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시스템 인프라 정비에 아직 시간 노력 더 필요
당장 이용객 적다고 실패 속단은 일러
공공적 취지 시민 공유 시 폭발적 성장 가능성 있어

부진 논란이 일고 있는 서울시 제로페이 사업이 각종 보완으로 도약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영등포역 지하상가. 백종국 기자

[시사경제신문=백종국 기자]  최근 제로페이만큼 관심을 끄는 서울시 사업은 많지 않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중소벤처기업부, 서울시 각 구청 등이 제로페이에 쏟는 노력과 관심이 예사롭지 않다. 제로페이는 박 시장의 민선7기 대표 공약이기도 하다.

지난해 1220일 소상공인의 결제수수료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 아래 시범서비스를 개시했다. 제로페이 서울은 결제 카운터에 비치된 QR코드를 스마트폰앱으로 인식하면 사용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금액이 이체되는 모바일 직거래 시스템이다.

신용카드나 현금이 없어도 스마트폰으로 간편결제하면 소상공인 판매자의 결제수수료 부담이 크게 줄고 소비자는 40%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소상공인 결제수수료는 연간 매출액 8억 원 이하이면 0%, 8~12억 원이면 0.3%, 12억 원 초과이면 0.5%로서 신용카드보다 수수료가 0.8~1.4%p 적다. 일반 가맹점 수수료는 1.5%0.1~0.9%p 줄어든다.

소비자의 경우에는 제로페이 공제율이 40%로 신용카드 공제율 15%보다 훨씬 높다. 5,000만원 소득자가 1년에 2500만원을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75만원을 환급받아 28만원을 환급받는 신용카드에 비해 약 47만원을 더 받게 된다.

과연 현실에서는 어떨까.

제로페이 결제를 위해 주거래은행의 간편결제 앱인 ‘Liiv’(리브)를 휴대폰에 설치했다. 양천구 목동의 파리바게트, CU, GS25에서 결제를 시도했으나 결제거부를 당했다. 세 군데 모두 연말연초에 걸쳐 제로페이 가맹점에 가입했으나 아직 온라인망이 연결되지 못했던 것이다. 앱에서는 결제 가능 가맹점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었다.

롯데리아의 경우는 직영점과 가맹점의 차이가 있는 듯했다. 목동의 가맹점은 아직 연결이 원활하지 않은 듯 직원이 미안하다며 해외 체류 중인 사장을 대신해 본사에 문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제로페이 시범지역인 영등포역 지하상가의 롯데리아에서는 순조롭게 결제해 햄버거를 주문할 수 있었다. 메뉴를 주문하고 앱(App)을 열어 QR코드를 찍은 다음 결제금액을 입력하니 관리자들이 휴대폰에서 입금내역을 확인했다며 주문을 완료했다.

카운터의 여직원이 제로페이 결제 처리 경험이 없어 조금 당황해하자 안에 있던 관리자가 나와 신용카드와 같이 취급하면 된다고 조언해주었다. 입금내역 확인이 어렵지 않은지 기자가 묻자 그 관리자는 모든 관리자의 휴대폰에 입금내역이 전송돼 쉽게 확인 가능하다고 답했다.

제로페이 결제 영수증. 하단 부분에 '서울페이'라는 표기가 보인다. 백종국 기자

 

이날 기자의 제로페이 시범 사용은 제로페이가 안고 있는 문제와 가능성을 모두 보여주었다. 제로페이는 아직 인프라가 완벽히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아직 시범서비스 기간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정부 일이 그렇듯 발표가 현실화되기까지는 다소의 시간이 요구된다.

제로페이 가맹점이 9만 곳 넘는다고 하지만 전체 업소의 15% 정도로서 광범위한 이용과는 거리가 멀다. 제로페이 사용 실적은 아직 신용카드 대비 0.0005%에 불과하다. 신용카드처럼 절차가 간단하지 않아 시간이 몇 배 걸리고 포인트 등 과외의 혜택이 없는데다 외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신 기능도 일부 제휴카드(케뱅페이)에만 적용된다.

게다가 제로페이가 약속하는 소득공제 40% 혜택도 소상공인기본법이 제정되고 이 법을 근거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만들어져야 가능하다. 정확한 시기를 확정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제로페이의 실패를 얘기하는 것은 속단이다.

제로페이의 부진은 현금을 제외한 결제시장에서 신용카드의 점유율(78.7%)이 압도적인 현실에서 간편결제서비스 시장이 갖는 생래적 한계와 연관된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 19개 페이가 간편결제서비스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성과는 모두 시원치 않다. 성장 잠재력을 보고 투자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이중 제로페이는 9위 순위에 올라 있다.

다행히 제로페이가 갖고 있는 약점들은 서서히 보완되어 가고 있다. 현재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존 포스(POS)기와 연동해 점포 직원이 바코드를 찍으면 결제금액이 자동으로 요청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개선하는 작업에 착수, 이르면 4월까지 완료할 전망이다. CU GS25 세븐일레븐 등 6대 편의점도 4월까지 제로페이에 일괄 가맹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공영주차장 주차요금 등을 10~30% 할인해주는 조례 개정을 입법예고했으며, 따릉이 이용료 할인을 위해 조례를 개정하고 현재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390여 개 서울 공공시설 이용 시 제로페이 할인도 추진된다.

이달 하순부터는 모바일 티머니앱을 통해 제로페이를 사용하면 결제액의 1~2%를 마일리지로 돌려주기로 했다. 일부에서는 제로페이가 관제 페이라고 폄하하지만 지금의 신용카드도 정부가 세원 확보를 위해 정책을 통해 대대적으로 장려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었다.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해 서울시와 정부는 많은 정책수단을 갖고 있다. 심지어 중국의 대표 간편결제서비스인 알리페이처럼 결좌계좌 금리를 시중 은행금리보다 높여준다거나, 제로페이를 쓸 수 있는 새로운 공공 서비스 사업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서울시와 여당은 내년 제로페이 전국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거기다 애초의 출범 취지인 소상공인의 부담 완화를 위한 마음을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제로페이는 폭발적인 확장을 이룰 수도 있다. 롯데리아에서 제로페이 결제 시 시간은 조금 더 걸렸지만 이것이 어려운 소상공인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하니 기꺼이 감내할 수 있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백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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