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40개 중 216(49%)개 최근 5년간 법률 위반

알뜰주유소, 전체 10.7% 차지 ‘자영·농협·고속도로’ 3가지 형태
단속 및 행정처분 기관 이원화, 처벌 수위 제각각
위법 시 물량 축소나 공급 중단 등 강제수단 동원

정유사의 독과점 체제에서 유류의 소매 유통 방식 개선
저렴한 가격 판매...소비자 혜택 극대화

 

알뜰주유소는 2011년 국제원유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자 국내 석유제품 가격안정 차원에서 도입했다. 대형 정유사의 독과점인 석유제품의 소매 유통 방식을 개선해 저렴한 가격의 유류 공급을 목적으로 출발했다. 사진=원금희 기자
알뜰주유소는 2011년 국제원유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자 국내 석유제품 가격안정 차원에서 도입했다. 대형 정유사의 독과점인 석유제품의 소매 유통 방식을 개선해 저렴한 가격의 유류 공급을 목적으로 출발했다. 사진=원금희 기자

 

전국 440개 알뜰주유소 절반인 216(49%)개가 최근 5년간 법률 위반으로 처벌받았다. 이들 주유소는 가짜석유판매, 품질부적합, 정량미달, 등유차량용 연료판매 등의 위법을 저질렀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석유공사(이하 공사)가 국감을 위해 구자근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가짜 경유와 휘발유, 등유 등이 혼합된 상태로 주유 시 차량 엔진연료계통의 손상은 물론 운행 도중 시동이 꺼지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다. 특히 대기오염 물질의 배출 정도가 크게 늘어난다. 

공사에 따르면 현재 알뜰주유소는 사업을 시작한 2011년 12월 1호점을 시작으로 2020년 12월말 기준 1,241개소(자영 440, 도로공사 184, 농협 617개소)가 보급됐다. 전체 주유소의 10.7%를 차지하며 ‘자영, 농협, 고속도로’의 3가지 형태로 구분한다. 한국석유공사, 농협경제지주 및 한국도로공사가 관리 중이다.

적발된 알뜰주유소의 주요 위반 내용은 ▲가짜석유판매(50건) ▲품질부적합(61건) ▲정량미달(33건) ▲등유 차량용연료 판매(23건) 등이다. 그러나 단속과 행정처분 기관이 이원화돼 위반내용에 대한 처벌 수위가 지자체마다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알뜰주유소에 대한 조사·단속업무는 석유관리원이 실시하고, 행정처리는 지자체가 맡고 있다. 

알뜰주유소를 관리하는 서울 양천구 환경녹지국 녹색환경과 담당자는 “석유관리원이 가짜석유, 품질부적합 등 위법사항을 조사하고 이와 관련해 과징금, 등록취소, 경고, 사업정지와 같은 행정처분은 해당 자치구에서 결정한다. 이 결과를 문서화해 다시 석유관리원으로 공문을 발송한다. 양 기관은 조사 단속업무에 대한 행정처분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고객이 알뜰주유소에서 휘발류를 주유 하고 있다. 사진=원금희 기자
한 고객이 알뜰주유소에서 휘발류를 주유 하고 있다. 사진=원금희 기자

 

◆알뜰주유소...정유사의 독과점인 석유제품의 소매 유통 방식 개선

알뜰주유소는 2011년 국제원유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자 국내 석유제품 가격안정 차원에서 도입했다. 대형 정유사의 독과점인 석유제품의 소매 유통 방식을 개선해 저렴한 가격의 유류 공급을 목적으로 출발했다.

공사는 알뜰주유소를 대상으로 캐노피, 간판 등 상표시설 설치비용과 사업 활성화를 위한 최대 3억원의 여신(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주는 일)을 지원한다. 

정부는 폴(SK, GS, S-Oil, 현대 등 정유사 브랜드를 가지고 판매) 주유소에서 알뜰주유소로 전환 시 시설개선비용, 품질보증프로그램, 여신 등 기존 주유소에 제공하지 않는 다양한 혜택을 지원한다. 

알뜰주유소 유류가격은 국제제품가격(싱가포르 현물가격)에 연동된다. 이에 국제가격을 적기에 반영하고, 국제유가에 따른 국내가격의 오름세와 내림세를 시장 형평에 맞게 개선한다. 

기존 폴주유소(SK, GS, S-Oil, 현대 등 정유사 브랜드로 판매)는 자사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유류를 공급받지만 알뜰주유소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

알뜰주유소를 관리하는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공사는 2년에 한 번씩 정유사를 상대로 알뜰주유소의 유류공급을 위한 입찰을 실시한다. 단 처음 낙찰받은 정유사와 합의하에 한번(2년)의 연장이 가능하다. 현재 2019년 낙찰된 정유사가 유류를 공급하고 있다”며 기존 폴 주유소와는 차별화된 유통체계를 설명했다. 

이어 “공사는 2년 동안에 사용할 유류를 한 번에 대량 매입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저가 매입한 유류를 전국의 알뜰주유소에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정유사 또한 유류 가격의 등락에 큰 고민 없이 전국의 거래처에 물량을 공급하게 된다. 특히 유류공급업체 선정이 경쟁입찰로 진행돼 정유사들은 좀 더 싼 가격으로 입찰하기 위해 정제 기술의 혁신을 꾀한다. 이와 함께 대량의 유류를 확보한 공사가 최소한의 경상비 외에는 중간이익을 남기지 않아 이 마진까지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며 알뜰주유소가 폴 주유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전국의 모든 알뜰주유소가 폴 주유소보다 저렴하지는 않다. 적게는 2원부터 많게는 몇 백원까지 더 비싸거나 싸게 판매하는 곳도 있다. 10월 21일 오전 서울 구로구 궁동의 S브랜드 주유소는 휘발류 리터당 1,719원, 같은 지역 알뜰주유소는 1,735원에 각각 판매하고 있어 알뜰주유소의 의미를 무색케 했다.

◆위법 알뜰주유소...물량 축소나 공급 중단 등 강제수단 동원

이런 결과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알뜰주유소 개소 시 토지매입비, 건축비, 인건비 등 수십억에서 수백억의 초기 자금이 소요된다. 일례로 종로 한가운데서 알뜰주유소를 운영하려면 서울의 변두리나 지방과는 달리 막대한 초기 자금이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지역별 유류 판매가격이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폴 주유소보다는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며 지역마다 차이를 보이는 판매가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때론 언론이나 주유협회에서 알뜰주유소의 적은 할인폭에 대해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알뜰주유소가 입점한 지역의 주유소는 가격 담합이 힘들다. 당장 몇십 원 싸고 비싸고의 문제가 아닌 ‘가격 안정화’라는 측면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은 몇 개의 정유사가 유류 공급을 독점하고 있다. 이러한 독과점 구조로 인해  국제유가가 오르면 국내가격도 빠른 오름세를 보이고, 반대로 국제유가가 하락할 경우 국내가격 변동에 잘 반영되지 않는다. 한국석유공사가 관리하는 알뜰주유소는 민간업체와는 달리 중간이익을 취하지 않아 과점시장인 정유업계에서 발생하는 폐해를 줄이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며 알뜰주유소의 가장 큰 역할을 말했다.

하지만 “가짜석유판매, 정량미달 등 전국의 알뜰주유소가 법 위반으로 과징금이나 경고, 사업정지등의 처분을 받을경우 한국석유공사 내부규정에 따라 유류 물량을 줄이거나 공급을 중단하는 등의 강제수단을 동원한다”며 “알뜰주유소의 취지는 정유사의 독과점 체제에서 유류의 소매 유통 방식을 개선해 저렴한 가격에 유통함으로써 소비자 혜택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10월 21일 오전 서울 구로구 궁동의 S브랜드 주유소는 휘발류 리터당 1,719원. 같은날 오른쪽은 서울시 자치구의 한 알뜰주유소 휘발류 리터당 1,717원으로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 사진=원금희 기자
10월 21일 오전 서울 구로구 궁동의 S브랜드 주유소는 휘발류 리터당 1,719원. 같은날 오른쪽은 서울시 자치구의 한 알뜰주유소 휘발류 리터당 1,717원으로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 사진=원금희 기자

[시사경제신문=하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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