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재철 교수, "대만·중국 등 중소설계·생산업체 및 장비·소재 분야 등 육성...한국,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지원에 치중"

​21일 국회에서 ‘K반도체 대전환 방향설정과 미래전략’ 국회세미나가 열렸다. 사진=박영신 기자​
​21일 국회에서 ‘K반도체 대전환 방향설정과 미래전략’ 국회세미나가 열렸다. 사진=박영신 기자​

반도체 미래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확장하고 경제안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대기업 뿐 아니라 ‘펩리스(febless 반도체생산시설을 갖추지 않고 시스템반도체의 설계와 개발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회사)’ 등 연관산업들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엄재철 영진전문대 교수(반도체 산업구조 선진화 연구회 정책부회장)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K반도체 대전환 방향설정과 미래전략’ 국회세미나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만의 발전이 아닌 연관산업들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환경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엄 교수는 “중국의 반도체 시장이 2015년 130억 달러(글로벌 시장 점유율 3.8%)에서 2020년 398억 달러(글로벌 시장의 9% 점유)로 급성장하는 만큼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로봇 등 미래산업 분야에 반도체 기술이 핵심기술로 필요한 만큼 한국이 취약한 장비·소재, 팹리스 분야 등에 집중적으로 지원해 균형 있는 반도체시장 생태계 조성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 교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는 4926억원 달러로 한국은 18.4%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27.1%를 차지하는 메모리반도체 분야는 한국이 56.9%의 점유율로 단연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의 56.7%를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2.9%에 불과한 점유율을 나타냈다.

글로벌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산업에서 반도체 설계만 전담하고 생산은 외주를 주는 업체로부터 반도체 설계 디자인을 위탁받아 생산하는 기업) 시장에서 한국은 2016년에서 2022년까지 15%의 점유율을 나타내는데 그쳤다.

펩리스는 세계 시장의 1.6%를 점유한 수준으로 경쟁력이 취약하다.

아울러 메모리 회사 1·2위 회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는 한국은 반도체 장비 시장의 '큰 손'으로 지난해 세계 장비시장 950억달러 중 한국이 26%(247억달러)를 수입했다.

또 반도체 소재의 대부분은 일본,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전세계 반도체 소재의 약 17%를 수입하고 있다.

IDM(삼성, SK하이닉스와 같은 종합반도체기업)과 펩리스를 지원할 반도체 후방산업인 OSAT(펩리스와 파운드리를 통해 설계·생산된 반도체 제품 패키징과 테스트의 후공정을 하는 업체) 분야의 세계시장 점유율도 4% 수준에 불과하다.

​21일 국회에서 ‘K반도체 대전환 방향설정과 미래전략’ 국회세미나가 열렸다. 사진=박영신 기자​
​21일 국회에서 ‘K반도체 대전환 방향설정과 미래전략’ 국회세미나가 열렸다. 사진=박영신 기자​

엄 교수는 “대만의 경우, 파운드리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을 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업체와 OSAT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의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며 “경쟁력을 두루 갖춘 반도체 중소기업이 많은 것도 대만 반도체 산업 도약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자국이 취약한 제조시설 투자와 R&D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며 “중국 또한 정부의 지원으로 반도체 장비부문에서도 많은 신생업체들이 출현했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세계적으로 반도체 기술력이 국가경쟁력, 정치, 안보와 직결돼 국가별 반도체생산 내재화 및 블록화를 위한 새로운 전략을 준비하는 추세”라며 “투자여력이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지원에 집중하고 있는 한국의 불균형적인 반도체 시장 지원정책은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엄 교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두 기업은 규제 개혁, 세제 지원 등으로 기업활동을 지원하고 재정지원은 한국이 취약한 장비·소재 분야와 펩리스, OSAT 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장비·소재연구소 설립 ▲중소 소재·장비·부품 업체의 해외 판로 개척 지원 ▲중소 펩리스의 R&D 비용 지원 등을 제안했다.

[시사경제신문=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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