하면서 2~30대를 보냈다. 그 결과 지금 큰 규모는 아니지만 내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은 국산과일과 수입과일 등을 도매와 도ㆍ소매 겸업으로 판매하는 가게들이 주를 이룬다. 주로 뷔페, 음식점, 술집 및 소매점에 과일을 납품하고 있다. 밤 11시에 출근 하지만 정해진 퇴근 시간은 없다. 설, 명절은 물론 일요일에도 일에 매달리고 있다. 과일은 생물이라 판매 시기를 놓치면 썩고 시들어져 버려야 한다. 하루에 버려지는 과일양도 상당하다. 썩은 과일을 버릴 때면 가슴 한구석이 쓰리고 아프다. 장사를 시작하면서 하루를 편하게 쉬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사력을 다했다. 또 납품업체와의 관계 유지도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며 장사의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오랫동안 이어진 경기침체와 지난해 초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로 매출의 4~ 50%가 줄어들었다. 술집 유흥업소, 소매점 등 납품업체들이 코로나로 인해 힘들어지거나 줄줄이 폐업했다. 게다가 폐업한 거래처에서 물건값을 받지 못하거나 기존 납품업체에서도 외상 거래가 많아져 자금이 원활치 않아 더욱 힘들어졌다”며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장사 형편을 전했다.

김 대표는 “과일 도매업은 표면적인 매출이 크다. 비싼 물건은 박스당 10만 원이 훌쩍 넘는 데다 대량으로 납품하기 때문에 하루 매출이 적게는 1~ 2천 만원에서 많게는 5천 만원까지 거래된다. 하지만 마진율은 고작 6%대 이하다. 여기서 월세, 직원들 급여, 4대 보험, 차량유지비 등 필요경비를 제하면 매출만 컸지 순이익은 얼마 되지 않는다. 물론 평범한 셀러리맨들보다는 많이 벌지만 그만큼 고생도 뒤따른다”고 말했다.

덧붙여 “매출이 워낙 커서 지금 같은 시기에도 재난지원금 등 정부 도움은 바랄 수도 없고, 큰 의미도 없다. 하지만 현재 위기 극복을 위해 대출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 물론 지금도 재무재표 등을 근거로 대출을 받고 있지만 금액이 적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장기 대출을 받아 물건값, 잡비 등 필요경비를 충당하고 조금씩 갚아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코로나19 장기화 및 경기침체로 인한 현재의 상황과 앞으로의 바람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와 함께 20년 넘게 한 자리에서 도ㆍ소매를 겸하고 있는 최모 대표(남, 51살)는 “예전에는 주로 도매 위주로 장사했는데 몇 년 전부터 70% 이상을 소매로 판매하고 있다. 이 시장은 유동인구가 그리 많지 않다. 과일 맛이 소문나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뜨내기 손님들은 거의 없을 정도다. 이마저도 발길이 줄어들면서 장사 하기기 여간 힘들지 않다”고 강조하며 코로나19로 변화된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은 꽤 곤혹스럽다. 큰 거래처는 폐업하거나 사업을 쉬는 곳이 많고, 손님들의 지갑은 잘 열리지 않는다. 주말, 공휴일도 장사해야 근근히 버틸 수 있어 이렇게 가게에 나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지난 3월 영등포구청에서 보·차도 정비 및 환경개선을 통해 간판과 가로등을 교체하고 아케이드를 설치해 시장 분위기가 한결 깔끔해져 이미지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됐다. 그렇지만 현재 이곳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주차장 확보라고 생각한다. 과일은 박스 위주의 판매이기 때문에 손님 대부분이 차를 몰고 온다. 하지만 주차장이 없어 손님들이 가게 앞에 차를 정차하고 물건을 사는 실정이다. 물건을 사는 손님이나 파는 우리 상인들이나 시간에 쫓겨 안절부절 못하고 불안해할 때가 많다. 주차장이 확보되면 손님들도 부담없이 물건을 사러 올 텐데 너무 아쉽고 속상할 경우가 많다”고 애로사항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영등포구청은 청과시장 왕복 4차선 도로 340m 구간 양측을 ‘상시완화지역’으로 지정해 오전 5시~ 저녁 7시까지 고객들에게 주·정차 편의를 제공하고 시장 활성화를 돕고 있다.

영등포청과시장은 영신로 148~171번지 일대에 위치하며 총 180여 개의 상점에서 다양한 청과물을 도·소매하고 있다.

1984년 문을 연 영등포청과시장은 서울을 대표하는 청과물 시장으로 자리매김 해왔다. 30년의 역사를 지닌 청과시장이 그동안 낡고 노후화된 이미지를 벗고 최신시설을 갖춘 현대식 시장으로 거듭났다. 사진=원금희 기자

[시사경제신문=원금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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