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DP대비 대외채무 : 홍콩 220%, 중국 150%, 한국 100%, 터키와 말레이시아 70%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Pandemic, 팬데믹)을 배경으로 신용에 문제가 없는 기업들까지 달러 예금을 인출하는 추세가 강화되는 가운데, 예금이 급격히 유출되면 은행 자체의 유동성 확보가 위험해진다.(그래픽 : 시사경제신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의 감염 확산으로 촉발된 세계적 신용 경색과 달러화 부족은 민간기업의 과잉채무 문제를 부추기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아무리 달러를 뿌려도 신용력이 약한 기업이 유동성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미 리먼 사태 때 실증됐다. 금융시장이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기업의 신용등급 하락과 채무불이행(default)을 준비하면서 특히 신흥국 통화와 시장은 취약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달러 크런치(Dollar Crunch, 달러 가뭄상태)와 신흥국 기업의 채무 차환 문제

달러 수급이 임박한 가운데 선진국과 신흥국의 민간기업이 지금까지 차입한 막대한 달러 표시 채무를 상환할 수 있는지, 차환할 수 있을지는 현재 금융시장에서 최대 관심사이다.

골드만 삭스는 지난 322일 신흥국이 앞으로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할 달러화 채권이 총 340억 달러(418,302억 원)로 추정했으며, 바레인과 에콰도르 등 일부 산유국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신흥국은 외환보유액으로 빚을 갚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골드만 삭스의 예상은 신흥국의 정부 채무가 대상이며, 보다 큰 규모의 민간 채무는 포함되지 않았다.

70개국의 금융기관이 참가하는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세계의 채무 잔액은 민간의 비금융 부문(가계와 기업)이 견인해 팽창해 왔다. 금융 위기 이후는 특히 신흥국 기업이 급속히 대외 채무를 쌓아 올리고 있어, 신흥국의 기업 부문 채무의 대() GDP비는 2014년에 선진국을 앞질러 90%대에 이르렀다.

개별 국가·지역 기업의 대외 채무(GDP 대비)2019년 말에, 홍콩이 약 220%, 중국이 150%, 한국이 100%, 터키와 말레이시아가 70%로 특히 높다.

* 최저가 신흥국 통화

신흥국의 민간기업이 안고 있는 채무의 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MSCI 국제 신흥국 통화 지수는 연초부터 7% 급하락 1558로 약 3년만의 저가권에 있다.

이 지수는 FRB가 해외 중앙은행에 대한 달러 공급 확충대책을 발표한 뒤 약간 회복됐지만,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MSCI 신흥국 주가지수도 838 부근으로 2016년 말 이래의 하한가권에 있다.

FRB는 지난 331일 세계적인 달러 부족에 대응해, 해외 중앙은행이 보유하는 미국 국채를 담보로 달러 자금을 공급하는 환매조건부채권(Repo. 레포)거래를 활용해, 익일물의 달러 자금을 제공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신흥국에 의한 미국 국채의 매각 압력을 완화해, 미국의 장기 금리 상승을 억제하는 것을 의도한 정책이다. 금리가 억제되면 신흥국의 달러 채무의 변제 부담은 경감되지만, 달러 수요의 완화로는 연결되지 않고, 신흥국 통화 하락의 브레이크도 되지 않는다고 미츠비시 UFJ 리서치 & 컨설팅, 수석연구원 가도 사토루(廉了)는 말한다.

그는 신흥국에서는 달러기준 채무가 부풀어 오르고 있기 때문에, 유동성 부족으로부터 무엇인가가 빵하고 터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무디스는 지난 3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용등급을 정크(Junk)급으로 낮추면서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금융데이터 제공업체 리피니티브(Refinitiv)가 산출한 데이터에 따르면, 남아프리카 랜드화는 42일에 5.735엔까지 하락해 과거 최저가를 갱신했다. IIF1일 대량의 자본도피와 재정 적자에 괴로워하는 남아프리카는 국제통화기금(IMF)에 융자 프로그램을 신청해야 한다는 이례의 성명을 냈다.

브라질 레알은 120.285엔으로 사상 최저가를 경신했고, 러시아 루블은 지난 3181.3006엔까지 하락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 기업 신용위기에 끌려가는 은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산에 따른 신용경색으로 드러난 과잉채무 문제에 대해서는 선진국 기업부문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으며, 기업 신용등급 하락과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금융부문도 덩달아 끌려가는 상황이다.

미 셰일오일(Shale Oil) 생산을 판매하는 파이팅·페트롤리엄(Whiting Petroleum)1일 미 연방 파산법 제11(민사 재생법에 상당)의 적용을 신청했다.

시가총액은 미국이 셰일 열풍으로 들끓던 2011년 최고점인 150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현재는 3200만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말 현재 백악관의 총부채는 28억 달러, 보유현금 잔액은 58500만 달러 이상이었다.

과거 고금리 시대라면 좋겠지만, 초저금리 기간이 길어져 은행부문이 피폐해진 상황에서 부실이 늘어나면 금융부문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글로벌 은행 시스템의 건전성을 높이는 규제를 도입했고, 세계 주요은행은 30일간의 자금 유출을 감내할 유동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발밑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는 바젤이 상정한 리스크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GDP(국내총생산)가 마이너스 30%대까지 떨어지는 것은, 어느 나라의 건전성 테스트에서도 상정되어 있지 않다:는 게 금융기관의 생각이다.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Pandemic, 팬데믹)을 배경으로 신용에 문제가 없는 기업들까지 달러 예금을 인출하는 추세가 강화되는 가운데, 예금이 급격히 유출되면 은행 자체의 유동성 확보가 위험해진다.

[시사경제신문=김우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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