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자 모두 설득할 수 있는 절충안 필요

서울시 세운 제 3구역과 수표구역 재개발 사업이 일시 중단된 가운데 이해관계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 도출이 요구되고 있다. 백종국 기자

 

[시사경제신문=백종국 ]  서울시의 사업 중에서 세운 제 3구역 재개발만큼 주목받은 사업은 많지 않다. 지난 1월 을지면옥 양미옥 등 노포(老鋪·오래된 가게)가 철거된다는 언론 보도와 비난 여론이 나오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을지로 일대 개발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이는 곧 서울시의 세운재정비촉진지구와 수표도시환경정비구역 재개발사업 일시 중단 조치로 이어졌다.

이 조치로 세운 3-2·6·7구역과 3-3구역, 그리고 수표구역의 재개발이 올해 말까지 중단됐다.이들 구역은 재개발을 둘러싸고 토지주, 소상공인, 시행사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곳이다.

지난 2일 방문한 수표구역에는 재개발을 반대하는 현수막과 포스터가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청계천변 사거리 코너에는 수표구역 공구상가 소상공인들의 연합인 청계천생존권사수비상대책위원회 천막이 3개월째 유지되고 있었다.

올해 말까지 재개발을 중단하는 서울시 조치로 일대에 거친 함성은 잦아들었으나 이해관계자들은 재검토 분위기에 이해득실을 따져야 하는 처지가 됐다. 우선 지난해 12월 세운 3-1, 3-4·5구역을 전격 철거하며 호기롭게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을 밀어붙였던 시행사 한호건설그룹은 추가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을지면옥과 양미옥은 가게는 유지할 수 있게 되었으나 시세보다 훨씬 높은 평당 단가로 토지를 팔 기회를 날릴 수도 있게 됐다. 기업형 가게인 을지면옥과 양미옥을 생활유산으로 볼 수 있냐와 이들을 보호할 법적 근거가 있냐는 여전한 논란거리다.

토지주들의 75% 이상 찬성으로 재개발이 예정된 수표구역은 많은 세입자들이 자리를 떴으나 남은 소상공인들이 시행사 등에 이주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 구역에서 세를 얻어 호프집을 운영하는 한 소상공인은 영업 보상뿐만 아니라 권리금과 인테리어비용에 대한 보상도 바랐다.

청계천생존권사수비상대책위원회는 재개발 전면 중단을 요구했다. 비대위 강문원 위원장은 “60여 년간 상권을 키워온 공구상가 일대는 정밀가공지역으로 단층에서만 작업할 수 있고 인근 가게와 협업으로 일하므로 이 일대 재개발은 공구상가 종사자들의 생존권을 빼앗는 것이라며 이 일대 슬럼화는 서울시가 30여 년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어두면서 화장실 하나 새로 짓지 못하게 한 때문으로 슬럼화를 명분으로 재개발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땅을 파면 600년 된 문화재가 쏟아져 나오고,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인근 땅에 26층 아파트를 짓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건물 리모델링을 통해 공구상가 일대를 얼마든지 재정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운지구 일대 재개발은 그동안 서울시장이 누구냐에 따라 부침을 겪었다. 지난 1979년 정상천 서울시장이 세운지구를 정비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진전은 없었다. 2006년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세운상가 일대를 재정비촉지지역으로 지정해 초고층 건물을 짓겠다고 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나서는 사업자가 없어 중단됐다. 박원순 시장은 2014년 세운지구에 아파트와 업무시설, 상가 등의 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히고 이를 추진해왔다.

어렵게 물꼬를 튼 사업이었지만 서울시는 세운지구 재개발 추진에서 매끄럽지 못한 면을 보였다. 관리처분인가 전 철거 및 선이주 방조, 서울시 조례에 규정된 사전협의체 미이행, 세입자 대책 미비 등으로, 청계천생존권사수비대위는 이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신중한 재개발 정책 수립 없이는 서울시의 도심 재개발 정책이 또다시 표류하거나 용산참사와 같은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존과 철거를 확실하게 결정하고 재입주 절차, 소상공인 생존권 보장대책 등을 확실하게 마련하라는 것이다. 또 세입자 퇴거 문제를 건물주와 시행사에게만 떠넘기면 안 된다고 했다.

서울시는 정비 사업을 도심전통산업과 노포 보존 측면에서 재검토하고 연말까지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세운상가 일대 노포와 영세 공구상들에 대한 합리적 보상방안과 제조업 특화단지 육성안 등을 고려한 절충안이 예상되고 있다. 여러 난제를 풀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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