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상속세 신고·납부...2008년 ‘삼성특검’ 1조원 사재 출연 약속 지키나
다음주 초 '이건희 컬렉션' 미술품 기증·상속 주식 배분 방안 공개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산에 대한 상속세 신고·납부 시한을 앞두고 삼성 일가가 다음 주 초 상속 내용과 절차 등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시사경제신문 DB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산에 대한 상속세 신고·납부 시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삼성 일가는 최대 13조원으로 추정되는 상속세 논의를 마무리 짓고 다음주 초 삼성 일가가 상속 내용과 절차 등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은 최근 이건희 회장의 주식과 미술품과 부동산 등 유산 배분과 상속세 납부 방식에 대한 조율을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발표에는 이 회장 소유의 주식 배분 방안과 지난 2008년 '삼성특검' 당시 이 회장이 밝힌 1조원대의 사재 출연 약속을 이행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 유산은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 19조원과 2조~3조원에 달하는 미술품·한남동 자택 및 용인 에버랜드 부지 등 22~23조원 가량이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2억4927만3200주), 삼성전자 우선주(61만9900주), 삼성생명(4151만9180주) 삼성물산(542만5733주), 삼성SDS(9701주) 등을 갖고 있다. 이 외에 고미술품 등 예술품이 2~3조, 애버랜드 땅과 자택 부동산 등이 2조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에 따르면 상속 재산이 30억원을 넘을 경우 상속세 최고세율이 50%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삼성가가 내야 할 상속세는 주식 지분만 11조366억원으로 확정됐다.

상속세와 증여세법에 따라 최고세율 50%, 최대주주 및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지분에 대한 할증률 20%, 자진 신고 공제율 3%가 적용될 예정이다.

업계는 미술품·부동산·현금 등을 포함해 총 납부세액이 12조∼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삼성가는 감정가만 2조5000억∼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총 1만3천 점의 '이건희 컬렉션'의 일부를 기증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증 규모는 1조∼2조원 가량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보나 보물 등 문화재는 국립현대미술관·국립중앙박물관 등에 보내고, 유명 미술 작가의 작품은 지방 미술관과 기증 절차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재 출연 및 사회 환원 약 1조 예상

지난 2008년 특검의 삼성 비자금 수사 이후 이건희 회장은 사재 출연을 약속했다. 이에 이 회장이 약속한 사재출연 계획도 이번 발표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시 이 회장은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가운데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4년 이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가 중단됐다. 이 금액은 1조원 가량 된다.

이에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 일가가 이번 기회에 이건희 회장의 사재를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고인의 생전 약속을 지키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온다. 사재 출연을 한다면 방식은 이건희 회장 명의의 재단 설립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영향

이건희 회장이 소유한 삼성 주식에 대한 배분 방안도 다음주 공개된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주식 4.18%·삼성전자 우선주 0.08%·삼성생명 20.76%·삼성물산 2.88%·삼성SDS 0.0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크게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구조이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물산은 지분 17.33%를 보유한 최대 주주지만, 삼성생명 0.06%과 삼성전자0.7%의 보유 지분은 미미하다.

법정 비율로 상속받으면 홍라희 여사에게 4.5분의 1.5(33.33%)의 가장 많은 지분이 돌아가지만, 이보다는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지분 정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홍 여사는 현재 삼성전자의 지분 0.91%를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두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계열분리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에 증권가에는 계열분리 가능성은 적다고 예상한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은 각각 삼성물산 5.55%, 삼성SDS 3.9%를 보유 중으로 삼성 주식이 미미해 계열분리가 쉽지 않고 삼성이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그룹 전체를 이재용 체제로 전환한 만큼 구조가 바뀔 가능성도 미미하다는 것이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선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20%를 보유해야 하는데 수십조원의 재원이 들기 때문이다.

제계는 삼성가가 상속세 조달을 위해 그룹 지배구조의 하단에 있는 삼성SDS 지분을 일부 처분할 수 있지만 가능성이 작고, 하더라도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유족을 대신해 다음주 초 삼성 일가의 유산 상속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시사경제신문=김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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