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자치분권은 선택 아닌 필수

31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 국회 제출
자치분권은 시대의 요구…‘혁신적 포용성장’ 견인

21일 자치분권위원회 출범 1주년을 기념해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자치분권 심포지엄. 사진=자치분권위원회 제공

[시사경제신문 김종면 기자]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가 ‘지방자치분권’이다. 흔히 줄여서 ‘자치분권’이라고 말한다. 2013년 제정된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이 2018년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으로 개정됨에 따라 기존의 ‘지방분권’이라는 용어는 ‘지방자치분권’이라는 말로 바뀌었다. ‘자치’에 그만큼 방점이 찍힌 셈이다. 자치분권이란 무엇인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책임을 합리적으로 배분함으로써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기능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 나아가 지방정부의 정책결정과 집행과정에 주민의 직접적인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바로 자치분권의 요체다. 시대의 화두인 자치분권의 의미와 과제, 나아갈 방향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하고 이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이루어진 해가 1995년이니 우리의 본격적인 지방자치 역사도 20년이 넘었다. 우리는 지방자치 실시의 계기가 된 1987년 제9차 헌법개정일인 10월 29일을 2012년부터 지방자치의 날로 지정해 기념해 오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그리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여전히 ‘무늬만 지방자치’라는 냉소의 꼬리표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다. 자치단체에 부여된 한정된 인사권이나 재정 권한 등만 봐도 완전한 지방자치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우리 지방자치의 역사는 ‘권력’을 떼어주지 않으려는 중앙정부와 그것을 어떻게든 가져오려는 지방정부 간의 투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자치분권은 중앙이든 지방이든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이득을 보거나 손실을 보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치분권의 실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권의 의지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에 대한 의지와 철학이 확고하다. 문 대통령은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 실현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자치분권공화국’을 만들겠다고 했다. 자치분권은 ‘대통령 어젠다’라 할 만하다.

오늘(26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곧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제6회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1988년 이후 30년 만에 지방자치법을 전부 개정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입법예고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이번 개정안을 마련한 것이다.

기존의 지방자치법에서 부족했던 ‘주민자치’ 요소를 강화한 것이 눈에 띈다. 주민이 직접 의회에 조례를 발의할 수 있는 ‘주민조례발안제’를 도입했다. 주민조례발안·주민감사·주민소송의 기준 연령을 19세에서 18세로 낮춰 주민참여의 폭을 넓혔다. 자치단체의 기관구성 형태도 인구규모와 재정여건 등에 따라 주민이 직접 투표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주민이 주도적으로 마을의 의제를 정하고 계획을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풀뿌리 주민자치기구인 ‘주민자치회’에 관한 사항도 규정하고 있다. 

자치단체가 실질적인 자치권 확대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한 점도 주목된다. 자치단체가 행정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기존 법정 부단체장 외에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시·도 부단체장 1명을 조례를 통해 자율적으로 둘 수 있게 했다. 시·도지사에게 있는 시·도의회 사무직원 임용권은 시·도의회 의장에게 넘어간다.
 
지방의회의 역량도 강화한다. 시·도, 시·군·구 지방의회의 자치입법·예산·감사·심의 등을 지원하는 ‘정책지원 전문 인력’ 제도의 도입 근거를 마련했다. 지방의원의 윤리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윤리특별위원회 설치는 그동안 재량에 맡겨왔지만 앞으로는 의무화된다.

‘특례시’라는 행정적 명칭을 부여받을 수 있는 대도시의 기준은 그동안 논의해 온 대로 인구 100만명으로 정했다.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 밑그림은 지난해 9월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통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중앙과 지방은 협력적 동반자 관계이며 자치분권의 최종 지향점은 주민이라는 기조 아래 6대 추진전략과 33개 세부과제를 추진한다.  이 과제들은 대부분 법률의 제·개정을 거쳐야 실현될 수 있는 것들이다. 예컨대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정책지원 전문 인력 확충 등 의회운영의 자율성 확보는 지방자치법 개정이 이뤄져야 가능하다. 

자치분권 종합계획에는 지방의회의 조례제정 범위를 기존의 ‘법령의 범위 내’에서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로 확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자치입법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명실상부한 자치분권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는 분권형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헌법개정안, 지방이양일괄법안, 자치분권 종합계획,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그리고 최근 자치분권위원회에서 확정한 2019년 자치분권 시행계획에 이르기까지 자치분권 실현을 위해 단계적으로 접근해 왔다. 중요한 것은 자치분권의 결실이 주민에게 온전히 돌아감으로써 그들의 삶이 실질적으로 향상되고 지방의 창의적 혁신으로 이어져 새로운 국가성장의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혁신적 포용성장’과 정부혁신을 강조했다. 혁신으로 함께 성장하고 포용을 통해 성장의 혜택을 국민이 함께 누린다는 점에서 자치분권과 맥을 같이 한다. 대한민국 혁신의 키워드인 자치분권, 그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당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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