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해임결의안 박근혜 대통령 시절 딱 1차례...정치적 부담은 어쩌나
민주, 일말의 고려도 없이 거부한 윤 대통령에 "민심 거역했다" 분노
국힘, 이재명 대표에게 화살 돌리고 ‘김진표 사퇴결의안’으로 맞불

윤석열 대통령이 박진 외교부장관에 대한 국회 해임건의안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은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김진표 국회의장에 대한 사퇴결의안을 발의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여야 갈등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됐다. 사진 = 김주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박진 외교부장관에 대한 국회 해임건의안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은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김진표 국회의장에 대한 사퇴결의안을 발의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여야 갈등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됐다. 사진 = 김주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여야 정치권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초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쉽게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 같은 관측이 무색하게 통지문을 받아든 즉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윤 대통령을 포함해 여야 모두 한 치 물러서지 않고 대결을 이어가면서 결국 민생만 고달프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위기 상황에 당장 10월 1일부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까지 크게 인상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는 여야 정치권을 향한 성토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 최저치에도 정치적 고심 없이 “거부”>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저녁 언론에 보낸 공지문을 통해 “오늘 인사혁신처를 통해 ‘헌법 63조에 따라 박진 장관의 해임을 건의한다’는 국회의 해임 건의문이 대통령실에 통지됐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해임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박진 장관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이고 지금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국익을 위해 전 세계로 동분서주하는 분”이라며 “어떤 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국민께서 자명하게 아시리라 생각한다”고 사실상 해임건의안 거부 뜻을 시사한 바 있었다. 

그럼에도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실제로 거부권을 행사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아무리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하더라도,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의사를 반영해 절차적 문제 없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거부권은 곧,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역대 6차례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한 사례는 단 한 차례뿐이었다. 그만큰 역대 대통령들도 정치적 부담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방증이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이 유일하게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거부했지만, 이때 정치권은 그야말로 극심한 몸살을 앓았던 전례가 있다.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여당에서는 최근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야당이 협치에 나서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윤 대통령이 박진 장관 해임건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한동안 ‘협치’는 물 건너가는 상황이 충분이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이에 더해, 이날 한국갤럽은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인 24%를 기록했다는 참담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기까지 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정동력을 회복해야 하는데, 야당과 더 격화된 전쟁을 치른다는 것은 심각한 부담이 아닐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들 때문에 윤 대통령이 쉽게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정해져 있던 결론처럼 달라지지 않았다. 야당도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십자포화를 쏟아냈고, 이에 질세라 여당 또한 야당을 거칠게 비난하며 김진표 국회의장에 대한 사퇴결의안을 제출하며 맞불을 놓고 나섰다. 

<민주, “강력한 저항 전개해 나가겠다” 투쟁 선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자제해오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이날 만큼은 참지 않고 “거짓말하고 겁박한다고 해서 생각이 바뀌거나 들었던 사실이 없어지지 않는다”며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전남도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이 말하며 “지금 들어도 ‘바이든’은 맞지 않은가. 욕하지 않았나, 적절하지 않은 말을 하지 않았나. 잘못했다고 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어떻게 언론사를 겁박하고 책임을 묻겠다, 진상규명을 하겠다는 말을 그렇게 쉽게 내뱉을 수 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민주당은 이날 저녁 윤 대통령의 거부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민심을 거역했다. 결자해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대통령이 저버렸다”며 분노 섞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전대미문의 외교 참사에 어떤 책임도 질 수 없다는 대통령의 입장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대통령이 숙고의 시간은커녕 일말의 고려도 없이 해임건의안을 즉각 거부한 것은 국민 여론과 국회를 무시하는 오만과 독선을 다시 한번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맹성토했다. 

이어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의 요구를 거부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대통령의 해임건의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무능한 외교, ‘욕설, 막말’ 파문이 결국 대통령 자신의 문제라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고 비난했다. 

특히, 이 대변인은 “외교 대참사의 진상규명과 대통령 사과, 책임자 문책이 이뤄질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며 “국민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국정 책임 실종, 무능과 불통 폭주에 대한 강력한 저항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사과와 그에 상응하는 외교라인 문책이 이뤄질 때까지 강력한 반정부 투쟁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한 치 물러섬 없는 국힘, 김진표 국회의장 사퇴촉구결의안 맞불>
국민의힘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가 ‘바이든’ 발언이 맞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듣고 싶은 대로 들리는 ‘확증편향’인지, 아니면 자막조작 방송을 한 MBC와의 ‘정언유착’인지 이 대표의 속내를 알 수 없다”고 반격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민생은 나 몰라라 하고 정쟁을 이어가겠다는 의도는 확실하다. 그렇기에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의회 폭거가 이재명 대표의 진두지휘하에 이뤄졌음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이재명 대표가 ‘국민도 귀가 있고, 판단할 지성이 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도 “이 발언을 하면서 이 대표가 스스로 낯이 뜨겁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후안무치’”라며 “국민께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구체화 되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해 직접 해명을 듣고 싶어하신다. 이 대표 발언을 고스란히 돌려드린다”고 응수했다. 

국민의힘은 또,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에 대한 사퇴촉구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국회의장으로서 민주당이 단독으로 박진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상정하고 처리하는데 중립을 위반하고 편파적으로 의사를 진행했다는 이유에서다. 사실상 박진 장관 해임건의안에 맞불을 놓은 셈이다. 

국민의힘은 결의안에서 “지금까지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는 본회의에서는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쟁점 안건을 상정한 전례가 없었다”며 “김 의장은 야당과 공모해 자신들의 불순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국회법을 무시하고, 교섭단체 간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을 날치기 처리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이와 관련한 논평에서 “국회법과 관례를 무시한 의회 폭거는 예고되었고 정해진 수순이었을 것”이라며 “김진표 국회의장이 있는 한 이 같은 혼란은 반복될 것”이라고 거듭 사퇴를 촉구했다. 

[시사경제신문=정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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