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운송·관리·활용 등 밸류체인 구축에 대대적 투자 있어야"

산업화 시대를 이끌었던 석유혁명 100년 만에 화석연료 시대가 종말을 맞이하고 수소경제 시대로 에너지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석유는 약 40년, 석탄은 약 230년, 천연가스는 약 60년, 원자력 에너지 생산에 이용되는 우라늄은 약 60년이 지나면 고갈될 것으로 발표된 바 있다. 이 뿐 아니라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사용 감축이 강조되고 있기도 하다.

수소는 우주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흔한 원소로서 ‘영구연료’가 될 수 있으며 탄소 등의 공해 물질도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원이다. 이에 글로벌 에너지 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추진을 위해서도 수소경제 구축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며 이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2003년 발간한 ‘수소혁명’이라는 저서에서 이미 수소에너지가 이끄는 새로운 경제 체계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산업 시대 초기에 석탄과 증기 기관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마련했듯이 미래에는 수소에너지가 기존의 경제·정치·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도 40여 개국이 국가 수소 전략을 발표하는 등 수소 산업 육성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미국과 유럽 및 일본의 유수 자동차업체들은 수소에너지 차량의 상용화를 확산하고 있고, 각국 정부들도 수소 에너지 개발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아 화석연료 시대에 세계 경제에서 밀려났던 역사를 반복하지 않고 수소경제로 재편되는 글로벌 경제의 주도권을 쥐고 수소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더욱 발빠른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에 본지는 우리나라의 수소경제 구축 현황과 과제 등을 짚어보는 기획을 준비했다.

지난 달 10월12일부터 14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그린비즈니스위크2022'에서 한 부스에 수소활용에 대한 안내판이 부착돼 있다. 사진=박영신 기자
지난 달 10월12일부터 14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그린비즈니스위크2022'에서 한 부스에 수소활용에 대한 안내판이 부착돼 있다. 사진=박영신 기자

수소경제로드맵 추진 '지지부진'...수소차·연료전지는 세계1위 달성 

정부가 지난 2019년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이라는 비전 아래 ▲그레이수소에서 그린수소로 수소생산 패러다임 전환 ▲그린수소 확대로 공급량 연간 526만톤, 가격 1kg당 3000원 달성 ▲수소 저장·운송 등 안정적이고 경제성 있는 수소유통체계 확립 ▲2040년까지 수소차 620만대 생산·수소충전소 1200개소 설치 ▲2040년까지 발전용 연료전지 15GW(내수 8GW) 보급 등 계획이 담겼다. 

그린수소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한 수소로 청정수소의 일종이며, 그레이수소는 석유화학 공정 등의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수소 및 천연가스를 개질해 만드는 추출수소 등을 말한다.  

이를 통해 2040년에는 연간 43조원의 부가가치와 42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로드맵의 성과를 보면, 생산·운송·관리·활용에 이르는 밸류체인 구축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린수소 생산은 0이고 부생수소와 추출수소를 총 230만톤을 생산해 수소차 충전과 산업용으로 활용하는 게 전부다.

수소차 생산은 올해 2만5570대에 불과하며 수소충전소도 196기밖에 설치되지 않았다. 연료전지 역시 837MW 달성에 그쳤다.

그나마 수소차 생산량과 연료전지 부문에서 미국(1만4114대, 527MW), 일본(7344대, 422MW), 독일(1145대) 등을 제치고 세계 1위를 달성했다는 점을 내세울 만 하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직 수소경제 초기여서 정부 정책의 성과를 쉽게 평가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수소기술의 중요성을 비롯, 수소 산업의 육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사실상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은 부족하고 지지부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 정부, 청정수소·액화수소에 '중점'

지난 달 10월12일부터 14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그린비즈니스위크2022'에서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에 대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영신 기자
지난 달 10월12일부터 14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그린비즈니스위크2022'에서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에 대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영신 기자

문재인 정부에 이어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 및 세계 1등 수소산업 육성’이라는 국정과제를 제시하고 나선 윤석열 정부는 지난 9일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를 개최하고 2030년까지 “글로벌 수소산업 선도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아울러 ▲대규모의 수소 수요 창출과 그에 맞는 인프라·제도를 구축해 수소 생태계를 확장하고 ▲7대 전략분야를 육성하고 규제완화를 통해 핵심기술확보·수출산업화 추진하며 ▲청정수소 생산기술 국산화 등 수소분야 초격차 기술 확보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수소상용차 3만대, 액화수소충전소 70개소를 보급하고 수소전문기업 600개를 육성하며 오는 2026년까지 청정수소 발전 비중을 7.1%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정부는 올해 2월부터 시행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내년까지 청정수소 인증기준을 마련하고 2024년부터 인증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홍성현 (사)넥스트 박사는 “기존 로드맵은 수소차와 연료전지 등 수소인프라 확보에 중점을 둔 측면이 있다”며 “이번 정부의 전략에서는 정책방향성이 청정수소와 액화수소에 좀더 집중돼 있고 청정수소 생산기술 국산화와 수소 생산·저장·활용 등 실질적인 생태계 구축으로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청정수소, 블루수소 생산과 병행...부유식 해상풍력 개발 등 모색해야

지난 15일 국회에서 '청정수소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인증제도 도입방안'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박영신 기자
지난 15일 국회에서 '청정수소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인증제도 도입방안'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박영신 기자

그러나 청정수소 생산기술 국산화 등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과도기적 차원에서 블루수소 생산과 병행 등을 제안하고 나섰다. 

블루수소란 그레이수소 추출 때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저장하거나 포집·활용·저장 기술을 적용해 보관함으로써 탄소배출을 최소화한 공정을 통해 생산된 수소를 말한다. 

조홍종 교수는 “국내 재생에너지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것은 생산량도 불충분하고 단가도 맞지 않을 것 같다”면서 “과도기적으로 블루수소도 병행 생산하면서 2050년까지 청정수소 자급률을 60% 이상으로 맞춰나가는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성현 박사는 “사실상 재생에너지나 원전 등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또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탈탄소화하는 것만 해도 용량이 충분하지 않은데 수소까지 생산하기에는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홍 박사는 “재생에너지 가격도 비싸 초과되는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먼 바다에 위치해 전력화시키기 어려운 부유식 해상풍력 등을 개발해 수소 생산에 활용하는 방안 등을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청정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홍종 교수는 “초기에 청정수소에 대한 경제성을 확보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그런만큼 대용량 수요처와 규모의 경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조 교수는 “수소를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 등 시장 제도의 개편과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상규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대기업들이 탄소 중립 등 국내외적인 환경 변화에 의해 이제 수소경제 체제로 전환을 안 하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수소 경제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며 “청정수소인증제 도입을 앞두고 있어 기업들 입장에서 혼선이 많아 초안이라도 빠른 시일 내에 제시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의 인증제 기준이 탄소국경조정제도나 EU의 ‘그린 텍소노미’ 등에 부합하지 않으면 기업들이 수출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해외인증기관과 통용될 수 있는 수준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도 짚었다.

[시사경제신문=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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