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실의 선거 개입, 정당민주주의의 근본 훼손...중차대한 사안"
이진복 정무수석 "후보는 대통령과 동급아냐...대통령 끌어들이지 말아야"

국민의힘 안철수 당 대표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동대문구 갑을 합동 당원대회에서 양팔을 번쩍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3.2.5
국민의힘 안철수 당 대표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동대문구 갑을 합동 당원대회에서 양팔을 번쩍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3.2.5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심 논란으로 내홍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의원과 대통령실이 정면충돌했다. '안철수는 윤심 아니다'라는 대통령실발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안 의원이 "특정 후보에게 윤심이 있다, 없다라는 기사가 나오지 않도록 국민의힘 지도부와 선관위가 강력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이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안 의원과 대통령실이 정면 충돌하면서 '윤심' 논란이 점입가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안 의원은 5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대통령실의 선거 개입이라는 정당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대통령실의 전방위 압박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안 의원은 "이렇게 전당대회를 치르다가는 내년 총선 승리는커녕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혐오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실망만을 안겨줄까 너무나 두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선관위는 모든 후보의 선거 캠프가 확인되지 않은 의혹과 의문을 가지고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일이 없도록 공정선거, 클린선거 협약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현역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은 당규에 의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나 반대를 표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도 이 조항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선관위는 이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에 대해서는 당 윤리위에 제소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진복 정무수석 "후보는 대통령과 동급아냐...대통령 끌어들이지 말아야"

이진복 정무수석이 4일 오후 김진표 국회의장을 예방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3.1.4
이진복 정무수석이 4일 오후 김진표 국회의장을 예방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3.1.4

안 의원의 주장에 대통령실이 발끈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안 의원이 ‘윤심 발언을 없게 해달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굉장히 잘못된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이 수석은 "안 후보는 더 이상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말고 대통령 얘기하지 말고 정책과 후보들간의 논리로 말씀으로 선거에 임해달라"고 촉구했다. 더 이상 윤 대통령을 언급하지 말라는 사실상 공개 경고인 셈이다.

연합뉴스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수석은 이날 오후 국회를 찾아 정진석 비대위원장을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회를 방문한 이유'를 질문 받고 "오늘 안 후보가 페이스북에 대통령실이 선거 운동에 개입을 하고 있다고 비대위와 선관위에서 엄중히 경고해주길 바란다는 글이 올라왔다고 해서 비대위원장을 만나 뵈러 왔다"며 "무슨 연유에서 그런 말씀을 했는지 감(感)은 있지만 그간 사항들을 보면 그 말은 굉장히 잘못된 모순"이라고 말했다.

그는 "첫째는 안윤(안철수-윤석열)연대라는 표현 누가 썼나. 그건 정말 잘못된 표현이다. 대통령과 후보가 어떻게 동격이라고 얘기하나"며 "그건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리더십을 굉장히 흔드는 표현"이라고 안 후보를 비판했다.

이어 "후보가 대통령과 동격인 표현인 연대라는 표현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다"며 "지금 당대표를 뽑는 선거다. 대통령 후보 선거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런 표현을 했다는 건 오히려 대통령을 선거에 끌어들이려는 안 후보의 의도 아니냐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수석은 "둘째로 선거가 과열돼서 그런지 모르지만 대통령 참모들을 간신배로 모는 것은 부당한 얘기다"며 "대통령이 간신인지 아닌지 구분도 못하고 국정을 운영하느냐. 그건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그와 같은 표현은 앞으로 삼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거를 하려고 하면 먼저 정책과 당원의 마음을 얻는 일을 모든 후보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안철수 후보는 더이상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말고 대통령실 얘기하지 말고 정책과 후보들간의 논리로 말씀으로 선거에 임해줄 것을 부탁드리고자 비대위원장을 찾아왔다. 비대위원장에게 그런 뜻을 충분히 전했고 그에 따른 판단을 하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수석은 '오늘 방문은 대통령께 지시 받고 조율 됐느냐'는 질문에 "이런 표현 쓴다고 대통령한테 보고했다. 이런 내용이 있다고"라며 "아마 대통령도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정무수석으로서 이런 일에 개입한 적이 없어서 당연히 얘기하는 것이 맞다"며 "자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얘기하는데 많은 사람이 저라고 생각할 텐데 저는 단 한 번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는 ''대통령실 익명 보도로 안철수는 윤심이 아니다는 보도가 나왔다'는 질문에는 "저는 그런 말을 한 적 없다"며 "여러분도 취재 해보면 대통령실, 여의도 관계자발로 얘기하는데 앞으로도 실명으로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실이 선거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발언했는데 윤 대통령 반응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공식적으로 가서 얘기를 들어야 한다"며 "저한테 말씀 주신 뉘앙스로는 '대통령을 선거에 끌어들이지 말라'. 오히려 먼저 안윤연대를 안철수가 얘기했다. 먼저 끌어들였다. 그런거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사경제신문=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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