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硏, ‘경제안보 시대, 새로운 에너지 공급망의 구축’ 보고서 발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로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로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위기와 공급망 교란이 주요국들의 에너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문제로 부상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우 적극적인 에너지 전환과 함께 관련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와 체계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달 28일 발간한 ‘경제안보 시대, 새로운 에너지 공급망의 구축’ 보고서에서 “화석연료의 안정적 조달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전환 관점에서는 향후 에너지 자립을 이끌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유진 연구소 연구위원은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제품은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뒷받침하는 필수 요소로서 적정 가격에 공급 차원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안보 논리가 중요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오 연구위원은 “본래 에너지 교역 네트워크는 공급자인 중동·미국·러시아가 수요처인 중국·유럽에 강하게 연결되어 있었다”며 “우크라戰으로 러시아-유럽 간 연결이 약화됐고, 유럽은 미국과 중동에서 에너지 도입을 늘리면서 각 지역 간 연결이 강화되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으로 향하던 에너지를 중국과 인도로 돌려 맞대응 중”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립적 공급처로서 전략적 가치가 급상승한 중동은 미국과 일정 거리를 두면서 고유가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공급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주요 수요처 중 하나인 인도는 미국과 중·러 사이에서 비동맹 중립외교 정책을 강화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해양조선이 수주한 LNG운반선 사진=대우해양조선
대우해양조선이 수주한 LNG운반선 사진=대우해양조선

아울러 오 연구위원은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은 단기적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가스 부족 및 전력난에 대응하고 있다”며 “EU는 지난 7월 에너지장관회의에서 내년 3월까지 가스 소비량을 15% 감축하는데 합의했으며, 겨울철 난방 수요와 러시아 공급 중단에 대응하기 위해 천연가스와 석탄을 최대한 비축하고 있다”고도 짚었다.

그는 “EU는 에너지 위기로 인해 단기간 화석연료 사용이 늘었지만, 2050년 탄소중립 목표는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며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지난 새롭게 자국 내 친환경 에너지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요 국가들은 에너지, 첨단 기술 제품, 식량 자원, 핵심 광물 등 경제적·전략적으로 중요도가 높은 안보 품목들에 대하여 동일 가치를 공유하는 경제블록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새롭게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강조했다.

실제로 EU는 지난 5월 러시아産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한 방안으로 REPower EU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에너지 절약을 비롯해 러시아産 화석연료 독립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고, 에너지 공급망을 다변화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특히 2030년 전체 에너지 소비 중 재생에너지 비중을 기존 40%에서 45%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무게중심의 이동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또 미국이 지난 8월 시행한 IRA에서는 과거 재생에너지 발전 부문에 제한됐던 지원 범위를 넘어, 첨단제조 생산 세액 공제 법안을 도입해 친환경 에너지 설비 제조까지 지원을 확대하였다.

미국 내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 배터리에 대한 소재·부품과 주요 광물을 생산하는 기업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해 보다 안정적인 생산 기반이 갖추어지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안보를 확보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비동맹 참여를 최소화하고, FTA 체결국 등을 우대하는 방식으로 경제블록화를 이끌고 있다.

오 연구위원은 “2010년대 가교 에너지로 주목받았던 천연가스 황금기가 저물고 재생에너지, 원전,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의 시대가 본격 도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며 “화석연료의 안정적 조달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전환 관점에서는 향후 에너지 자립을 이끌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 연구위원은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2.8%에 달해 공급차원에서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이슈”라며 “미국, 유럽 등 주요국에서 새롭게 구축되는 친환경 에너지 공급망은 중립적 위치에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태양광, 원자력 등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수소에 대한 투자도 선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에너지 전환과 함께 관련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와 체계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시사경제신문=박영신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