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억제하며 재건축 추진하는 방도 마련해야
아파트값 상승 우려로 재건축 지연에 불만 급증

부동산 투기 우려에 강남 대단지 재건축에 소극적인 서울시에 재건축 단지들의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사진은 대치은마아파트. 사진 백종국 기자

[시사경제신문=백종국 기자] 서울 강남권 대규모 재건축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지난 3~4월 강남 대치은마아파트, 송파 잠실주공5단지 주민들이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자 언론들이 일제히 강남권 재건축의 지지부진한 진행상황에 대해 기사를 쏟아냈다.

서울시의 재개발이 쉽지 않다고 했지만 재건축은 그보다 훨씬 더 어렵다. 특히 강남권 대규모 재건축이 그렇다. 시행인가를 얻는 데만 보통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40년 전인 1979년 28개 동 4400여 가구로 들어서 ‘재건축의 상징’처럼 통했던 대치은마아파트는 아직 재건축 조합설립 인가조차 받지 못했다.

서울시의 이중 삼중의 규제가 재건축 추진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지난해부터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되고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한데다 올해는 국토부가 서울 임대주택 의무비율 상한선을 30%까지 높이겠다고 하고, 서울시가 재건축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도시건축혁신안’을 발표하며 공공성을 내세워 정비사업의 모든 과정에 개입해 용적률 층수 디자인 등을 관리·조정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췄다. 거대한 아파트 단지를 블록으로 나눠 보행로를 설치하고 그 주변에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시설도 설치토록 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서울시가 오는 7월부터 연면적 10만㎡ 이상 모든 건축물에 환경영향평가 실시를 의무화시켜 중소 규모 아파트 단지도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일에 진척이 늦은 상당수 재건축 추진 현장은 일몰제 시한에도 쫓기고 있는 상황이다.

또 새 규정의 도입으로 인해 재건축 지역 세입자 이주대책만이 아니라 유기견이나 길고양이 이주대책도 세워야 할 판이다. 시행인가를 받은 재건축 단지도 사업 지연이나 초과이익환수금 등으로 사업성이 악화하면서 재건축사업을 중단하거나 연기한 곳도 나오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3구의 재건축사업 시행인가 구역은 32곳이며, 관리처분인가 단지 11곳, 이주 및 철거 단지 12곳, 착공 단지 4곳 등이다. 재건축업계에서는 이런 수치가 서울 강남의 신규 주택 수요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다. 4~5년쯤에는 주택 공급 부족으로 서울의 주택가격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배관이 노후화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보건위생과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 이석주 의원은 지난 4월 서울시의회에서 본회의장에서 “녹물 먹고 병드는 주민, 누구의 책임인가"라고 질문하고  "향후 모든 보건위생과 안전사고 책임은 서울시에 있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4월 재건축과 관련한 각계의 민원에 대해 “당장은 재건축 인허가를 내주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박 시장은 지난해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을 언급했다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면서 발언을 철회한 적이 있다.

재건축 지연이 아파트 공급물량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공무원이 그런 것까지 일일이 분석하며 일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대단지 재건축은 부동산값 상승에 미치는 영향과 파급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취재 결과, 재건축이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아직까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이 거래 위축으로 25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는 가운데에도 서울 재건축은 4주 연속 올랐다. 주요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팔리면서 4주간 0.01~0.14% 오른 것이다.

대치은마아파트 인근의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은마 재건축 단지 31평형 시세는 16억5000만원~17억 원, 34평형은 18억5000만원이다. 얼마 전 31평형이 급매로 14억 원에 팔렸다고 했다. “대치은마아파트는 3종주거지 용적률 250%로 1:1로써 일반분양 없이 가되 초과이익환수금이 발생하지 않도록 고급화할 것”이라며 재건축 추진 소식을 전했다.

지난 2015년 대치은마아파트 단지에서 강남구청에 정비구역 지정을 신청할 때 12억 원에 매물을 많이 팔았다는 한 공인중개사는 “당시 한탕을 노리는 30대 후반의 투기세력들이 많이 몰려들어 다소 놀랐다”면서 “은마아파트가 투기꾼의 온상이 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에 새 아파트가 늘어나 희소성이 줄 때까지 재건축 사업이 미뤄져도 시 당국자의 정책에 이해가 간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편 서울시가 부동산값 상승을 우려해 재건축 사업을 틀어쥐고 있는 상황에 대해 비판의 시각도 적지 않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시의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주민들의 생활 불편을 놔둬서는 안 된다며 뭔가 대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서울 도심에 대규모 택지를 공급할 곳은 재건축·재개발 밖에 없다”면서 “만약 투기가 우려된다면 초과이익환수금, 임대주택 강제 배정 등 여러 대책을 활용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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