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는 경영정상화 최적 기회
노조 발목잡기 안돼…매각 실패 땐 ‘파산’ 우려
조선산업 생태계 복원, ‘K-조선’ 위용 되찾아야

LNG, LPG를 추진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장비와 휘발성 유기화합물 복원 설비(VOC RS) 등 대우조선해양의 최신 친환경 기술이 대거 적용된 셔틀탱커의 운항 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LNG, LPG를 추진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장비와 휘발성 유기화합물 복원 설비(VOC RS) 등 대우조선해양의 최신 친환경 기술이 대거 적용된 셔틀탱커의 운항 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K—조선’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우리나라는 조선강국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 명성은 빛을 잃어가고 있다. 조선강국의 신화를 다시 쓸 수 있을까. 윤석열 정부는 해운‧조선 산업의 성장을 통해 신해양강국으로 재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대우조선해양이 새 주인을 조속히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대우조선은 결국 한화그룹에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지난달 한화그룹을 대우조선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한화는 대우조선과 2조원 규모의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조건부 투자합의)’ 방식를 통해 49.3%의 지분을 확보했다. 

산업은행은 ‘좀비기업’,‘세금 먹는 하마’로 불리는 대우조선을 21년 동안 관리하면서 직간접적으로 13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는 요원하다. 그런 만큼 이번에 민간 기업인 한화가 인수에 나선 것은 대우조선으로서는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대우조선은 시련과 영광 속에 부침을 거듭해 왔다. 대우조선은 한때 세계 조선업 1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인 클락슨리서치의 집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2014년 이후 11개월 연속 수주잔량이 세계 1위를 기록한 적도 있다. 하지만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대우조선은 2001년 산업은행 자회사가 됐고 그 이후 분식회계, 방만경영, 정경유착 등 한국 대기업의 고질적 병폐를 온전히 드러내며 부실경영의 대명사가 되다시피했다.

조선업 업황 침체에 제때 대응해 구조조정을 하지 못한 것이 경영부실화의 주요인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미룬 채 공적 자금으로 부실 조선사의 연명을 돕는 식의 대증요법에만 의존했다. 결과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노조 리스크’가 어느 기업보다 큰 곳 중 하나가 대우조선이다. 지난 7월에는 하청노조의 51일에 걸친 불법파업으로 8000억원대(사측 집계)의 피해를 봤다. 이제 어둠의 역사를 끝내야 한다. 정권 낙하산 경영진이 당장 실적을 올리기 위해 ‘헐값수주’ 공세를 펴고 회계를 분식하고 적자행진 속에 수천억원대의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도덕적 해이를 국민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철저한 구조조정만이 답이다.  

이번 만큼은 노조가 발목 잡는 일이 없어야 한다. 2019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까지 찾아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를 불허해달라고 한 민망한 사례를 국민은 똑똑히 기억한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274%이던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1년 새 676%로 치솟았다. 이미 자생력을 상실한 대우조선의 회생을 위해 노조는 어떤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국내 조선산업은 갈 길이 멀다. 국제해사기구(IMO)가 환경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친환경선박으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할 형편이다. 저탄소 배출 고부가가치 선박의 생산‧수주 지원, 자율운항선박 도입, 스마트항만‧스마트조선소 건립 확대 등 윤 대통령 공약부터 실천에 옮겨야 한다. 정부의 새로운 조선‧해운 정책 기조를 살려나가기 위해서도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는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붕괴된 조선산업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이 시급하다. 

대우조선 노조는“졸속 밀실 특혜 매각”이라며 한화의 인수에 반대한다. 노조는 현 경영진의 임기 보장, 인수자금 확보에 재무적 투자자(FI) 동원 금지, 노조 고용승계 확약 등을 요구한다. 기업의 경영권이 민간으로 이전되는 마당에 최고경영자(CEO)의 임기 보장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

이번에도 매각에 실패하면 대우조선은 ‘파산’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표류’를 멈추고 새로운 비전과 가치로 재출발해야 한다.  

[시사경제신문=김종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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