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할 자치’ 오명 속 지방정부 재정난 심각
지방세법 등 재정분권 관련 법 개정 시급

 

지방의회 위상정립을 위한 지방자치법개정 토론회가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방의회 예산편성의 자율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사진 서울시의회 제공

[시사경제신문 김종면 기자] ‘2할 자치라는 오명을 언제 벗을 수 있을까.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지금과 같이 82 수준에 머문다면 온전한 지방자치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지방세의 규모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2018년 기준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53.41%. 전국 243개 지자체(광역 17, 기초 226) 가운데 51%124곳이 지방세 수입으로는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중앙정부의 재원을 지방으로 더 넘기자는 재정분권(fiscal decentralizatiom)이 힘을 얻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치분권과 지역 간 균형발전의 기반이 재정분권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문재인 정부는 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6개 재정분권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국세·지방세 구조 개선 지방세입 확충 기반 강화 고향사랑 기부제 도입 국고보조사업 개편 지방교부세 형평 기반 강화 지역상생발전기금 확대 및 합리적 개편이 그것이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3을 거쳐 64로 개편한다는 것이 근본 방향이다. 소비·소득과세 중심의 지방세 확대 방안은 세수의 신장성과 안정성이 높고 지역의 경제활동이 지방세수로 연계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정부는 현재 부가가치세 납부세액의 11%인 지방소비세율을 201915%, 202021%로 단계적으로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지방소비세율을 4%포인트 인상해 33000억 원의 지방재정을 확보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2003년부터 2018년까지 15년 동안 2.3% 포인트 중가했다. 이것이 세수의 충분성 요건을 충족시킬 만한 것인가 하는 데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역대 정부의 국세·지방체 변화 양상을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0.3%P), 이명박 정부(0.2%P), 박근혜 정부(2.7%P) 모두 지방세 비율이 미약하나마 증가해 왔다. 반면 문제인 정부에서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201777.0: 23.0에서 2001877.5:22.50.5%포인트 낮아졌다. ‘자치분권 공화국을 선포한 정부로서는 좀 무색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2020년까지 지방소비세율을 10% 포인트 올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74.0 26.0으로 바꾸겠다는 목표에 더욱 눈길이 간다.

국세와 지방세의 규모 비율(단위: %).

지방소비세율 인상과 함께 정부는 경기 수원시와 고양시, 용인시, 경남 창원시 등 인구 100만명 이상인 4곳을 특례시로 지정해 지역 스스로가 지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확대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민의 세부담 확대 없이 지방소비세율과 소방안전교부세율을 향후 2년 간 현행의 2배 이상 올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2020년까지 73으로 개선한다는 것이다.

재정분권의 큰 틀은 정해졌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잘 보이지 않는다. 재정분권과 관련된 법 개정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예산을 틀어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쉽게 기득권을 내놓으려 하겠느냐며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희망고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지방세법 개정도 하루 빨리 이뤄져 명실상부한 재정분권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방소비세율의 인상은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이것이 완전한 재정분권을 실현하기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다. 지자체가 수행하는 기초 복지사업을 중앙정부가 직접 맡아 하고, 국고보조사업을 지방으로 이양하는등 추가적인 재원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

재정분권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정 격차가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예상되는 재정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재정조정제도는 미흡하다. 균형발전과 지역 간 재정격차 완화를 위해 현재 지방소비세 중 5%포인트 분에 적용하는 지역별 가중치 배분방식(수도권 100%, 비수도권 광역시 200%, 비수도권 광역도 300%)을 인상분에 대해서도 적용하기로 했다. 지방소비세 도입 당시부터 합리적 근거가 박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 배분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에서 벗어나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적 배려와 조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중앙정부는 지방교부세 등의 제도를 통해 지자체 간 재정격차 문제를 1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이른바 수직적 지방재정조정제도다지자체가 중심이 되는 수평적 지방재정조정제도를 통해서는 지자체 간 재정격차 문제를 해소하도록 해야 한다.

관건은 지방의 재정운용 능력이다. 그동안 적잖은 지자체들이 효율성과 투명성을 외면한 채 방만하게 운용해온 것이 사실이다.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자체의 살림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웬만큼 규모가 있는 지방의 시는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기금 등을 합하면 예산이 1조원이 넘는다. 감사원·행정안전부 등 중앙의 감시체계뿐 아니라 지방자치의 한 축인 지방의회도 있다. 그러나 점점 비대해지는 지자체 살림을 견제하고 감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다양한 재정책임 장치들이 있지만 대부분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일방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자치분권의 본질과 재정분권의 취지를 생각하면 지역주민과 지방의회가 주도적으로 지방정부의 재정을 견제·감시하는 게 바람직하다. 바야흐로 재정분권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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