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 망언’ 2주만에 연찬회서 여성비하 발언 파문
“차유람 국민의힘에 들어가 ‘미녀 4인방’되면 끝장” 
나경원, “아름다움 운운…여성 외모로 재단” 비판

 

국민의힘 주호영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지난 25일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지난 25일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젊음과 여성 이미지가 부족하다. 배현진, 나경원이 있지만 좀 부족한 것 같다. 김건희 여사로도 부족하다. 당신이 들어가서 4인방이 되면 끝장날 것 같다” 프로당구 차유람 선수의 남편인 작가 이지성 씨가 지난 25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 특강에서 아내에게 입당을 권유하며 했다는 말이다.

이씨는 이날 이런 얘기도 했다. “사실 전라도 출신이다. 제 아내도 전라도고, 아버지는 임종석씨와 동향이다.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은 다 제 고등학교 선배거나 한 다리 걸치면 다 아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보면 대단한 집안은 아니지만 호남 좌파 명문가 반열에 들어간다”

연찬회 강연의 주제는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는 정당을 만드는 법’이었다. 도대체 인공지능 시대에 어떤 정당을 어떻게 만들겠다는 것인지 요령부득이다.   

이씨의 ‘미녀 4인방이면 끝장’ 발언에 연찬회 참석 의원들 사이에서는 박수와 웃음이 터져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씨의 문제적 발언에 당 안팎은 시끄럽다. 당의 대표 미녀로 꼽힌 배현진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은 불쾌감을 드러내며 사과를 요구했다.

배 의원은 “대통령 부인과 국민이 선출한 공복들에게 젊고 아름다운 여자 4인방을 결성하라니요”라며 “대체 어떤 수준의 인식이면 이런 말씀을 하나”라고 혀를 찼고, 나 전 의원은 “아름다움 운운하며 여성을 외모로 재단하고, 여성을 정치적 능력과 관계없이 이미지로만 재단했다”며 “그런 언급과 접근이 바로 우리 당의 꼰대 이미지를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씨는 농담으로 한 말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씨는 나 전 의원을 향해서는 “연찬회에서 교육개혁, 문화 프로젝트, 북한 인권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했다"며 "큰 정치인인 의원님이 이런 주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젊고 아름다운 이미지라는 발언 하나를 붙들고 이렇게 반응하는 모습은 실망스럽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앞으로 발언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사과했다. 부인인 차씨 역시 “해당 발언은 저 역시 전혀 동의할 수 없는 부적절한 내용이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학문이든 정책이든 깊이 연구해 해법을 모색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 연찬회의 목적이다. 여성 이미지를 들먹이고 특정 지역 운운하며 공리공담을 늘어놓는 게 연찬회가 아니다. 

이번 연찬회는 윤석열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것인 만큼 당정이 총출동해 관심을 모았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전열을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외모평가’의 혐의를 받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빛이 바랬다. 국민의힘은 김성원 의원의 ‘수해 망언’으로 곤욕을 치른지 2주만에 또 다시 ‘설화 리스크’에 휩싸였다.  

이와 관련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 당의 부족한 이미지를 보충해주라는 뜻으로 들었다”며 “오해할 만하고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없지 않은 것 같아 유감”이라고 했다.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일반의 인식과 동떨어진 무책임한 발언이다. 

그런가 하면 권성동 원내대표는 연찬회 이후 별도 술자리를 가져 논란을 낳고 있다. 이날 윤대통령은 연찬회에 참석해 술 대신 지역 특산물인 오미자주스를 마셨다. ‘을지연습 실제훈련’ 기간임을 고려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지지율이 20%대에 머무는 엄중한 시국임에도 여당 지도부는 이같은 안이한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권 원내대표는 언제까지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범’이 될 것인가. 
 
 이씨가 쏟아낸 여성비하적 언사는 누가봐도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망발이다. 국민의힘은 어떤 원칙과 기준으로 연찬회 강사를 초빙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쭙지않은 강연을 듣느니 차라리 참석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밤샘토론이라도 해서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게 나을 듯하다.

연찬회는 웃고 떠들고 즐기는 유희의 장이 아니라 활발한 의견이 오가는 진지한 공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 엄중한 시국이다. 국정 난맥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신발끈을 더욱 단단히 조여매야 한다. 

[시사경제신문=김종면 주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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