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정부담 등 우려 ‘난색’
민주당, 쌀값 안정 위해선 시장격리 의무화 필요
시장격리 강제보다 정책 운용의 묘 살려나가야 

식량권, 식량안보가 갈수록 중요성을 더해가는 시대다. 그런 만큼 쌀 문제를 다룰 때도 좀더 국가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 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간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한 대형마트의 양곡코너. 사진=연합뉴스
식량권, 식량안보가 갈수록 중요성을 더해가는 시대다. 그런 만큼 쌀 문제를 다룰 때도 좀더 국가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 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간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한 대형마트의 양곡코너. 사진=연합뉴스

식량권, 식량안보가 갈수록 중요성을 더해가는 시대다. 그런 만큼 쌀 문제를 다룰 때도 좀더 국가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 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간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쌀‘을 공통의 화두로 내세웠지만 그들의 속내는 정치적 이해로부터 자유로워 보이지 않았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매년 일정 요건을 넘어서는,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수확기의 과잉 생산된 쌀의 시장격리와 공공 비축미 매입 방식이 명시돼 있다.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입법의 하나로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은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계속 하락세를 보인 쌀값은 1년 새 24.9%나 폭락했다. 1977년 쌀값 통계 작성 이후 최대 낙폭이다.

이에 정부는 급락한 쌀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45만t의 쌀을 사들이는 대규모 시장격리 조치를 취했다. 공공비축제가 도입된 2005년 이후 수확기 시장격리 물량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1조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여야는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만이 쌀값 폭락을 막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2019년 변동직불제가 폐지되면서 가격을 지탱할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졌다는 게 민주당의 인식이다.

민주당은 쌀 공급량을 줄이기 위한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 곧 쌀 생산조정제를 통해 연간 1000억원이면 막을 수 있는 쌀값을 못 막아 1조원의 막대한 국고를 투입해 45만t의 쌀을 격리하는 초강수를 두게 된 것이라고 비판한다. 

정부는 과잉 생산된 쌀 매입을 의무화하는 것은 벼 재배수요 쏠림 등의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재정부담의 문제도 제기한다.

지난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펴낸 ‘쌀 시장격리 의무화의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돼 정부가 과잉 생산된 쌀을 의무적으로 사들이게 되면 오는 2030년에는 1조4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벼 재배면적 하락폭이 둔화되면서 쌀 초과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근거한 것이다. 연구원은 타작물 전환 정책에 대한 농가의 참여 저하 우려 등의 문제도 지적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새 양곡관리법에 따라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면 매년 1조원 이상의 재정부담이 발생하고 쌀농가와 벼 재배면적이 늘어난다는 지적은 허구라고 주장한다.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 유출 등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의 현실을 고려하면 쌀농가 수와 벼 재배면적은 오히려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쌀 시장격리제도는 2020년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이 공익직불제를 도입하면서 쌀 목표가격과 변동직불제를 폐지하는 대신 쌀 수급 및 가격안정을 위한 장치로 채택한 것으로, 쌀 시장격리제는 2021년 개정된 양곡관리법에 그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법률상 시장격리는 ‘의무’가 아닌 ‘임의’조항이다. 이를 ‘자동시장격리’로 바꾸자는 것이다.   

쌀값 폭락으로 인한 농가의 시름을 외면해선 안 된다. 쌀값 안정을 꾀하자는 양곡관리법 개정을 ‘포퓰리즘 입법’으로 매도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쌀이 과잉 생산되면 자동으로 시장격리에 들어가는 방식은 재고의 여지가 없지 않다. 시의적절한 선제적 조치로 재정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하지만 자동시장격리제의 전면 채택은 엄청난 재정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시장격리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보다는 정책 운용의 묘를 살려나가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시사경제신문=김종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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