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자치분권시대…균형발전의 길을 찾다 ⓷자치경찰제의 쟁점과 과제
[기획] 자치분권시대…균형발전의 길을 찾다 ⓷자치경찰제의 쟁점과 과제
  • 김종면 기자
  • 승인 2019.04.10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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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 전문성 제고, 주민친화 치안 내실 기해야

경찰권력 비대화 우려…정치독립· 공정성 확보 관건
자치분권 시대를 맞아 자치경찰제 시행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민밀착형 치안의 내실을 다지는 한편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서울경찰청 전경.    사진 김종면 기자
자치분권 시대를 맞아 자치경찰제 시행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민밀착형 치안의 내실을 다지는 한편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경찰청 전경. 사진 김종면 기자

 

[시사경제신문 김종면 기자] 자치경찰이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제주 지역에서는 이미 자치경찰제가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도입 단계인 만큼 자치경찰이 어떤 가능성과 한계를 지니고 있는지 체험적으로 알지는 못한다. 분명한 것은 자치경찰제 시행은 이제 가시권에 들었다는 사실이다.

자치경찰제는 중앙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지역 경찰이 주민들의 민주적 통제 하에 주민 친화적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유럽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자치경찰제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는 제주 지역에서 순찰, 범죄예방 등 업무에 일부 도입돼 있다. 국가경찰의 8% 규모다. 자치분권과 지역 민생치안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올해 서울·세종·제주 등 5개 시·도에서 시범 실시하고 2021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자치경찰 인력에 대한 신규 충원은 없다. 전체 국가경찰 약 12만 명의 36%43000명을 2022년까지 자치경찰로 전환한다.

정부와 여당, 청와대는 지난 2월 국가경찰 43000명을 자치경찰로 이관하는 자치경찰제 전면 도입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완성된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의 로드맵을 반영한 것으로 자치경찰의 조직과 인력, 권한범위 등이 규정돼 있다. 각 시·도에 지방경찰청과 경찰서에 해당하는 자치경찰본부와 자치경찰대를 신설하고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지역경비 등 주민밀착형 민생치안 활동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공무집행방해 수사권과 현장 초동조치권도 부여된다. 이에 따라 국가경찰은 정보·보안·외사·경비와 광역범죄·국익범죄·일반형사사건 수사를 맡게 된다.

지역 특성과 주민 수요에 따라 다양한 맞춤형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치경찰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자치분권을 확대하고 거대 권력기관인 경찰의 비대화를 막기 위해서도 자치경찰제는 안정적으로 정착돼야 한다.

하지만 걸림돌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은 정치적 중립성 확보다. 독립된 합의제기관인 시·도경찰위원회가 자치경찰을 지휘할 자치경찰본부장과 자치경찰대장을 추천하도록 했지만, 최종 임명권은 시·도지사에게 있다. 그런 만큼 자치경찰이 지방정치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임명권자를 의식한 수사 결과를 내놓거나 비리를 눈감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치경찰과 지방 토호세력의 유착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가경찰의 감사 등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를 더욱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

자치경찰로 이관되는 인력은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관이 주축을 이룰 것이라고 한다. 경찰서 근무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사경험이 적을 수 있는 만큼 전문성을 높일 방책이 필요하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이원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치안 사각지대를 막는 것도 과제다. 치안 현장의 업무 영역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떠넘기기와 중복 처리 등 부작용이 빚어질 공산이 크다. 112신고에 따른 출동과 현장 초동 조처 같은 경우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공동으로 하도록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치안 현장에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혹은 자치경찰 간의 충돌 가능성은 상존할 수밖에 없다.

일선 경찰과 자치단체 간의 영역다툼또한 외면할 수 없는 문제다. 최근 자치단체들이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에 제출한 자치경찰제 도입에 따른 업무 계획을 놓고 벌써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서울 한 자치구의 협업사업 발굴내용 중에는 기존 구청 공무원이 맡고 있는 금연구역 내 흡연 단속을 자치경찰이 담당해야 한다는 것도 있다. 그런가 하면 한강 주변 자전거 단속과 불법 주정차 단속에 자치경찰을 투입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일선 경찰의 입장에서는 구청에서 하기 싫은 일을 경찰에 떠넘긴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자치경찰제가 경찰 전체의 위상 하락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자치경찰제가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은 풀기 어려운 숙제다. 검찰은 경찰이 독립된 수사권을 갖게 되면 경찰 권력의 비대화가 우려된다며 자치경찰제, 특히 실효적 자치경찰제실시를 수사권 조정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우리 자치경찰제가 이제 막 걸음마를 내디딘 상황임을 감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치단체에 내줄 수사권에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수사권을 이관하더라도 단계적·순차적으로 하는 것이 온당하다.

자치경찰제의 부작용은 생각보다 심각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검찰이 자치경찰의 수사권 범위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월권일지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경찰의 거대권력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을 수도 있다.

경찰은 그동안 숱한 비위 사건에 연루돼 국민들로부터 도덕성과 인권감수성을 의심받아 왔다. 최근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버닝썬 사건유착 의혹까지 불거져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그러나 지난달 실시된 한 여론조사를 보면 검경 수사권 조정에 찬성하는 여론이 52%로 반대(28.1%)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치경찰은 수사권 조정과 별개로 예정대로 내실 있게 시행돼야 한다. ‘자율방범대에 가깝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는 제주 자치경찰과는 다른, 한층 격상된 형태의 자치경찰로 자리 잡아야 한다. ‘무늬만 자치경찰이어서는 안 된다. 좀 늦더라도 제대로 된 자치경찰을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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