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독립성 보장한다지만 결국 ‘정권예속’ 
비대해진 경찰권력 ‘민주적 통제’엔 공감대
경찰위 위상 강화, 경찰통제 실질권한 줘야 

 

경찰청 사진=연합뉴스
경찰청 사진=연합뉴스

경찰이 일대 기로에 섰다. 다음 달 2일 예정대로 행정안전부 안에 경찰국이 생기면 경찰은 안팎으로 진정성을 인정받는 유능한 조직으로 자리매김할까. 아니면 또 다른 차원의 ‘정권 시녀’로 전락할까. 경찰국 신설의 의미는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경찰의 위상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상징적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다. 경찰 구성원들은 ‘통제의 대상’이 된 셈이니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고, 나아가 자괴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경찰국은 치안감 국장 아래 3개 과(총괄지원·인사지원·자치경찰지원)로 구성된다. 경찰 관련 중요 정책·법령의 국무회의 상정,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 임용과 국가경찰위원회(경찰위) 위원 임명 제청, 경찰위 안건 부의, 자치경찰 지원 등의 업무를 맡는다. 막강한 권한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국은 법에 구체적으로 정해진 권한만 행사하기 위한 조직으로, 경찰청을 일반적으로 지휘·감독·통제·감찰하는 조직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경찰의 행안부 예속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높다. 

경찰청장에 대한 행안부 장관의 권한을 담은 ‘지휘규칙’만 봐도 경찰의 위상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앞으로 경찰청은 모든 중요 정책 사항을 승인받아야 한다.

국무회의 안건을 사전 보고해야 하며, 대통령·총리·장관 지시 이행 실적과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행안부 장관·경찰청장 정책협의회를 열도록 명시했고, 경찰위 심의·의결 사안의 최종 승인권도 행안부 장관이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1991년 내무부 치안본부를 경찰청이라는 이름의 외청으로 독립시키고 장관 업무에서 ‘치안’을 제외한 지 31년 만에 정부 내 경찰 통제조직을 부활시킨 것이다.

지금 경찰권은 과거 어느 때보다 비대해져 ‘공룡 권력’이 됐다. 경찰은 이미 검경수사권 조정을 통해 많은 사건의 수사권을 넘겨받았고 수사 종결권까지 확보했다. 검찰수사권을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 처리로 9월부터는 부패·경제범죄를 제외한 중대범죄 수사권도 갖는다.

2024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을 이양받으면 경찰은 13만여 명의 경찰 조직과 수사·정보를 틀어쥔 ‘슈퍼파워’ 집단이 된다. 어떤 식으로든 통제를 받지 않으면 심각한 역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경찰권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은 경찰 내부에서도 인정한다. 문제는 방식과 내용이다. 행안부 내 경찰국을 통한 통제가 과연 정권의 이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경찰국 설치가 곧바로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독립성의 훼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찰이 하기 나름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공허한 얘기다. 신설될 경찰국 인사지원과는 행안부 장관의 경찰 고위급 및 경찰위 위원 임명 제청을 보좌하는 기구다. 행안부 장관의 경찰 인사권은 실질화됐다.

구조적으로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법무부에 검찰국이 있듯이 행안부에도 경찰국이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강변에 불과하다. 

정부조직법 제7조에는 ‘각 부처 장관은 소속 외청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근거로 행안부령을 마련해 경찰을 통제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요컨대 시행령에 의한 경찰국 설치는 위법이라는 것이다.  

1980년대 내무부에서 경찰을 통제하던 방식이라도 지금 우리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면 끌어다 쓸 수 있다. 그 자체가 역사의 퇴행은 아니다.

그러나 결국은 경찰의 정권 예속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농후한 제도를 ‘시행령 통치’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밀어붙이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 정도를 걸어야 정책의 동력도 생긴다. 

경찰은 그동안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비공식적인 ‘직거래’ 형식으로 통제를 받아온 게 사실이다. 경찰국 신설은 이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경찰 통제를 공개적으로 제도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실, 그러니까 옛 청와대 방식과 외양은 다르지만 경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는 다를 것이 없다.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합의제 독립 기구로 경찰위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경찰위의 현 위상과 권한으로 막강한 경찰 권력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는 역부족이다.

경찰위에 실질적인 인사권과 징계⸱감찰요구권 등을 부여해 명실상부한 독립 행정기관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경찰장악’이라는 지적은 받지 않아야 경찰에 대한 통제도 경찰개혁도 가능하다.

정부의 경찰국 신설 방침이 바뀔 여지는 없다. 이제 경찰은 어떻게 해야 하나. 무실역행하는 수밖에 없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경찰의 전비(前非)를 기억하는 국민들은 경찰의 독립성 확보를 요구하면서도 일말의 의구심을 지우지 못한다. 정부의 직접적 통제 방식이 아닌 국민과 시민사회의 ‘견제’ 방식만으로 ‘경찰권의 전횡’을 막을 수 있을까. 

국민 여론은 자명하다. 경찰은 어떤 식으로든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경찰은 더이상 정권에 휘둘리지 말고 스스로 수사역량을 키우라는 것이다. 정부나 경찰이나 가야할 길은 같다. 다만 방법이 다를 뿐이다.

[시사경제신문=김종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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