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줄폐업 후 손님은 없고 재고만 쌓여 한계 상황

음식점과 술집 등 매출액 역대 최저치 기록
자영업자 10명 중 4명 폐업 고려
경영 부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아

폐업은 크게 늘고 창업은 줄어 거래 절벽
물건이 회전되지 않아 중고 매입도 어려워
대부분 상인 ‘더이상 버틸 힘 없어’ 한계 도달

 
지난달 27일 추적추적 비까지 내린 서울중구 황학동주방거리는 물건을 사고파는 인적마저 드물어 ‘썰렁’ 그 자체였다. 사진=원금희 기자

 

경기침체와 더불어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로 인해 대한민국 경제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펜데믹은 우리나라 구석구석에 경제적 손실을 남기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거리두기 조치로 1년 넘게 매출 감소를 감내하고 있지만 대다수 상인들이 파산 직전에 내몰려 있다. 실제 음식점과 술집 등의 매출액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거리두기 장기화로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 10명 중 4명이 폐업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8월 10일∼25일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9.4%가 현재 폐업을 고려 중으로 집계됐다.

폐업을 고려 중인 자영업자 중 94.6%는 경영 부진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매출액 감소(45%)가 가장 많았고, 고정비 부담(26.2%), 대출 상환 부담·자금 사정 악화(22%)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 또한 이러한 여파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지난달 27일 추적추적 비까지 내린 이곳은 물건을 사고파는 인적마저 드물어 ‘썰렁’ 그 자체였다. 폐업한 식당의 주방 기구나 그릇 등을 구입해 창업 또는 매장 확장을 위한 이들에게 되파는 상점들이 밀집한 황학동 주방거리는 식당의 폐업과 창업 현황을 간접적으로 가름해 볼 수 있다.

현재 이곳도 코로나 사태 이후 폐업은 크게 늘고 창업은 거의 없어 거래가 뚝 끊긴 상황이다.

황학동에서 20년째 주방용품을 팔고 있는 김 모 대표(남, 54세)는 “이렇게까지 매출이 부진한 경우는 처음이다. 재작년과 작년 그리고 올해 거래의 체감온도가 너무 다르다. 그나마 지난해는 올처럼 장사가 힘들지 않았다. 이제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늘어난 폐업과 줄어든 창업으로 재고만 쌓이고 있다. 심지어 물건이 팔리지 않아 중고 매입도 중단했다. 가게가 원활하게 운영돼야 물건을 매입할 게 아닌가?”라며 깊은 한숨을 내셨다.

그는 “임대료는 비싸고 직원 급여, 잡비, 물건값 등 고정 지출은 줄지 않아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업종 변경이나 이직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이 나이에 새 사업을 시작한다는 자체가 두렵고 또 잘 되는 사업도 없고 그냥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제발 코로나가 빨리 종식돼 예전 같은 활기를 찾았으면 한다. 그러나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고, 시름만 더욱 깊어진다”며 지금의 위기를 이겨낼 대안이 없다고 고개를 떨궜다.
 

인적이 끊겨 을씨년스럽기까지한 황학동주방거리. 사진=원금희 기자
손님이 없는 가게에 주인이 홀로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원금희 기자


황학동 주방거리... 한때 400여개 업체 밀집, 현재 존폐위기에 처해

1980년대 황학동 중앙시장 뒤에 자리 잡은 이곳은 한때 400여개 업체가 밀집돼 있었다. 이들은 가정용·업소용 주방·가구를 취급하는 한편 중고 물품도 매입해 판매한다.

황학동 주방거리는 모든 종류의 그릇 도·소매가 이뤄진다. 이 거리는 2003년 주방˙가구 축제를 시작으로 활성화됐고, 2014년 서울시 관광특구로 지정됐다.

전국 주방기기 80% 정도의 유통을 담당하는 이곳은 기기·기물 공장을 함께 운영하거나 온라인 유통망을 갖추고 다방면으로 판매 활동 중이다.

그렇지만 장기화된 코로나로 인해 음식점과 술집 등의 매출액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이곳 상인들도 폐업이란 큰 쓰나미에 휩싸이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최근 음식점 및 주점업의 소매판매액지수(불변지수 기준)는 77.0(2015년 100, 6·7월은 잠정치)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후 가장 낮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2% 감소한 수치다.

연간 기준 음식점과 주점업의 실질 매출은 지난 2017년 -1.7%, 2018년 2.7%, 2019년 1,2%이며 지난해는 16.2% 등으로 4년 연속 감소를 기록해 매년 연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관련 산업 고용도 악화되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서 조그만 백반집을 운영하다 더는 버틸 수 없어 폐업 후 투자금의 일부라도 건진다는 심정으로 이곳을 찾은 김 씨(남, 50세)는 “20년 넘게 여행사에 근무하다 코로나 발생 후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본의 아니게 직장을 잃었다. 생계가 막막해져 아내와 작은 백반집을 운영하게 됐다. 아내의 음식솜씨가 좋아 장사가 잘될 거란 기대와 달리 잇따른 거리두기 제한과 음식점 집단감염이 생기면서 올해는 하루에 다섯 테이블 이상 손님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가게 문을 열어 놓는 자체가 손해다. 재료비는 갈수록 오르고 사람들의 발길은 끊어지고 그나마 남은 손님마저 도시락 배달업체에 빼앗겨 더이상 버틸 여력이 없어 며칠전 폐업했다. 이제 뭘 하고 살지 앞길이 막막하다. 얼마라도 건져야겠다는 절박함으로 이곳을 찾았는데 여기 사정도 여의치 않아 선뜻 매입해 주겠다는 곳이 없다. ‘물건이 회전되지 않아 매입할 수 없다고 한다’ 상인들의 심정은 이해하겠지만 야속할 따름이다. 젊지도 그렇다고 늙지도 않은 애매한 나이에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자식은 둘이나 있는데 아빠 노릇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복잡하고 우울한 심경을 말했다.

 

한 상점에 전시돼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주방용품들. 사진=원금희 기자

 

물품의 주문·제작·설치 가능...외식산업 1번지로 통했지만 옛 명성 희미해져

황학동 주방거리는 단순하게 주방기구나 그릇만 파는 곳이 아니다.

음식점 개업에 필요한 냉장고·가스렌지 등의 주방용품과 식기류·가구류 등 모든 집기류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가게 평수에 맞춰 물품의 주문·제작·설치가 가능해 사람들의 발길이 몰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음식점 폐업이 급증하면서 중고 주방가구 판매 상인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매입 물량은 쏟아지지만 쓸 만한 물건은 거의 없다고 하소연한다. 근 1년간 음식점 창업이 줄어 조기 폐업(1년 이내) 후 나오는 ‘신상’ 제품이 자취를 감췄다. 여기에 중고 주방가구 구매를 위해 황학동을 찾는 손님도 뜸해지면서 활력 넘치던 거리가 힘을 잃었다.

황학동주방거리상인회 김윤수 사무장은 “이곳은 상인회에 속한 점포와 그렇지 않은 점포 몇 백개가 자리 잡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정부에서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에 나섰지만 소비가 얼어붙어 당분간 회복이 어려워 보인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렇듯 위기에 내몰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오는 10월 8일부터 ‘손실보상법(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상이 진행된다. 정부는 이날 보상심의위원회를 열고 10월 말부터 실질적인 손실보상 지급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팔리지 않은 주방기구에 먼지만 뽀얗게 쌓였다. 사진=원금희 기자

 

[시사경제신문=원금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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