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논의 시작...6월 29일까지 심의 의결
尹, 업종·지역별 차등화 강조...경영계 ‘긍정’ vs 노동계 ‘부정’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사진=김주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6월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던 모습이다. 사진=김주현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제가 새 정부에 의해 처음으로 고시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업종·지역별로 차등화할 소신을 밝힌 만큼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한 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경영계는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노동계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4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2차 전원회의가 17일 열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언급하면서 대선 승리와 함께 최저임금 논의에 불을 지폈다. 윤 정부의 첫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최임위는 지난달 5일 1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3년도 적용할 최저임금 논의를 시작했다. 최임위는 90일 이내인 6월 29일까지 최저임금을 심의 의결해야 한다.

尹, 차등적용 재점화...현행법 가능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업종·지역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에 따라 차등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에 근거해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이 이뤄진 건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첫해인 1988년이 마지막이다.

대한민국 최저임금은 지난 34년간 단 한 번도 업종·지역별로 차등화된 적이 없다. 이는 그동안 최임위 공익위원들이 노조 측 손을 들어주면서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3월 7일 윤 당선인이 경기 안양 유세에서 "자영업자, 중소기업 다 나자빠지고 '난 최저임금보다 조금 적더라도 일하겠다'는 150만 원, 170만 원 받고 일하겠다는 분 일 못 하게 해야 합니까? 200만 원 줄 수 없는 자영업자는 사업 접으라고 해야 힙니까"라며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강조하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됐다.

경영계 “논의 필요해”...노동계 “관련 조항 삭제해야”

 서울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 인근의 한 폐업 소상공인 업체 앞에서 코로나 여파에 버티지 못한 가게 주인이 유리창에 폐업 종이를 붙이고 있다. 사진=시사경제신문
 서울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 인근의 한 폐업 소상공인 업체 앞에서 코로나 여파에 버티지 못한 가게 주인이 유리창에 폐업 종이를 붙이고 있다. 사진=시사경제신문

지난달 5일 열린 최임위 1차 전원회의에서 경영계 측 류기정 위원은 "지금까지 법적으로 보장된 업종별 구분적용 등이 그동안 깊이 있게 논의되지 않았다"면서 "올해는 전향적으로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피해가 중소, 영세 기업에 집중된 만큼 단일 최저임금을 고수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을 업종·규모·연령별로 차등적용 하는 등 시대변화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계는 특정 업종 저임금이 고착되면 ‘근로자 생활안정’을 이룰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임금이 낮게 결정되는 업종은 저임금 기피업종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며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한상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은 "최저임금이 차등적용되면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현행 최저임금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며 "소득 격차를 줄이고 기초적인 생계를 보장해야 하는 최저임금제 취지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 대변인은 "최저임금이 업종별로 차등적용되면 저임금 업종에 대한 기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금껏 단 한번 적용된 업종별 차등적용은 사문화된 조항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선을 그었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간극이 큰 만큼 새 정부도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최저임금의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 방안을 이번 국정과제에 포함하지 않았다.

아울러 지난달 25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화는 필요하다는 의사를 비치면서도 정책 도입을 위한 준비가 미흡하다면 소모적 논쟁을 계속하기보단 기초연구·실태조사 등을 위한 연구용역 작업이라도 먼저 시작해 건설적 논의의 기초를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2023년 최저임금 인상률, 입장차 뚜렷해

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진행된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필수노동자 최저임금 인상 촉구 기자회견’ 모습. 사진=김주현 기자
지난해 7월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필수노동자 최저임금 인상 촉구 기자회견’ 모습. 사진=김주현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놓고도 입장차가 크다. 경영계는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른 점 등을 들며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자 경영 여건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최소한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 정부 들어 지난 5년간 최저임금이 6470원에서 9160원으로 41.6%나 올라 경영환경이 악화했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8.5%, 민주노총은 10%로 요구했다. 한국노총 측 근로자위원은 3월 물가 상승률은 4%, 실생활 먹거리 물가는 8.7%나 상승했지만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은 각각 1.5% 와 5.1% 인상에 그쳐, 저임금·취약계층 노동자들은 더 힘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최임위 1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노동자 생활 안정이라는 최저임금제 본래 목적에 맞는 심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많은 자영업자가 코로나19에 어려움을 호소한다는 점은 잘 알고 있지만, 자영업자 아픔의 근본적 원인은 불공정한 경제구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를 겪고도 정부가 대기업 갑질이나 임대료, 카드수수료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은 점이 문제”라며 "새 정부도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 양극화와 불균형을 개선하는 최선의 해결책임을 잘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최저임금이라는 것은 노사 간의 협의에서 결정할 일을 정부가 개입해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 개입은 굉장히 신중하고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면서도 "최저임금이 너무 높이 올라가면 몇 년 전 경험한 것처럼 기업들이 오히려 고용을 줄이는 결과를 낳는다”고 임금 인상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시사경제신문=김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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