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공간 제공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할 시점
민간 주도로 창업 네트워크 활성화하기로
유망벤처 옥석 가리고 내실화 기해야

서울시 창업지원사업이 기존의 창업공간 제공에서 민간 주도의 네트워크 활성화로 중심이 옮겨지며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사진은 서울 공덕동의 서울창업허브. 사진=백종국 기자

 

[시사경제신문=백종국기자 ]  서울시는 현재 여러 창업지원 사업들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각종 창업지원 시설을 설치하여 창업 인큐베이팅을 비롯해 창업 공간, 마케팅, 창업 운영자금 등에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아 왔다.

서울시는 산하에 창업지원 집행기관으로 서울 각 지역에 창업지원시설 27개소, 창업정보 교류 공간 10개소, 메이커 스페이스 7개소 등 총 44개의 센터를 두고 있다. 이 중 서울창업허브는 창업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창업 후 성장기업까지 창업 전 단계를 대상으로 창업 공간과 컨설팅 및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한편 글로벌 진출 지원 및 특화 산업 육성 등 다양한 연계사업을 지원하는 허브 역할을 해왔다.

이런 기관들의 노력으로 서울시는 많은 스타트업들을 발굴하고 적어도 스타트업들에 있어 부족했던 공간문제를 상당히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입주기업으로 선정된 스타트업들은 창업공간을 확보하여 여러 가지 일들을 한 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는데다가 보다 쉽게 직원을 채용하는 이점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창업 지원의 짧은 역사에다 실업난 구제 차원에서 지원하는 성격이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기술적으로는 옥석을 가려 집중 지원하지 못하고 좀비 스타트업을 도와준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앙정부에 비해 적은 지원 규모 등 지자체로서 갖는 한계도 분명히 존재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2022년까지 19,000억 원을 투입해 서울을 세계에서 5위 이내의 창업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지난 44일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매출액 100억 원 이상 벤처기업을 100개 이상 배출하고, 총 사업체 대비 벤처기업 매출도 현재의 3%에서 20227%로 확대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이를 위해 창업지원센터의 헤드 격인 서울창업허브의 시스템을 최근 개편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시는 전문 민간 파트너스와의 협력을 토대로 서울창업허브를 스타트업 종합보육센터 컨트롤 센터로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전문 민간 파트너스란 창업 생태계에 필수적인 벤처캐피탈, 엑셀러레이터 등을 말하며 이들 주도로 서울창업허브 입주 기업을 추천·심사·선발하고 보육과정에 참여하여 후속투자 검토, 연계를 위한 컨설팅 활동을 하게 된다.

서울창업허브의 코워킹스페이스. 사진=백종국기자

 

서울창업허브를 물리적인 공간 개념에서 연계거점으로 확장해 민간 파트너스에 실질적인 투자유망기업 소싱 채널을 제공하고, 성장유망기업들은 이들 파트너들의 지원을 통해 기업역량 강화와 비즈니스 확대 기회를 제공받게 될 예정이다.

누구를 지원해야 하느냐, 즉 타겟팅의 문제는 매우 중요합니다. 국가경쟁력을 만들어갈 창업자를 길러내야 하니까요. 그동안 벤처형과 자영업형을 혼용하여 지원한 경우가 많았습니다만 이제는 두루뭉술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산업진흥원(SBA) 고봉진 본부장은 어려운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와 분리해 벤처 창업가에 대한 지원과 서울창업허브의 종합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서울창업허브의 역할이 입주지원이 대부분이었다면 앞으로는 네트워크 활성화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창업생태계가 잘 크려면 스타트업만이 아니라 벤처캐피탈, 엑셀러레이터, 특허법인, 회계법인, 변호사, 해외 벤처캐피탈 등 전문가들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며 이들 전문인력들 또한 함께 해야 할 고객임을 강조했다.

고 본부장에 따르면 서울창업허브는 현재 실력이 검증된 전문 파트너의 90%를 확보했으며 이들 전문그룹들로부터 매월 입주기업을 추천받기로 했다. 심사기준은 추천 전문그룹 스스로 투자할 의향이 있는 기업이어야 하고, SBA에서도 선별을 통해 유망벤처에 직접 투자할 계획이다. SBA3년 전부터 삼성동에 투자사업팀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번 서울창업허브 시스템의 개편에는 박원순 시장의 생각도 많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 예산에 국비와 민간 자본을 반 정도 끌어들었으며 블록체인 관련 기업들의 입주도 곧 시작된다. 무엇보다 보다 글로벌하게 창업생태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강화됐다.

서울창업허브 내에는 외국 벤처 관련 전문가들을 위한 전용 사무실이 있는 글로벌 존이 새로 설치됐다. 한국 벤처기업이 외국 진출 시 도움을 받고, 외국 사람이 한국의 서울창업허브에서 유망한 벤처기업을 소개 받고 실력 있는 창업자들을 만날 수 있는 등 관련 업무를 한 장소에서 해결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 서울시의 궁극적 목표이다.

서울창업허브의 강명구 부센터장은 차별화된 기획과 네트워킹 활성화로 좋은 플랫폼을 만들어나가고 44개 센터의 특화된 장점은 유지하되 종합지원이 가능하게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나가겠다면서 시스템이 완벽하진 않지만 개선·발전시켜 나가는 중이므로 관심 있게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서울창업허브는 지난 2017년 설립되어 짧은 기간 동안 적지 않은 성과를 냈지만 자신의 약점을 재빨리 간파하고 업그레이드하는 기회를 잡았다. 무엇보다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업들을 선별해 보다 집중 지원키로 하고 산재한 센터들의 구심점을 잡아 창업생태계 육성을 선도해나가겠다는 방침은 진일보한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최근 자료에 따르면 1,000명이 창업하면 이듬해 700명이 폐업하는 구조일 정도로 창업환경이 열악하다. 남은 과제는 내실을 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다 정교화하고 가다듬는 것이다.

한편 서울시는 서울창업허브 근처 공덕오거리의 신용보증기금을 창업공간으로 사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창업공간이 들어서면 공덕동 일대는 창업 벨트또는 스타트업 메카로 기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창업허브의 3D프린터를 이용한 시제품제작실. 사진=백종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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