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 매입가, 공공택지 아파트 건설 원가 2배

 
2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H공사가 지난 19년간 주택 2만 세대를 4조원에 사들였다"며 "수십∼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주택을 매입하고 있지만, 적정성 검토 등이 허술해 부패 세력의 불로소득 잔칫상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김주현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매입 임대한 주택의 취득가가 공공택지 아파트의 건설 원가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싸다는 경실련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2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H공사가 지난 19년간 주택 2만 세대를 4조원에 사들였다"며 "수십에서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주택을 매입하고 있지만, 적정성 검토 등이 허술해 부패 세력의 불로소득 잔칫상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SH공사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SH 매입임대 현황' 자료를 토대로 매입임대주택의 취득가·정보보조금·장부가 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SH공사는 2002년∼2020년 1730채 2만 세대의 주택을 4조801억원에 취득했다. 경실련은 1채당 23억원·세대당 1억9000만원에 사들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유형별로는 다가구 66%·도시형 생활주택 26%·사회주택 1% 등이다.

 

자료=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실련은 SH공사가 개발한 내곡·수서·위례 등 공공택지 아파트 건설 원가는 평당 평균 930만원 선인 반면, 매입임대주택 취득가는 평당 1640만원으로 약 1.8배 비싸다고 분석했다.

가장 비싸게 매입한 경우는 강동구 암사동의 다가구로 매입가가 평당 2960만원이다. 공공택지 아파트 건설 원가의 2.9배였다. 금천구 시흥동의 다가구 주택은 400억원에 매입해 건물 1채당 취득가가 가장 높았다.

경실련은 "(SH공사가) 매입한 주택 가격이 적정한지, 수요·공급이 적절한지 등에 대한 검토를 제대로 한 건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하면서 같은 예산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것보다 공공택지를 개발하면 두 배 더 많은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실련은 특정 지역에 매입이 편중돼 공실률이 24%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경실련은 지적했다.

자치구별로 보면 매입 입대 공급이 가장 많은 구는 강동구로 2256세대가 공급돼 전체의 11%를 차지한 반면 용산구 31세대·중구 39세대 등 하위 5개 구의 총 매입임대 공급 수는 492세대에 불과했다.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열린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매입임대 현황 분석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매입임대 중단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김주현 기자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열린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매입임대 현황 분석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매입임대 중단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김주현 기자

SH의 매입임대주택 현황을 보면 박원순 시장 재임 기간(2011~2020년)에 대다수 매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재고의 84%인 1만7533호가 공급돼 가장 많았다.

박 시장 때가 1948호로 이명박 시장 291호, 오세훈 시장 383호 보다 월등히 많았다.

경실련은 "집값 폭등으로 잔뜩 오른 기존 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예산 낭비와 부패를 유발할 수 있다"며 "집값 거품이 빠지기 전까지는 매입임대주택 공급 중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는 SH공사의 매입임대 심의위원회가 매입가격의 적정성 등에 대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심의했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사경제신문=서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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