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철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명 강사 최고위 과정’ 13기 수료
역사와 우리 동호회 (회원 수 8400명) 회장

 
 
​정원숙 칼럼니스트. 사진=본인​
​정원숙 칼럼니스트. 사진=본인​

비트코인에 관해 토론하는 지인들의 메시지가 요란하다. 대한민국에서 공인되지 않은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수익을 위해 의견을 나누는 대화가 나로서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암호화폐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버블법(Anti Bubble law)이 만들어지게 된 ‘남해회사 거품사태(South Sea Bubble)’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1700년대. 영국이 전쟁에 참여한 후 국채가 늘어났다. 채무상환 이자가 너무 커진 영국 정부는 1711년 남해회사에 정부의 부실채권과 증권 천만 파운드를 남해회사 주식으로 전환하고 노예무역을 독점할 수 있도록 특권을 준다. 하지만 그 당시의 정세로 영국 회사인 남해회사의 노예무역은 잘 안 되었고, 빚만 지게 된 남해회사는 금융 쪽으로 관심을 두게 된다. 그 후 남해회사는 자사 주식을 일반에게 공개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 돈을 벌려고 한다.

당시 영국 정부는 한번 채권을 정리하고도, 전쟁으로 또 빚이 쌓이게 된 상황이었다. 이런 배경으로 영국 정부는 전환사채를 발행해 국채를 인수하겠다는 남해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정부에게 750만 파운드의 상납금을 낸 남해회사는 3200만 파운드의 주식을 일반에게 공개할 수 있는 권리를 받게 된다.

남해회사 재정상 750만 파운드는 부담이었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기 위해 회사는 주가를 무리하게 올리는 방법을 쓴다. 남해회사의 수입원에 관한 온갖 과장된 소문들이 돌았다. 사람들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남해회사의 수입원을 검토하지 않고, 투자가 아닌 투기를 하게 된다. 남해회사가 발행한 주식은 1주당 1000파운드까지 팔렸고 이를 목격한 새로운 회사들이 등장한다. 이러저러한 일이 있고 난 후 남해회사 주식은 정부 관료들이 먼저 팔아 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해회사의 수입원으로 포장된 소문들은 거짓으로 밝혀지면서 주가가 90% 가까이 곤두박질치고 많은 사람이 파산을 하게 된다.

이 사건 이후 영국의 제도가 정비된다. 남해회사 버블 사건 이 후 영국 정부는 국왕의 허락 없이 주식회사 설립을 금지한다. 또한 추후에 남해회사와 같은 일이 없도록 ‘주식회사들은 반드시 제3자를 통해 회계기록 평가를 의무화’ 한다. 회계 감사를 도입한 것이다. 그리고 남해회사 주식에 투자하여 한화 약 20억의 엄청난 손해를 본 과학자 아이작 뉴턴은 이런 명언을 남긴다. “내가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계산 못 하겠다 (I can calculate the motion of heavenly bodies, but not the madness of people)”

 

 

2021년, 투기로 인구에 회자되는 비트코인에 대한 결과는 몇 백 년 뒤 어떻게 평가될까. 우리나라에서 공인되지 못 한 암호화폐를 바라보며 1700년도 영국에서 광기의 바람이 분 남해회사 버블사태가 보이는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은 없다.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오스트리아 철학자 칼 포퍼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가 역사로부터 배울 수는 있다. 그러나 미래는 과거의 연장이 아니며 과거로부터 추정할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미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주어진 최대의 책임은 바로 우리가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 우리가 최선을 다하면 미래를 더 나은 것으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

[시사경제신문=정원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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