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한미 FTA 위반...협상카드로 활용
"우리 기업 불이익 받지 않도록 협상력 발휘해야"

20일 국회에서 열린 ‘한미 경제안보동맹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윤관석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실
20일 국회에서 열린 ‘한미 경제안보동맹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윤관석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우리 기업들이 미국 시장 내에서 최소한 타 경쟁국에 비하여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협상력을 제고해야 하며 WTO 규범 위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협상카드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한미 경제안보동맹 이대로 좋은가-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쟁점과 대응‘ 토론회에서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IRA는 미국산 원자재 비중이 높은 기업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중국·러시아산 핵심광물과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대해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배터리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중 간 갈등이 심화될수록 양국의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는 양국의 비합리적인 정책을 유발하고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IRA에서는 2009년부터 제공하던 전기차에 대한 기존 최대 7500달러 세액 공제 부여 기간을 연장하고 세액공제 부여 조건을 ▲북미에서 최종 조립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생산하거나 북미에서 재활용한 특정 비율의 배터리 핵심 광물 사용 ▲북미에서 제조된 배터리 부품의 특정 비율 사용 등으로 수정했다.

또한 중국 및 러시아와 같은 우려 국가에서 공급되는 모든 핵심 광물(2025년 1월부터)이나 부품(2024년 1월부터)이 포함되는 경우, 해당 차량을 세액 공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운영위원장은 “한국산 전기차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IRA 시행으로 한국산 전기차는 대당 7500불(한화 약 1천만원)의 보조금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이에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매년 10만대 이상 수출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실제 미국 전기차시장에서 한국브랜드의 점유율은 지난 해 5.2%(미국 전기차시장 61만대, 한국산 차량 3만2천대)에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9.9%(56만대, 5만6천대)로 증가했다.

김 운영위원장은 “반면 Ford, GM, Lucid, Rivian 등 미국업체들, 아우디와 BMW 등 독일 업체들, 닛산과 토요타 등 일본 업체들은 미국 현지 생산 덕분으로 반사 이익을 크게 취할 것”으로 내다봤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한미 경제안보동맹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윤관석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실
20일 국회에서 열린 ‘한미 경제안보동맹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윤관석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실

이효영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는 “사실상 미국에서 제조한 전기차에 대해서만 혜택을 제공해 외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적 적용 우려가 있다”며 “‘경제안보’ 논리를 활용해 전략적 첨단기술 산업에 대한 천문학적 규모의 보조금 지원정책을 통해 상대적 경쟁우위 확보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IRA상 전기차 구입에 대한 세액공제의 차별적 적용은 WTO 규범의 기본원칙인 비차별대우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2023년부터 적용되는 핵심광물 및 배터리 소재에 대한 국내산 사용요건은 WTO 보조금 규범상 금지하고 있는 수입대체 보조금에 해당될 수 있다”고도 짚었다.

그는 “‘중국 견제’를 명분으로 한 미국의 입법조치들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게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을 직시하고 미국의 통상정책 방향 변화에 따른 다양한 입법조치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우리 기업들이 미국 시장 내에서 최소한 타 경쟁국에 비하여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최대한 협상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한 핵심 파트너인 한국의 반도체 분야 협력 약속사항의 이행 조건으로 한국기업에게 불리하지 않은 투자환경 및 제도적 지원 약속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송기호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변호사는 “전기차가 조립된 나라가 어디인지에 따라 차별적 조세를 가하는 것은 수입품과 국산품을 차별하는 것에 해당한다”며 “세제 지원금 ‘북미주 최종 조립 요건’은 입법 자체가 한미 FTA ‘내국민 대우 조항’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한미FTA 2.2조에는 “각 당사국은 상대방의 상품에 대해 내국민 대우를 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어 송기호 변호사는 “한국 통상 관료들은 한미 FTA 성공 논리에 갇혀 미국의 한미 FTA 위반 행위에 정면 대응을 회피하고 있다”며 “우선 미국에 IRA가 한미 FTA 2.2조 위반이라는 서면통보하고 협의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며 “이러한 조치에도 미국이 IRA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공동위원회 회부, 심리 패널 설치 요청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심리패널 최종보고서 제출 및 보상협상 실패 시 패소국에 FTA 혜택 정지 통보가 내려진다.

[시사경제신문=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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