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란 군대와 혁명수비대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의 거리, 상점, 공공장소를 청소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라는 체제수호 신호일까 ?(그래픽 : 시사경제신문)

이란의 권력구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종교 보수주의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의 발발로 완전히 혼란스러워 보인다.

지난 223일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Ayatollah Ali Khamenei)는 이란의 적들이 의회선거 투표를 단념시키기 위해,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을 좋은 구실로 사용하는 우스꽝스러운 질병(ridiculous disease)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33일 점점 더 많은 정부 관리들이 이 병에 걸리거나 사망하자, 그는 사람들이 이 질병과 맞서 싸우기 위해 제 4의 시아 이맘(Shia imam) 기도 모음집인 사히페 사지디에(Sahifeh Sajjadieh)의 일곱 번째 기도를 읽을 것을 권고했다.

사히페 사다지예는 이슬람 예언자 마호메트의 증손자인 알리 이븐 후세인 알 아비딘(Ali ibn Husayn Zayn al-Abidin)의 탄원서를 말하는데, 이 책은 카르발라 전투(Battle of Karbala, 680 AD) 이후에 작성된 것으로 전해지며, 인간과 신의 관계를 기술하고 있다고 한다. 이슬람 시아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책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의 중심지는 이란의 종교 수도인 쿰(Qom)이라는 성스러운 도시다. 8대 시아 이맘의 자매인 하즈라테 마수메(Hazrat-e Masoumeh)의 사원과 이맘 레자(Imam Reza) 및 수십 개의 신학교가 있는 곳이다.

쿰은 이슬람 강경파의 보루이다. 이맘 레자의 사원은 마샤드(Mashhad)시에 있는 이 두 사원이 "치유의 집"이라는 보수적인 시아파 신앙의 흔들림 없는 부분이며, 매년 수백만 명이 두 사원에서 그들의 질병에서 벗어나 구원을 얻고자 한다.

이 병을 막기 위해 하즈라테 마수메를 폐쇄한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자, 세이예드 모하마드 사에디(Seyyed Mohammad Saeedi) 사원의 관리인은 사람들은 이곳에 와서 그들의 병으로부터 치유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것은 열린 채로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이슬람 사원의 책임자는 성명에서 “(이곳이) 가장 높은 수준의 항균성이며 코로나바이러스 전염에 대한 강력한 장벽이라고 말했다고 미들 이스트 아이(Middle East Eye)18일 전했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두 사원(모스크)을 폐쇄한다는 것은 처음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맘 레자 사원은 이제 거의 완전히 폐쇄되어 모든 기도가 없어졌고, 하즈라테- 마수메 사원도 공식적으로 폐쇄됐다.

이는 이미 쿰에서 시위를 촉발시켰고, 경찰은 지난 16일 밤 폐쇄를 무시하고 이맘 레자 사원과 하즈라테 마수메 사원에 진입한 군중을 해산시켰다. 이 전례 없는 상황이 더 이상의 불안 없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40여 년 동안 미국과 서방 세계로부터 다양한 경제 제재를 당해온 이란 경제는 위기에 처해 있다. 부패와 잘못된 국가 경영을 미국의 제재만큼이나 이란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보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최근 이란에서는 경제학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의 제재가 해제되었을 때에도 핵심적인 문제는 부패의 산물인 불평등한 부 분배(unequal distribution of wealth)”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거시경제 지수는 부유층들이 자신들의 실질적인 소득을 비밀로 하기 때문에, 소득 불평등(income inequality)의 확대 등 전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몇 년 전 메흐르 통신사(MNA, Mehr news agency)는 이란 '시골사람들(countrysiders)'의 비참한 생활환경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후 웹사이트에서 사라진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시골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농촌에서 대도시로 몰려들고 있다. 도시 생활을 할 여유가 없어 주변에 건강이나 교육 같은 서비스를 빼앗긴 채 빈민촌을 형성한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세계 부패지수에서 176개국 가운데 147위를 차지하는 이란의 부패시스템 참여자들이 뇌물과 공공부문의 오용과 관련된 음흉한 거래를 포함한 후원, 족벌주의, 정실주의, “우월적 지위를 통한 이윤추구(rent seeking activities : 지대추구행위)”를 통해 부를 축적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은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심화시켰다. 불황으로 수입이 끊긴 사람이 수없이 많고, 전염병과 맞서기 위해 치솟는 가격의 위생품을 구입할 여유가 없는 사람도 수두룩하다.

하산 로하니(Hassan Rouhani) 이란 대통령에게 충고했던 유명한 경제학자 마수드 닐리(Masoud Nili)는 최근 충격적인 경고문을 통해 최근의 추세가 지속되면, 가난한 사람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항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게 되고, 그들은 전염병에 걸리고 확산되는 서사시가 될 것이다라고 썼다. 이란 보건부 이라즈 하리르치(Iraj Harirchi) 차관은 지난 17일 코로나바이러스 질환이 집중되어 있는 곳은 주로 가난한 이웃에 있다고 단언했다.

개혁 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아바스 압디(Abbas Abdi)는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을 해결하는 것이 이란 정치체제의 모든 실험의 어머니라고 말한다. 그는 현재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권한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정부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보건부 장관 사에드 나마키(Saed Namaki)는 사람들이 복지부의 지시를 무시하는 것에 대해 깊은 불만을 표시했다.

이미 이란 국민들은 현재의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가 잇따르면서, 미국이 드론(drone)으로 정밀 타격해 이란혁명수비대의 정예군인 쿠드스(Quds Force)의 사령관 카셈 솔레이마니(Qassem Soleimani)를 살해 했을 때, 이란 지도부는 이를 활용해 반정부에서 반미운동(Anti-America)으로 전환시켜 일정정도 뜻을 이루려는 듯한 시기에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시켜놓고도 이란 군의 행동이 아니라고 발뺌을 하다 미국이 영상 등의 증거를 대자, 하는 수 없이 이를 인정하는 등 이란 국민들은 거짓말하는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여객기의 추락과 176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사망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란 군에 의해서 발생한 사건이다.

압바스 압디는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는 예외 없이 가족, 교육 제도, 종교, 경제, 정부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모든 기관을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광범위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사람들은 전염병과 싸우기 위한 책임 있는 기관으로서 정부를 신뢰해야 하지만, 이 신뢰는 지난 몇 달 동안 심각하게 손상되어 왔다.

정부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갑작스런 휘발유 가격 인상 결정은 이란 전역의 도시와 마을에서 시위를 촉발시켰다. 인터넷 접속이 중단되었고, 이란이 외부 세계와 단절된 동안 수백 명의 사람들이 철권 단속으로 목숨을 잃었다. 미국에서는 이란국민들의 반정부 시위 도중 1500명이나 사망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병하는 동안 은폐가 또 다시 정부 신뢰를 흔들리게 하는 것 같다. 공식 사망자 수(310일 현재 429)와 현지 당국과 의과대학이 발표한 사망자 수(310일 기준)에는 사망자가 가장 많은 두 도시 테헤란과 쿰을 제외하고 최소 853명이라는 큰 차이가 있다.

최근 국회의원 선거 기간에는 신뢰 추락과 대도시에서 엄청난 불만이 표출됐다. 테헤란에서는 유례가 없이 유권자의 75%가 투표를 하지 않았다.

요즘 이란 군대와 혁명수비대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의 거리, 상점, 공공장소를 청소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라는 체제수호 신호일까 ?

[시사경제신문=성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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