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형식적 조치만...엄정히 적용해야"
경영계 "법규정 모호해 고의성 입증 어려워...형사처벌 규정 없애야"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1년을 맞고 있지만 노동계와 경영계의 중대재해법 시행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사업주가 형식적인 안전 관련 조치만 하고 있어 법 시행 전과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경영계는 기업에 큰 부담을 주는 형사처벌 규정 삭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년 1월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사업주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이다.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25일 서울 강남구 대한건설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6∼8일 조합원 75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대재해법 시행 1년간 건설 현장의 안전 대응이 달라졌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2%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안전 대응이 달라졌다'는 응답은 2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법 시행 이후 사업주가 건설 현장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노동자에게 무사고 확인서를 받는 등 일부 안전 관련 조치가 이뤄졌지만, 이는 실적 위주의 형식적인 안전 교육과 사고 예방 조처에 불과하며 실제 목적은 사고 예방이 아니라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검찰 수사는 중소·영세 사업자 중심으로 더디게 진행되고, 건설사는 연일 처벌 완화를 부르짖고, 정부 당국은 법이 실효성이 없다고 폄훼하고 나서면서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실제 처벌받은 사업주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법이 엄정하게 집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는 “건설노동자들은 중대재해법을 두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25일 대한건설협회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엄중 적용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건설노조

한편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수사가 경영 책임자 특정과 혐의 입증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장기화하는 경향이 있어 기업에 큰 부담을 주는 형사처벌 규정 삭제를 최우선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이날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및 기소 사건을 통해 본 법률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수사기관이 경영 책임자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사건은 11건, 기소까지 기간은 평균 237일(약 8개월)로 나타났다.

고용노동청은 평균 93일(약 3개월),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평균 144일(약 5개월)간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총은 '사업 대표'와 '이에 준하는 자' 중 경영 책임자로서 안전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지고 의무를 이행한 이를 특정하기 어려워 수사가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법률의 모호성과 불명확성 탓에 경영 책임자의 관리책임 위반을 찾고 고의성까지 입증하기 쉽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또 50인 미만 하청기업의 중대재해 사건의 경우 원청의 경영 책임자만 처벌받도록 한 것도 문제라고 경총은 지적했다.

경총은 “중대재해법을 산업안전보건법과 일원화해야 한다”며 “이를 실현하기 어렵다면 기업에 큰 부담을 주는 형사처벌 규정 삭제를 최우선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법 이행 주체와 의무 내용을 명확히 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 유예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사경제신문=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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