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임대주택 예산 5조7천억원 삭감
시민단체들, "주거약자 근본 해결책 공공임대주택...예산 확대해야"

지난 달 30일 발표된 '2023년도 정부 예산안' 가운데 공공임대주택 예산 대폭 삭감, 공무원 보수 1.7% 인상, 지역화폐 예산 전액 삭감 등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윤석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 “건전재정 기조를 지키면서도 취약계층 민생예산은 과감하게 편성했다”고 밝힌 데 비해 오히려 반서민 예산안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내년도 예산안에서 약자복지의 최우선으로 쓰일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증가율이 반토막났다. 무주택 세입자들을 위한 공공임대 주택 예산은 감축했다”며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약자가 실종된 불공정 예산안”이라고 비판했다.

내년도 예산안 중 쟁점 예산안들을 살펴본다.

싣는 순서 ① 공공임대주택 예산안 ②공무원 보수 인상안 ③지역화폐  예산안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달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달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달 30일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공공임대주택 예산안은 올해 20조7천억원에서 15조1천억원으로 5조7천억원, 약 30%가 삭감됐다.

내년도 주택도시기금에서 건설형 공공임대인 영구·국민·행복주택 출·융자 예산은 전년대비 각각 41.4%(1267억원), 52.4%(5725억원), 37.8%(1조254억원) 감소했다. 예산감소 규모는 1조7천억원 정도다.

대신 영구·국민·행복주택을 통합한 통합공공주택 예산은 올해 1조8천억원에서 23%(4300억원) 늘어난 2조3천억원을 반영했다. 이에 건설형 공공임대 예산은 약 1조3천억원 감소했다.

매입임대주택 예산도 6조763억원으로 전년대비 33.6%(3조797억원)가 줄었다.

반면 청년원가주택·역세권첫집 등 분양주택(융자) 예산은 1조3995억원으로 전년대비 1조793억원이 대폭 늘었다.

정부는 쪽방·반지하 등 취약거처 주민의 주거 상향 시 보증금 무이자 대출과 이사비를 지원한다. 비정상거처 보증금 융자 2550억원, 이사비 지원 30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임대주택 예산 줄이고 분양주택 예산 늘려...."주거취약계층 현실 외면"

빈곤사회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노총, 민달팽이유니온,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177개 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된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1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예산 대폭 삭감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에서 공공임대주택 예산의 대폭 삭감은 반지하 침수 참사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을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뒤집고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대폭 줄인 반면, 청년원가주택과 같은 분양주택 공급과 분양주택융자 관련 예산을 3조원 가량 증액했다”며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복지 예산을 줄이는 대신, 아파트 구매가 가능한 계층에게 지원을 집중하겠다는 이러한 방침은 주거취약계층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원호 집행위원장은 “전체 주거복지 예산을 늘리지 않고 그 예산 안에서 서로 주거 때문에 걱정하는 사람들끼리 싸우도록 만드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1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예산 대폭 삭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박영신 기자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1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예산 대폭 삭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박영신 기자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정부는 청년원가주택과 같은 분양주택 공급과 분양주택융자 관련 예산을 3조원 가량 증액했다”며 “아무리 저렴한 원가에 공급하고 대출을 늘려준다고 해도 청년원가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청년층은 자산이나 소득이 안정적인 소수에 불과하다. 이는 원가주택 구매도 불가능한 대부분의 청년들을 주거비 부담이 높은 월세방 등에 방치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수 위원장은 “공공임대주택은 저소득 청년에게 시세 40~50% 수준의 저렴한 주거비로 쾌적한 주거 환경에서 보증금 떼일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이라며 “부당하게 높은 집값과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투기하는 세력으로부터 청년들을 지킬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호태 동자동사랑방 전 대표는 “정부는 ‘주거복지의 빈틈도 촘촘하게 보완’한다면서 쪽방·반지하 등 취약 거처 주민의 주거 상향 시 보증금 무이자 대출과 이사비를 지원하는 예산을 신규 반영했다고 생색을 냈다”며 “그러나 주거 상향을 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으로서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수조원이나 줄이면서, 각자 알아서 좀 더 넓은 쪽방, 좀 덜 침수될 반지하로 가라며 이사비와 보증금 융자를 일부 지원하겠다는 것은 기만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너머서울 공동대표)은 “비싼 전월세 비용 감당할 수 없어서 반지하, 쪽방촌, 고시원 등으로 내몰린 주거약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공공임대주택 확대”라며 “공공임대 예산 30% 삭감이 아니라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들은 “윤석열 정부는 매년 10만호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공약한 바 있는데, 내년도 예산안을 대폭 삭감한 것은 공공임대주택 공급 공약을 파기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며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안 철회하고 공공임대주택과 주거복지 예산을 대폭 늘려라”고 요구했다.

"한시사업 종료 등 자연감소분 대부분...주거복지 공급계획 수립할 것"

한편 정부는 이번에 삭감된 예산이 주로 한시사업 종료 등으로 인한 자연감소분이 대부분이며 연말까지 주거복지 공급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영구·국민·행복주택은 내년까지 준공·공급될 예정이어서 예산이 자연감소했다”며 “기존 유형은 승인받은 물량들만 준공하면 신규 물량이 없고 대신 통합공공주택 예산이 2조3천억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매입임대주택 사업은 전 정부에서 추진하던 2년 한시사업이 올해로 종료됨에 따라 1조9천억원 정도가 줄어들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5년 단위로 수립하는 주거복지 공급계획이 올해 만료돼 정부는 올해 말까지 새로운 공급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며 “이 계획에 공공임대주택 수요와 공급계획이 담길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부 예산안은 5월에 이미 기획재정부로 제출한 것이어서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안을 특별히 확충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정부도 이번 반지하 참사 뿐 아니라 주거약자들의 주거권 확보를 위해 공공임대주택의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시사경제신문=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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