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수도권에 집중...서울 52.8%, 인천 34.9%, 경기 11.3%

서울의 한 빌라촌. 시사경제신문 자료사진
서울의 한 빌라촌. 시사경제신문 자료사진

무역회사에 다니는 이모(35) 씨는 2019년 서울 화곡동의 한 부동산에서 소개받은 신축 빌라에 전세계약을 맺었다. 5호선 화곡역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 출퇴근도 용이했다. 무엇보다 신축 빌라인 것이 마음에 들었다. 전세 1억 9천 만원. 주변 시세보다 4천 만원 가량 비쌌지만, 신축이라는 점과 교통이 편리해 생애 첫 전세주택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중개사가 보여준 등기부등본과 토지대장도 깨끗했다.

2년 가까이 살면서 집주인과는 따로 연락하지 않았다. 계약이 끝나면 ‘영끌’로 경기도권 20평대 아파트로 내 집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돌연 집주인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 씨는 작년 말이 돼서야 화곡동 무자본 갭투자깡통전세 사기에 당했다는 걸 알게 됐다.

대행업자와 공인중개사, 바지 임대인이 짜고 신축빌라라는 이점을 이용해 주변 시세보다 비싸게 계약한 ‘깡통전세’ 사기 수법에 이 씨가 당한 것이다. 이 씨는 전세사기로 피해를 보고 내 집 마련은 포기한 상태다.

'빌라왕' 사건 같은 깡통전세 사기 피해자들 중 2030세대가 70% 가까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은 2030 세대가 전세를 얻는 수도권 연립·다세대주택에서 피해가 집중됐다.

국토교통부가 10일 경찰청에 수사 의뢰한 전세사기 사건 106건의 피해자 중 30대가 50.9%, 20대가 17.9%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2030이 피해자의 68.8%에 이르렀다. 40대는 11.3%, 50대는 6.6%를 차지했다.

피해자는 수도권에 집중됐다. 서울지역 피해자가 52.8%, 인천 34.9%, 경기 11.3%를 점했다.

국토부 "깡통전세 피해자, 전세자금대출 만기 연장·저리 대출 지원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주택도시보증공사. 시사경제신문 자료사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주택도시보증공사. 시사경제신문 자료사진

그나마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한 세대는 보증금 반환이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없는 임차인은 보증금을 고스란히 떼일 처지에 놓였다. 특히 서울 강서구 등지의 빌라와 오피스텔 약 240채를 사들여 세를 놓다가 최근 사망한 임대인처럼 임대인이 사라져 버린 경우 체납된 세금으로 주택이 차압되고 경매에 넘어가게 된다. 임차인은 전세보증금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게 된다.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피해자들의 전세자금대출 만기 연장과 저리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경매가 진행돼 머물 곳이 없는 피해자들은 가구당 최대 1억6천만원을 연 1%대 이율로 대출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 전 영업지점에서 신청 가능하다.

긴급 임시 거처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전세사기 피해자 10세대가 HUG의 강제관리주택에 입주한 상태다.

깡통전세 사기 사건이 연이어 터져나오면서 2030세대의 아파트 매입 비중도 크게 줄었다.

여기에 집값 하락에 따른 거래 절벽 속에 2030세대의 전국 아파트 매입 비중은 평균 30% 밑으로 떨어졌다. 2030세대의 '패닉바잉'(공황구매)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매입 모두 줄어들었다.

11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 아파트 거래량 28만359건 중 20대와 30대가 매입한 경우는 7만9천485건으로 28.4%에 달했다. 이는 2021년 평균 31%에 비해 2.6%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에스디알 이종현 부동산 컨설턴트는 “고금리에 집값 하락이 확실시되면서 2030세대의 생애 첫 주택 구입을 미룰 수밖에 없는 시기가 됐다”며 “올해 중후반까지는 이런 기조가 계속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시사경제신문=원금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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