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조차 “정치 자체 올스톱 시키는 나쁜 촌극 될 것” 비판

박진 외교부 장과에 대한 국회 해임건의안이 사실상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과에 대한 국회 해임건의안이 사실상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박 장관이 실제 해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29일 오후, 국회는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170명 중 찬성 168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박 장관 해임건의안을 처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하며 단체 퇴장한 상황에서 다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일부 무소속 의원들만 참여해 사실상 단독으로 처리된 것이다. 

그러나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박진 장관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이고 지금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국익을 위해 전 세계로 동분서주하는 분”이라며 “어떤 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국민께서 자명하게 아시리라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실상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이와 관련해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총칼 없는 외교 전쟁의 선두에 있는 장수의 목을 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맞지 않다”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사자인 박진 장관도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이후 외교부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외교는 국익을 지키는 마지노선이다. 외교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쟁의 희생물이 돼서는 안 된다”며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또 “엄중한 국제정세의 현실 속에서 지금 우리 외교가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국민을 위한 국익 외교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덧붙여 강조했다. 

한편, 정의당은 이번 민주당 주도의 박진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에 불참했다. 이와 관련, 정의당 장혜영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통령 외교 순방 논란의 책임은 전적으로 대통령 자신과 대통령실에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외교부 장관의 해임을 건의하는 것은 마치 동화책 ‘왕자와 매맞는 아이’의 재현”이라고 지적했다. 

장 수석은 “과거 영국 왕궁에는 왕자가 어떠한 잘못을 저질러도 절대로 왕자를 벌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왕자 대신 매를 맞는 아이가 따로 있었다”며 “대통령은 휘핑보이 뒤에 숨지 말고 국민과 국회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해임건의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결국 이번 표결은 국회뿐만 아니라, 정치 그 자체를 올스톱시키는 나쁜 촌극으로 끝나게 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시사경제신문=정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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