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 간 힘겨루기가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앞서 중재안을 제시했던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에 19일까지 합의 처리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냈음에도, 협상은 여전히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게다가, 김 의장이 이날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를 불러 다시 한번 중재를 시도했지만, 박 원내대표가 불참하면서 회동 자체가 무산됐다. 

민주당은 앞서 김 의장 중재안을 수용한 만큼, 정부여당이 중재안을 수용하든가 다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양치기 국회라는 오명 속에 결국 민생을 위해 대승적으로 먼저 양보하고 결단한 건 야당 민주당이었다”며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의장 중재안을 수용만 하면 바로 처리될 예산인데, 주말 내내 ‘오매불망 윤심’에 막혀 또다시 헛바퀴만 돌렸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여당에 협상의 전권은 주지 않은 채 시시콜콜 주문만 하는 대통령과 정부의 기만적이고 무책임한 모습이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막고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결단의 시간”이라며 “국민의힘이 진정 국정에 무한책임이 있는 집권여당이라면, 더 이상 대통령 심기 경호에만 쩔쩔매지 말고 즉각 의장 중재안을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며 “국회의장께서도 조속히 본회의를 소집해 의장 중재안이든, 민주당 수정안이든, 정부 원안이든 이제는 예산안을 처리해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 김진표 의장 중재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회에서 최근 경제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법인세 등을 대폭 경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법인세를 인하하면 중국에서 빠져나오는 외국 기업을 우리나라로 많이 불러들일 수 있고 우리 수출 대기업에도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라며 “따라서 법인세 3% 인하는 현재의 경제 여건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이지만, 민주당이 ‘초부자감세’라고 극력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또, “심지어 민주당 출신의 조세 전문가 김진표 의장의 합리적인 1% 중재안마저 거부했고 겨우 법인세 1% 인하 내용으로 하는 2차 중재안을 집착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1%로는 유의미한 효과를 얻기 힘들어서 보류하고 있는 상황인데, 민주당에서 다시 한번 발상을 전환해서 법인세 대폭 인하에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러한 모든 상황들은 앞으로 향후 다음 총선이 있을 때까지는 국회 구조가 유지될 테고, 그 이후에 우리당이 1당이 되어야만 이런 문제의 해결이 조금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동안이라도 최대한 인내와 지혜를 발휘해서 국정을 이끌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주 원내대표는 “결국 우리가 여소야대 상황에서 기댈 곳은 국민 여론밖에 없다”며 “지난번 화물연대 파업에서 보았듯이 정부와 여당이 올바른 원칙을 지키면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고 우리의 지지는 바로 개혁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법인세 개정 협상에서 물러설 뜻이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정치권 안팎에서는 결국 사상 초유 준예산을 편성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시사경제신문=정흥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