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위주로 정비사업 줄어 향후 주택 공급 부족 우려

도시재생사업 확실한 성과 만들어내야

서울시의 재개발 정책이 규제 위주로 치우치고 있어 주택 공급 부족과 집값 상승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한남뉴타운 3구역. 백종국 기자

 

[시사경제신문=백종국 기자]  서울시에서의 재개발사업 추진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재개발구역 지정을 추진 중인 지역들은 최근 동의율 확보와 동의서 검증에 서울시가 너무 깐깐하게 나온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는 서울시가 전면 철거보다는, 구역 내 곳곳에 건물과 시설을 남기는 정비+보존 공존방식의 주택재개발을 지향하기로 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서울시는 지난 45일 이 같은 개발과 보존·재생이 공존하는 방식으로 ‘2030 서울시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해 2030년까지 서울시내 주택재개발 사업을 이 틀 안에서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부터 서울시에서 재개발을 추진할 때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임대주택 비율 상한을 최고 30%로 높이겠다는 지난 423일 국토교통부 발표로 인해 서울시의 재개발 사업 여건은 더욱 어려워졌다. 조합과 건설업계에서는 다른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사업성이 크게 떨어져 재개발 사업 추진이 어려워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지난 312일 민간의 정비계획 수립 전 단계부터 관여해 층수·디자인 등 핵심 사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발표해 재개발을 추진하는 조합과 시공사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가이드라인이 정비사업 초기의 진입장벽을 높이고 건물 부지를 줄여 사업성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비구역 일몰제도 재개발 사업을 옥죄어 오고 있다. 정비구역 일몰제는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조에 따라 정비구역 지정 후 2년 이내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거나 추진위원회 승인 이후 2년 이내 조합설립 인가 신청이 이뤄지지 못하면 시·도지사 직권으로 구역을 해제하는 제도이다.

현재 서울시 재개발 15곳이 일몰제 대상지역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도심 신규 택지 공급을 더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가 집값 안정화와 투기수요 차단을 위해 인허가 절차를 늦추고 있어 구역이 해제되는 현장들이 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재건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했던 재개발 사업도 서울시와 정부의 각종 규제로 난관에 봉착했다. 최근 5년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5군데에 그쳤으나 앞으로는 이보다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그동안 서울시내 683곳의 정비구역 중 393곳이 구역 해제가 결정됐다는 사실은 서울시의 재개발 정책이 재개발을 독려하기보다는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려준다. 이는 지난 2011년 박원순 시장의 첫 취임 이래 줄곧 이어져온 정책의 연장선상에서다.

박 시장은 3개월 경청·토론 끝에 취임 이듬해인 2012서울시 뉴타운·정비사업 신정책구상을 발표, 소유자에서 거주자, 사업성과 전면철거에서 공동체·마을 만들기로 중심축을 전환하고 세입자 재정착 가능 시스템 구축 등 사회적 약자 권리 및 주거권 보장을 강화했다.

과다 지정된 610개 사업구역에 대해 실태 조사하고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뉴타운 재개발 진퇴를 주민의사에 맡겼다. 분담금 증가 등으로 주민의 과반수가 반대하면 구역을 해제하고 그 지역에는 주거재생을 지원했다.

전면 철거 후 재정비라는 기존의 재개발과는 다른 정비·보존 공존 개발방식은 2012년 처음 제시됐다. 부정행위 전적 시공업체의 재개발 입찰을 제한하고 주민 분담금을 공개토록 하고 시공자 중심의 공사계약 관행을 타파하는 등 공공관리제시행으로 투명성과 공공성 확보에도 역점을 두었다. 조합 가옥주 세입자 공무원 등이 함께하는 사전협의체도 구성, 운영했다.

2014년에는 기존 물리적 개선사업을 넘어 장소 중심의 사회·경제·문화 통합재생을 추진한다는 도시재생이 도입되어 유명무실화된 뉴타운 재개발을 대체해 나갔다. 2015년 이후 도시재생사업은 전면 철거 후 정비라는 기존의 재개발을 대체하여 정비와 보존이 공존하며 공동체인 마을을 가꾸는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박원순 식 재개발 출구전략에 최근 제동이 걸렸다. 역사문화 보존을 이유로 한 사직2구역에 대한 서울시의 정비구역 직권해제가 무효라고 지난 425일 대법원이 최종 판결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사직2구역뿐만 아니라 옥인1구역·충신1구역 등 비슷한 이유로 정비구역 직권해제를 당한 지역과의 재개발 추진 여부와 피해 보상 문제 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동향이 향후 재개발 추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서울시의 규제 위주 재개발 정책은 정비사업을 위축시켜 수급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결국 서울의 집값을 올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는 부족한 주택 공급을 재정비촉진지구 내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의 상업지역 주거비율을 최대 90%까지 늘리는 등 용적률을 높임으로써 해결하려 하고 있다. 현재 9개 지구 15개 구역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토건업자에게 특혜이고 투기를 조장하며 분양가 및 임대료 상승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발할 것이라는 지적이 시민단체에 의해 제기됐다. 용적률에 있어 주거지역·준주거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도 잠재되어 있다.

재개발이 지연되면서 국제도시로서의 서울의 도시경관은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주택 노후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71월 기준으로 서울에서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주택은 전체의 37.2%167000동 가량이며, 주로 재개발 지역에 분포하는 단독주택의 경우 노후주택 비중은 47%를 넘어선다. 이 같은 노후주택들은 거주자들의 안전과 위생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서울시의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도시재생이 말 뜻대로 마을, 재개발, 재건축을 모두 아울러 도시를 되살려야 하는데 마을 가꾸기에만 국한되고 있다는 게 이유다. 도시재생사업에 서울시가 많은 투자를 했음에도 결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명지대 부동산학과 권대중 교수는 서울시의 도시재생사업은 중장기 대책이 아니다면서 북촌, 서촌처럼 보존할 뚜렷한 대상이 있는 지역이 아니라면 당장은 좋아도 10~20년 후에는 다시 슬럼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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