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4월내 처리방침에 검찰총장 사퇴 ‘배수진’
국힘⸱법조계, 결사 반대… “피해는 국민들 몫”

사진은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사진=김주현기자
사진은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사진=김주현기자

 

경찰이 대부분의 형사사건을 수사하고 검찰은 6대 중요범죄만을 수사하는 '검경수사권'이 조정된지 1년여 지났지만, 취지와 달리 수사현장에서는 사건처리가 지연되고 있고, 이로 인해 미해결 사건이 쌓이고 있다. 급기야 고소장을 거부하거나 타 경찰관서로 사건을 이관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른바 ‘검수완박’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법조계⸱국민의힘 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검수완박으로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는 민주당과 “수사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결국 국민들만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법조계⸱국민의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검수완박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줄임말로,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해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자는 취지다. 이른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 및 대형참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5일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 172명이 공동 발의자로 서명한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함으로써 강행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검찰에는 기소권만 남게 되고 경찰 등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를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은 유지된다. 

검찰 측과 국민의힘 등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측은 총장과 검사들의 연이은 사퇴로 맞불을 놓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17일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도 없이 이를 강행하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검수완박 반대를 위한 배수진이라는 분석이다. 김 총장은 앞서 13일 "법안이 추진된다면 범죄자가 만세를 부를 것이고, 범죄 피해자와 국민은 호소할 곳이 없어진다.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며, 정의와 상식에도 반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전국 고검장들은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모여 긴급회의를 시작했다.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과 이후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부에서는 법률안거부권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연명으로 호소문을 제출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8일 “검수완박이 현실로 되면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을 기회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한 뒤, “검찰총장의 사퇴와 국민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하는 민주당의 행태는 반민주적”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다. 정의당은 검찰개혁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4월 국회 내 법안 처리 강행에는 반대하고 있다. 정의당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17일 “검찰개혁은 정의당의 확고한 원칙이고 일관된 방향”이라면서 “강대강 진영 대결로 검찰개혁이 본 궤도를 이탈하는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국회 검찰개혁 논의기구' 조속 추진 등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6일 여의도에서 시민들이 검수완박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신일영기자
16일 여의도에서 시민들이 검수완박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신일영기자

 

전문인력 보강 계획 ‘無’… “매끄러운 수사 기대 않돼”
현장에서도 찬반논쟁이 뜨겁다. 
수도권 검찰청 사무국장들도 17일 비상 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수도권 검찰청 사무국장들은 17일 “검수완박으로 검찰 수사관들이 사법경찰관리로서 수행해오던 수사 업무는 물론, 형 집행 및 범죄수익환수 등 검찰 고유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돼 검찰 기능 마비와 업무 혼란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사무국장들은 “자유형 미집행자 검거와 벌과금 미납자에 대한 노역장 유치 집행 등 검찰 고유 업무 수행이 불가하다”고도 말했다. 

이와 함께 “검찰 수사관의 사법경찰관리로서의 지위 박탈 등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의견 수렴 등 아무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도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도 12일 성명서를 내고 “경찰이 대부분의 형사사건을 수사하고 검찰은 6대 중요범죄만을 수사하는 검경수사권이 조정된지 1년여 지났지만, 기대와 달리 수사현장에서는 많은 사건 처리 지연⸱사건 적체⸱고소장 접수 거부⸱타 경찰관서로 사건 넘기기 등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협의 한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건처리 지연과 수사의 부정확성 등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부족한 전문인력 보강에 대한 계획도 없어 사건처리는 지연되고, 이로 인해 처리해야 할 사건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설명한 뒤, “수사에 필요한 전문지식도 부족해 매끄럽게 수사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용과정에서 관련 과목을 다루지 않는 경찰공무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작년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증권 주식 관련 범죄가 증가했는데,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런 혼란은 더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식 관련 범죄 같은 경우, 증거확보 등 일사분란한 움직임이 필요한데, 과연 현 경찰조직으로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경찰 단체는 찬성하는 분위기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이하 직협)는 17일 “검찰의 직접 수사와 기소권, 영장 청구권이 일체화돼 권력⸱금력에 따라 언제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도구로 변질됐다”고 지적하고, “검사의 직접 수사권 폐지는 진정한 수사와 기소의 분리이자 대한민국 수사 전체가 완전한 통제가 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를 반겼다. 

[시사경제신문=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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