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조선을 알린 하멜과 최초로 주식회사 개념을 만든 VOC의 양면성

 
​정원숙 칼럼니스트. 사진=본인​
​정원숙 칼럼니스트. 사진=본인​

얼마 전 여수로 여행을 다녀왔다. 그곳에는 하멜 기념관이 있었다. 문득, 그는 어떤 심정으로 조선에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2019년 네덜란드의 GDP는 약 9,090억 달러다. 2019년 한국의 GDP는 16,463억 달러인데, 약 360년 뒤 헨드릭 하멜이 조선을 보았으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이번 글에는 조선에 대한 기록을 남긴 네덜란드인 하멜과 그가 소속되었던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1653년 일본 나가사키로 향하던 스페르베르호는 난파된다. 이에 제주도에 표류한 서기 헨드릭 하멜과 그의 동료들은 약 13년간 조선에 억류된다. 그들은 제주도에서 한양으로 와 박연(조선으로 귀화한 동인도회사 소속 네덜란드인)도 만나고 효종에게 벼슬도 받고 급여도 받았다.

하지만 청나라 사신을 만나 조선 탈출을 기도한 사건으로 일행은 흩어져서 귀양을 가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현종 때 조선을 탈출하여 일본으로 향하고 데지마섬에서 일년 정도 체류하다 다시 고향인 네덜란드로 돌아가게 된다.

네덜란드에 도착한 하멜 일행은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기록을 남기는데 이것이 하멜 표류기 (원제: Journal van de Ongeluckige Voyage van’t Jacht de Sperwer / 1653년 일본행 스페르베르호의 불행한 항해일지) 다.

이 보고서가 출판되자 유럽에서는 많은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또한 네덜란드와 유럽은 하멜 표류기를 통해 조선이라는 존재를 인지하게 되었다. 당시 네덜란드에서는 일본이 조선과의 무역에서 이익을 얻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에 네덜란드가 조선과 직접 교역을 하려고 했으나 일본 막부의 반대로 무산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하멜이 조선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어떤 곳이었을까.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Vereenigde Nederlandsche Geoctroyeerde Oost-Indische Compagnie. 이하 VOC)는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로 역사에 남아있다. 그렇다면 VOC는 어떻게 주식회사의 개념을 가지게 되었을까.

당시 유럽은 무역을 통해 가져온 동남아의 후추와 중국의 차, 도자기에 열광하고 있었다. 동양의 물건들이 돈이 되는 걸 유럽에서 알게 된 것이다. 그때 네덜란드는 동서양 무역을 주도하는 무역 강국이었는데, 영국이 무역 시장에 뛰어들며 먼저 동인도회사를 세우고 무역에 대한 권리를 동인도회사에 부여한다.

이에 자극받은 네덜란드도 동인도회사를 세우고자 한다. 그런데 자본금이 모자랐다. 고민한 네덜란드 상인들과 의회는 국민들에게 투자를 받아서 이익을 나누자는 아이디어를 낸다. 문제가 생겼다. 이걸 어떻게 정리하느냐였다. 그래서 투자금을 한곳에 두고 그 돈에 대한 소유권을 나타내는 종이 증서를 만든다. 그 증서에 동인도회사 주식이라고 적어 투자에 대한 권리를 갖고 이익금을 나누고자 하였다.

그렇게 주식회사의 개념이 생기게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VOC의 주식을 거래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암스테르담에 있는 증권거래소다. 이 방법을 다른 유럽 열강들이 따라 하게 되었고 주식회사와 증권은 시대에 따라 발전하게 되어 2021년 우리가 매일 보는 주식시장이 된 것이다.

여기서 질문 하나를 던져보겠다.

제주도에 난파하여 결국에는 유럽에 조선을 알린 하멜이나 세계 최초로 주식에 대한 개념을 만든 VOC는 인간의 역사에 긍정적인 면만 남겼을까?

나는 아니다. 라고 답하겠다.

헨드릭 하멜도, VOC도 역사에 부정적인 면을 많이 남긴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인도네시아 자바섬에 근거지를 마련하여 원주민을 착취했고, 후추 등의 향신료를 약탈에 가깝게 사들이고 수천명의 원주민을 살해한다. 이뿐만 아니라 현재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식민지 삼는다.

하멜은 또 어떠한가. 하멜 표류기가 객관적인 기록으로 채워져 있다고 하지만 밀린 급여를 받기 위해 고생을 부풀리고 과장하며 조선에서 벌어지지 않은 엽기적인 일을 사실인 마냥 기록하지 않았던가.

역사를 공부하고 경제의 흐름을 찾아가다 보면 절대 선도 없고 절대 악도 없음을 알게 된다. 한국에 기념관이 세워진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소속 선원 헨드릭 하멜도 인생을 살아가며 이 사실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

[시사경제신문= 정원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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