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연계 기술개발사업, 타사업 비해 적용범위 적지만 예산규모 커
인재양성사업서 과기부·산업부 등 중복

정부는 지난 9월2일 총수입 625조9천억원, 총지출 639조원 규모의 2023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에 따르면 이번 예산안은 코로나로 인해 확장된 재정기조를 건전재정으로 전환하면서 지출 재구조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내년에는 민간소비 위축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고용지표도 악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국가재정의 효과성이 제고될 수 있도록 재정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핵심주력산업인 반도체산업의 성장 지원, 윤석열 정부의 공약사항인 디지털플랫폼정부 구축과 아울러 기후위기 대응 등 다양한 현안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예산을 재배분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지는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발간한 ‘2023년도 예산안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반도체 예산, 기후대응예산, 공공임대주택 예산 등 국가 경쟁력 제고 및 현안 해결과 아울러 민생 지원을 위한 예산안들을 분석하고자 한다.

장안동 중고시장에 주차돼 있는 자동차들. 사진=김주현 기자
장안동 중고시장에 주차돼 있는 자동차들. 사진=김주현 기자

'AI반도체 테스트베드 구축' 세부사업 지원내용 등 중복...차별성 강화해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반도체 지원 사업은 2023년 예산안에 전년대비 544억5800만원(28.7%) 증액된 2440억3300만원이 편성됐다.

지난 6월27일 과기부는 ‘인공지능 반도체 산업 성장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주요내용은 ▲초격차기술력 확보 ▲초기 시장수요 창출 ▲산·학·연 협력 생태계 조성 ▲전문인력 양성의 4개 추진과제 등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초기 시장수요 창출분야에 포함되는 'AI반도체 대형 테스트베드 구축'을 위해 2023년 예산안에 ▲AI반도체 시험검증 환경조성 사업 ▲AI반도체 Farm 구축 및 실증 사업을 신규로 편성하고 각각 70억원을 배정했다.

‘AI반도체 시험검증 환경조성’ 사업과 ‘AI반도체 Farm 구축 및 실증’ 사업은 과기부 R&D사업인 ‘차세대지능형반도체기술개발(설계)’ 사업을 통해 개발된 R&D결과물을 실제 데이터센터 구축에 활용함으로써, 기업이 제품의 성능을 검증하고 레퍼런스를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사업목적 측면에서 두 사업은 모두 국산 AI반도체의 제작․ 적용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추진된다.

또 지원내용 측면에서는 ‘AI반도체 시험검증 환경조성 사업’은 광주 인공지능융합집적단지 내 데이터센터 구축 시 국산 AI반도체를 활용해, 구축함으로써 AI반도체 제작 기업의 수요를 만들어주는 사업이며 ‘AI반도체 Farm 구축 및 실증’ 사업 역시 민간에 국산 AI반도체를 활용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내용이다.

지원대상 측면에서도 현재까지 AI반도체 칩을 제작할 수 있는 업체는 3~4개사로, 두 사업 모두 이들 업체의 칩을 활용하여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게 된다. 구축비용 역시 총 200억원으로 동일하며, 2023년 예산안도 70억원씩 편성돼 각 사업에서 구축하려는 데이터센터의 규모나 AI반도체 칩의 가격, 구축비용 등도 차이가 없다.

예산정책처는 “두 사업은 AI반도체 제작 기업의 수요 창출을 위해 AI반도체 기반의 데이터센터 구축을 지원한다는 면에서 사업목적, 지원내용 및 지원대상 등이 유사한 측면이 있으므로, 차별성을 강화하여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는 ‘AI반도체 시험검증 환경조성’과 ‘AI반도체 Farm 구축 및 실증’ 사업의 지원내용‧지원대상 등의 유사‧중복성 해소를 위해 각각의 테스트베드를 통한 특화서비스가 중복되지 않도록 계획을 면밀히 수립하는 등 두 사업의 차별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수요연계 시스템반도체기술개발사업, 예산규모 적정성 검토해야

국회예산정책처

한편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반도체 지원 사업 내년도 예산안은 전년대비 300억1200만원(13.6%) 증액된 2507억6600만원이 편성됐으며, 기술개발 인력양성․기반구축 등 사업유형별로 총 17개 사업으로 구성된다.

기술개발 사업은 팹리스 기업을 중심으로 제품 제작 등에 필요한 기술개발을 지원한다. 기술개발 사업의 2023년 예산안은 전년대비 494억5300만원(30.6%) 증액된 2113억200만원이 편성됐다.

이중 신시장창출을 위한 수요연계 시스템반도체기술개발 사업은 대기업과 공기업 등의 국내 반도체 수요와 연계하여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5개 분야의 반도체칩 설계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R&D 사업이며, 내년도에 100억원이 신규 편성됐다.

이 사업은 2023~2027년에 걸쳐 총사업비 490억원(정부출연금 375억원)을 투입해 자동차, 에너지, 드론, 바이오, 모바일 가전 등 5개 분야별 수요에 대응한 6개 기술개발 과제를 지원할 계획이다.

6개 과제는 과제별로 3년간 총 62억원(연평균 20억6600만원)이 정부출연금으로 지원될 예정으로 내년도 예산안은 이 중 5개 과제에 평균 20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편성됐다.

이 사업의 과제별 지원단가는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글로벌K-팹리스육성 기술개발 사업(18억7100만원)을 포함한 다른 반도체 기술개발 사업의 연간 지원단가가 10억원 내외인 점을 고려할 때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K-팹리스육성기술개발 사업은 연매출 200억원 이상인 팹리스 기업을 세계 수준의 팹리스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기업이 기획한 과제를 자유롭게 지원하는 과제이다.

이 사업이 기업이 제안한 기술개발 과제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반면, 수요연계 시스템반도체

기술개발 사업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제안한 수요에 대응한 기술개발을 지원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요연계 시스템반도체 기술개발 사업’의 기술개발 범위는 ‘글로벌K-팹리스육성기술개발 사업’보다 좁을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기술개발 비용이 적을 수 있다.

예산정책처는 “수요연계 시스템반도체기술개발 사업은 기존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서 수요와 연계한 R&D 지원이 일부 이루어지고 있고, 기존 사업에 비해 과제당 지원액이 크게 계획돼 있으므로 기술개발 과제의 특성 및 기존 유사 사업의 지원액 등을 고려해 예산 규모의 적정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인재양성 사업 중복성 등 검토 '필요' 

컨테이너 가득 쌓인 부산항]] 사진=연합뉴스

과기부는 범정부 종합계획인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에 따라 반도체 분야 고급전문 인재양성 중심으로 반도체 인력양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시스템반도체융합전문인력양성사업 ▲반도체설계구현인재양성사업 ▲인공지능반도체고급인재양성사업 ▲대학ICT연구센터사업 등 공공 인프라 연계 반도체 설계 인재양성, AI반도체 특성화 대학원 등 반도체 특화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4개 사업을 편성했다.

시스템반도체융합전문인력양성사업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바이오메디컬 등 유망 신산업 분야 차세대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는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이공계 대학원 내에 양성센터 설치·운영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내년도 예산안은 전년대비 9억원 증액된 95억원이 편성됐다.

반도체설계구현인재양성 사업은 국내 팹리스의 만성적 인력 부족 해결을 위해 대학이 학부생을 대상으로 시스템반도체 설계구현 교육과정을 개발·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내년도에 58억4500만원을 신규로 편성했다.

인공지능반도체고급인재양성사업은 AI반도체 설계 및 SW역량을 확보한 석박사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인공지능반도체대학원을의 신규 설립·운영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42억5천만원이 신규 배정됐다.

대학ICT연구센터 사업은 산·학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AI반도체 분야 대학ICT연구센터를 확대 지원하는 사업으로 전년대비 5억원 증액된 26억원을 편성했다.

한편 산업부도 반도체 분야 고급전문 인재양성 및 단기재직자(재직자+취업준비생) 교육 중심으로 반도체 인력양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단기재직자 교육 분야는 반도체인프라활용인력양성6), 시스템반도체설계실무인력양성7), 반아카데미구축8) 등 3개 세부 사업으로 추진되며 2023년 예산안은 전년대비 58억5700만원 증액된 106억3700만원을 편성했다.

고급인재양성 분야의 경우 민관공동투자반도체고급인력양성 사업9), 산업혁신 인재성장지원 사업10)의 일부 교육과정을 통해 추진될 예정이며, 전년대비 190억4600만원 증액된 408억 6600만원을 편성했다.

예산정책처는 “과기부의 인공지능반도체고급인재양성 사업은 기존사업인 시스템반도체융합전문인력양성 및 산업부의 반도체특성화대학원 사업과 교육내용 및 대상이 중복될 우려가 있다”며 “신규사업 추진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교육부에서 2023년부터 ‘반도체 특성화대학’ 사업을 통해 학부생에 대한 반도체 교육과정 전반을 지원할 예정임을 고려할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반도체설계구현인재양성 사업과 지원대상이 중복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짚었다.

또 “산업부의 반도체 분야 인력양성 사업은 재직자 및 취업준비자 대상 단기 인력양성 사업이 다수 사업에서 동시에 추진되고 있어 사업 간 교육내용 및 대상의 차별성 부족이 우려되므로 유사 사업을 통합하여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이라고 주장했다.

[시사경제신문=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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