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분석 "SH 보유 공공주택 땅값 68조2천억...취득가의 10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13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SH공공주택 자산 분석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주현 기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서울도시주택공사(SH)가 공공주택 자산을 실제의 5분의 1 이하수준으로 저평가해 놓고 '적자'를 명분으로 시민에게 땅장사·바가지 분양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3일 경실련은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와 SH는 부채 핑계를 대며 가짜 공공주택만 늘리지 말고 값싸고 질 좋은 진짜 공공주택을 확대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실련은 SH공사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SH 자산 현황' 자료를 통해 1991년 이후 SH가 보유한 공공주택의 취득가액·장부가액·공시지가·시세를 분석했다.

◇SH공사, 현재 자산가치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분석 결과 시세 파악이 가능한 205개 아파트 단지 9만9000세대의 장부가는 12조8000억원·평당 가격은 625만원·호당 가격은 1억3000만원·시세는 74조1298억원으로 장부가액인 12조7752억원(17%)보다 6배 높은것으로 나타났다. 시세는 KB국민은행과 다음 부동산이 제공하는 정보를 활용했다고 경실련은 설명했다.

경실련은 시세가 가장 높은 공공주택으로 수서 1단지를 꼽았다. 이 아파트는 장부가액이 2960억원이지만, 시세는 2조7310억원에 달해 자산축소가 거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단지별로는 수서1단지 다음으로 위례10·대치1·신정양천·세곡2 순으로 시세가 높았다.

경실련은 SH공사가 공개한 보유한 토지 시세는 건물장부가액 5조9000억원을 제외한 68조1909억원으로 추정하고 취득가액 6조8431억원보다 10배 더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취득연도가 오래되거나 강남에 위치할수록 취득가와 시세의 차액이 폭 큰 것으로 나타났다. SH공사는 1992년에 공급된 대치1단지 토지 1만2452평을 142억원에 취득했다. 하지만 현 시세는 1조5494억원으로 나타나 시세가 취득 가액의 109배에 이른다.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13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SH공공주택 자산 분석발표 기자회견’에서 "SH공사는 공적 주택건설 사업으로 매년 손실이 나서 공공 분양사업과 택지매각으로 보전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공공주택의 현재 자산가치가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김주현 기자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SH공사는 공적 주택건설 사업으로 매년 손실이 나서 공공 분양사업과 택지매각으로 보전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공공주택의 현재 자산가치가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국제회계기준 따라 토지·건물 공정가액 계상해야

시기별 토지 평당 취득가액을 살펴보면 1990년대 초반에 공급된 중계·가양·수서 지구 공공주택의 토지 평당 취득가액은 평균 100만원이었다가, 박원순 시장 재임기인 2020년에는 위례지구에서 1100만원까지 올랐다.

 

SH 공공주택 토지취득가액(평당) (단위:10만원). 자료=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실련은 "땅값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SH가 토지는 재평가하지 않고 건물은 감가상각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평가해왔다"며 "자산을 저평가해놓고 부채율 등을 내세워 공공주택 사업이 적자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경실련은 "공기업도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토지와 건물 등 유형자산을 재평가할 때 공정가액을 계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SH는 공공택지의 민간 매각을 중단하고 값싸고 질 좋은 공공주택을 확대해 서민주거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며 "서울시 또한 공공주택의 건축비를 기본형건축비보다 높게 책정하는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사경제신문=민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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