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 등 "안전성 확보 안 돼...재생에너지 육성 국제추세에도 역행" 지적

조현수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이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개정안 초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현수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이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개정안 초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원자력발전을 녹색분류체계 개정안에 추가해 이를 '친환경 경제활동'에 포함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환경단체들은 원전의 안전성 문제가 확보되지 않았으며 탄소중립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 등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한다며 이번 개정안 폐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EU도 원전 포함시켜...그러나 조건은 EU보다 후퇴

20일 환경부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는 개정안 초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가 원전을 에너지 안보 확보 수단으로 강조해 온 터에 최근 유럽연합(EU)이 까다로운 조건을 붙여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자 이에 힘이 실려 녹색분류체계에 원전 포함을 추진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녹색분류체계는 어떤 경제활동이 친환경인지를 규정한 국가 차원의 기준이다. 녹색투자 대상을 선별하는 기준으로 은행들이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된 경제활동에 저리로 자금을 융자해 주고 있어 중요하다.

이날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SMR, 방사성폐기물을 최소화하면서 전력을 생산·공급하는 차세대 원전, ATF, 방사성폐기물 관리, 내진성능 향상 등 원전 안전성·설비신뢰도 향상 등을 위한 핵심기술 연구·개발·실증과 관련된 제반 활동'은 녹색분류체계 중 '녹색부문(탄소중립과 환경개선에 기여하는 진정한 녹색경제활동)'에 포함됐다.

또 '전력이나 열을 생산·공급하고자 원자력을 이용하는 설비를 구축·운영하는 활동'(원전 신규건설)과 '설계수명이 만료된 원전 계속운전을 목적으로 설비를 개조하는 활동'(원전 계속운전)은 ‘전환부문(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중간과정으로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활동)’에 포함됐다.

다만 이날 환경부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2050년까지 가동하도록 한 유럽연합과 달리 방폐장 가동시한을 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총리실 주재로 확정한 ‘고준위방폐물 관리기본계획’이 이미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계획에 따르면 부지 선정 착수부터 처분시설 가동까지 37년 안에 마치도록 했고, 당장 올해 부지 선정에 들어가더라도 2057년이 목표 연도가 되는 셈이다.

유럽연합 기준보다 7년이나 늦다.

또한 정부는 원전에 중대사고가 났을 때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사고 저항성 핵연료’를 2031년부터 사용하도록 했다. 유럽연합이 발표한 2025년보다 6년이나 늦다.

아울러 신규 건설하는 원전에 원자력안전법 등에 규정된 ‘최신기술기준’을 적용하도록 했다. 반면 EU는 최신기술기준보다 더 적극적인 개념인, 가능한 최적의 기술인 ‘최적가용기술’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의 녹색분류체계가 유럽보다 후퇴한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등 환경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경제활동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한 녹색분류체계를 발표했다. 당시 환경부는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서 제외한 바 있다.

환경단체들, "원전 확대 위한 꿰맞추기에 불과"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핵폐기물 등 안전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키는 것은 정부가 원전 확대를 위해 꿰맞추기하는데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21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공기업이 원전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그동안 원전은 정부 차원에서 많은 지원을 받아왔다”며 “굳이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넣어서 재생에너지 등 탄소 중립을 위한 친환경 활동들이 받아야 할 지원을 축소시켜야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안 국장은 “특히 핵폐기물 처리문제나 안전성, 환경 오염 등 이런 문제들이 해결이 안 됐는데 원전을 녹색에 포함시키는 것 자체가 과연 올바른 방향인지부터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유럽연합이 EU 녹색분류체계를 만들면서 원전을 포함시킨 이유는 개별국가들의 여러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차원이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책기조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데 EU가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켰으니까 우리도 한다는 식으로 끼워맞추면서도 EU에 비해 후퇴한 조건들을 제시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생각된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삼성전자 등 많은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100% 활용 생산시스템 구축 선언 등을 하고 있다”며 “정부의 이번 발표는 이러한 기조를 후퇴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많은 국가들이 재생에너지를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래산업으로 육성해 나가는 추세인데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한다”며 “윤석열 정부가 원전 확대에 너무 몰입해서 모든 정책들을 꿰맞추고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비판했다.

녹색연합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무엇보다도 핵발전은 친환경 발전원이 아니다”며 “핵연료 채굴 과정, 발전과정에서의 일상적인 방사성 오염물질 배출과 이로 인한 피폭 및 각종 사고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방사성 오염물질을 내뿜는 핵발전을 친환경으로 규정하면서 원전의 안전성과 환경성을 언급하며 2050 탄소중립을 기대한다는 환경부에 우리가 기대할 기후위기와 핵발전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는 없다”고도 꼬집었다.

아울러 녹색연합은 “녹색활동투자의 의미를 훼손시키는 녹색분류체계 개정안 초안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사경제신문=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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