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직격탄 맞은 먹자골목 ‘활성화 방안 시급’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소비 패턴 변화...배달 등 ‘비대면 업종’ 주목
매장 판매 및 포장과 배달 ‘삼원화’ 갖춰
온라인 상점 구축 주력...자치구 도움받아

테이크아웃, 배달업종 고려한 창업 도전
‘홍봉자치즈굴림만두’ 대표 “시대적 흐름에 동참할 수 있는 자구책 마련과 도전정신 필요”

양천구, ‘배달 앱 · 온라인 예약 · 디지털 마케팅’ 지원
중소기업 육성기금 융자 지원 등 경영 위기 극복 도와
양천사랑상품권 및 고용유지지원금 등 다양한 지원체계 마련

 
경기침체와 더불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목동로데오거리 상인들은 양천구청과 손잡고 상권 활성화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 중이다. 목동로데오거리. 원금희 기자

[시사경제신문=원금희 기자]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대한민국 내수가 침체된 가운데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탄까지 맞물리며 국내경제는 물론 골목상권까지도 소비 활력을 잃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이 작년 1분기 11.7%에서 4분기에는 12.7%로, 소규모 상가는 5.6%에서 7.1%로 각각 증가했다고 밝혔다. 상가의 권리금(작년 9월 30일 기준)은 전국 16개 시·도 평균 4천74만원으로 전년(4천276만원) 대비 4.7%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권리금이 형성된 상가 비율이 2019년 61.2%에서 지난해 46.7%로 14.5%포인트 급감했고, 대구(58.4%)와 인천(66.2%)은 같은 기간 권리금 형성 비율이 각각 12.5%포인트, 12.6%포인트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합금지 등의 파장으로 영업부진과 장기휴업이 늘면서 매출 감소와 폐업이 도미노처럼 이어졌다. 권리금 또한 하락세를 보이다 급기야 무(無) 권리금 점포가 속출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온라인 거래 시장이 확대되면서 사람들의 소비 패턴이 비대면 배달 문화로 크게 바뀌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동참하지 못한 오프라인 매장들은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중·삼중고에 시달리는 중이다. 여기에 더해 상가의 공급과잉과 수요층이 적은 신도시 등의 점포들은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0년 창업기업 동향’에 따르면 숙박·음식점 분야는 코로나19 최대 피해 업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0.4%, 4.7% 감소했다.

이에 정부와 관할 지자체가 적극 나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응급처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본지는 강서, 양천, 구로, 영등포 등 서울 25개 자치구를 중심으로 대표적 지역 상권의 지형 변화를 분석ㆍ취재해 현 상황을 진단하고, 상인들의 자구 노력과 자치구의 지원 방향을 묻는다. 이와 함께 전문가 의견을 청취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양천구 목동로데오거리... 전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소비 품목 갖춰

목동로데오거리는 지하철 5호선 목동역 2번출구 바로미터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나다. 다양한 의류 상설할인 매장이 집중돼 있다. 특히 맛집이 함께 모여 있어 음식문화의 거리라 부른다. 매년 봄 이곳에서 벚꽃문화축제를 개최해 주민들과 유동인구를 결집시키고 상권 유지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어린 학생부터 청년층,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각 세대의 소비성향에 맞는 상품과 먹거리를 판매하는 점포들이 주를 이룬다. 뛰어난 접근성으로 인한 유동인구의 발길을 잡아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풍부한 소비 품목을 갖추고 집합 상권을 형성해 매출 증대로 연결한다.

신정중앙로에 위치한 목동로데오거리는 목동역2번 출구를 중심으로 700m 도로에 이어진 맛집을 위주로 다양한 점포가 들어서 있다. 식자재유통, 고깃집, 국수집, 조개집, 인테리어, 속옷매장, 아울렛, 치킨집, 주점, 전집, 족발집, 포차, 꼼장어집 등이 모여있다.

이 거리의 특화 행사인 벚꽃문화축제는 20년 넘게 개최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코로나19 본격화로 ‘목동로데오패션거리 온택트(온라인 대면) 페스티벌’로 개최됐다. 유튜브(글로벌MCN), 네이버TV(뮤직존)에서 생방송으로 송출되는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를 통해 패션상가를 재조명하고 맛집을 소개해 인지도 상승에 기여했다.
 

경기침체와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목동로데오거리 전경. 김주현 기자

경제불황과 코로나19 장기화로 소비 활력 잃어 상인들의 시름 깊어

한때 목동로데오거리는 다양한 의류 상설할인매장과 맛집을 명성으로 서울 서남권지역 대표 상권으로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경제 불황과 코로나19로 인한 장기 침체로 매출에 타격을 입어 옛 명성이 많이 실추됐다.

이곳에서 고기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비싼 권리금을 주고 상가를 얻어 시설비에 재료비, 직원 인건비까지 초기 비용이 상당하게 소요됐다. 장사가 제법 잘 되는 듯 싶다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집합금지 등의 영향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또 지역에 코로나 환자가 많이 발생하면 그나마 오가던 걸음도 거의 끊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족 단위의 손님들도 현저히 줄면서 매출 감소가 더욱 두드러졌다”며 한숨 섞인 목소리를 냈다.

분식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떡볶이, 순대, 호떡 등 서민들이 즐겨 먹는 먹거리를 팔고 있다. 예전에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려와 간식을 사 먹곤 했는데 지금은 코로나19 여파로 이러한 발걸음마저 뚝 떨어진 상황이다. 금전적으로 별 부담이 없어 좀처럼 경기를 타지 않던 이 장사도 이젠 국민 간식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루종일 힘들게 서서 일하지만 보람도 없고 멍하니 손님 오기만 기다리자니 속도 상하고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속옷매장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15년 동안 한 자리에서 속옷을 팔고 있지만 지난해와 올처럼 힘든 시기가 없었다. 사람들이 식사와 술자리를 위해 오가는 길에 매장에 들려 물건을 사기도 하고 일부러 쇼핑차 들르기도 했는데 지금은 집 밖에 나오길 꺼려하면서 온라인 쇼핑으로 구매를 전환해 더 어려워졌다. 이 장사를 접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10년 넘게 부동산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이곳은 양천구의 대표 상권으로 권리금이 몇억에서 적게는 천만원대까지 거래가 이뤄졌다. 대로변 목 좋은 코너자리는 부르는게 값이라는 말까지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점점 권리금도 뚝 떨어지고 無 권리금 점포에 비어있는 점포까지 나오면서 상인들과 임대인들의 시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부동산 대표는 “경기침체로 옷가게가 많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식당들이 개업하는 추세”라며 “배달 전문 식당 등이 많이 들어서고 있지만 안쪽으로 비어 있는 상가가 많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에 목동로데오거리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져 상인들의 시름이 깊다. 김주현 기자

포스트코로나시대 상인들의 자구책과 지자체의 골목상권 활성화 방안

경기침체와 더불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목동로데오거리 상인들은 양천구청과 손잡고 상권 활성화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 중이다. 구는 이곳에서 매년 축제를 개최해 주민들과 외부 방문객의 눈길과 발길을 잡고 잠재적 고객수요를 확보한다.

특히 구는 디지털 서비스 3박자 지원체계를 갖추고 소상공인을 위해 ‘배달 앱 · 온라인 예약 · 디지털 마케팅’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나인스와 ‘소상공인 디지털화 및 판로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소상공인 O2O 플랫폼 ‘우리 가게’ 앱을 운영 중인 ㈜나인스는 다양한 업종의 소상공인에게 디지털마케팅과 고객 유치 및 홍보 활성화를 지원 중이다.

이밖에 경영 위기에 처해있는 업체 지원을 위해 ‘중소기업 육성기금’ 융자를 지원한다.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는 특별신용보증을 제공해 사업 활성화를 꾀한다. 임차인의 임대료 부담 완화를 위해 ‘착한 임대인 지원사업’도 추진해 총 임대료 인하액 구간별로 1인당 최대 100만 원 상당의 양천사랑상품권을 지급한다.

무급휴직 근로자 고용유지지원금도 신청받는다. 관내 50인 미만 소상공인 및 소기업 대상으로 고용보험에 가입된 근로자가 ’2020년 11월 14일부터 ’2021년 3월 31일까지 월 5일 이상 무급휴직한 경우, 1인당 월 50만 원, 최대 3개월 150만 원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구는 정부의 제3차 재난지원금(버팀목 자금) 대상에서 제외된 업소에 지원금을 보전하고 노래연습장, PC방, 체육시설업을 대상으로 3억 8,600만 원의 휴업지원금도 지급했다.

상인들도 살아남기 위한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마련했다. 기존 직접 판매에서 벗어나 배달과 포장에 치중하고 상가 전체가 연합해 질 좋은 상품에 대해 주기적으로 할인행사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새롭게 장사를 시작하려는 예비창업자와 업종 변경을 고민하는 상인들은 테이크아웃과 배달업종을 고려한 개업을 준비 중이다.
 

코로나19로 인적이 끊겨 15년 넘게 운영하던 횟집을 접고 본인이 자신하는 만두로 다시 승부수를 띄운 ‘홍봉자치즈굴림만두’의 홍봉자 대표. 김주현 기자

온라인 상가 구축 ‘주목’... 포스트코로나시대 극복할 대안으로 떠올라
 

양천구청의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 중 많은 상인들이 온라인 상점 구축에 주목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진행한 사업으로 청년 디지털 서포터즈들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배달 앱 환경 구축, 통신판매업 신고 및 온라인 판로개척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총 28개의 업소를 대상으로 ‘블로그, 카카오 채널, 인스타그램’ 등의 SNS 홍보를 통한 활용법을 알리고 ‘온라인 스토어 개설, 메뉴판 디자인 및 리뉴얼, 홍보영상 제작’등의 개인 맞춤형 교육을 실시했다.

구는 상인들의 높은 호응에 힘입어 올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총 20명의 서포터즈들이 12월까지 활동하며 희망업소를 분기별로 선정해 체계적인 지원을 계획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적이 끊겨 15년 넘게 운영하던 횟집을 접고 본인이 자신하는 만두로 다시 승부수를 띄운 ‘홍봉자치즈굴림만두’의 홍봉자 대표는 “양천구에서 10년 강서구에서 5년 동안 횟집을 운영했다. 사실 만두는 회를 팔면서 사이드 음식으로 선보였다. 손님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만두를 소개하는 등 젊은층을 중심으로한 SNS의 효과를 보면서 만두를 찾는 손님들이 늘어났다. 이즈음 각종 재료와 인건비 등 에너지 소비가 많은 횟집을 접고 다른 업종으로의 변경을 고민하게 됐다. 마침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횟집을 그만두고 만두집을 개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오프라인 매장 운영의 한계를 느끼고 온라인 배달과 포장, SNS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때 신정4동 주민센터의 추천으로 양천구에서 진행하는 청년 디지털 서포터즈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2달 동안 일주일에 한번씩 서포터즈의 도움으로 개인 맞춤형 디지털교육을 받았다. 이러한 교육이 절실한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프로그램을 배운 것”이라며 디지털 교육의 참여 동기를 설명했다.

홍 대표는 “많은 자영업자들이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디지털교육에 대한 배움을 원한다. 하지만 시간상, 절차상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아 포기하는 예가 많다. 이때 구청에서 실시하는 디지털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제2의 인생 설계가 가능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이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것 같다”며 자신의 선택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어 “현재 코로나19와 경기침체로 모든 자영업자들이 힘들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자영업자 스스로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자구책을 마련해 열정을 가지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면 생존의 길은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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