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6세대 기득권층 변모...청년 계층이동 사다리 걷어차”
LH 사태·부동산 정책 실패...네거티브 올인 민심 역행

[시사경제신문=정영수 기자] 4·7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국민의힘 오세훈 당선자가 57.50%를 득표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39.18%)를 18.32%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이번 4·7 재보선 결과에서 주목되는 부분 중 하나는 진보정당에 호의적이었던 2030(20~30대) 세대들이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리면서 여당이 참패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7일 밤 발표된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남성의 72.5%가 오세훈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30대 남성에서도 오세훈 63.8%, 박영선 32.6%으로 2배 가량의 차이를 보였다. 

20대 여성은 박영선 지지 44%, 오세훈 지지 40.9%로 근소한 차이로 나타났으나, 30대 여성은 오세훈 지지 50.6%, 박영선 지지 43.7%로 6.9%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시사경제신문>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가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다른 정당에 투표했거나 투표하지 않은 2030세대 8명의 '변심' 이유가 무엇인지 들어봤다.

젊은이들 의욕 꺾는 이른바 '사다리 걷어차기' 정책 실망

14일 오후 서울 모 대학 인근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2030세대들이 학업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김주현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투기 의혹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화가 난 2030 세대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했다. ‘집은 사는 게 아니라 받는 것’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로 집 구하기 어려운 현실에 청년 세대의 분노는 집권 여당에 대한 심판으로 이어졌다.

S 기업에 근무하는 정 모(32세) 씨는 "586세대가 기득권층이 됐고, 이들이 교육과 부동산 정책 등에서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걷어차 뒤따라 오르는 젊은층이 오르지 못하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지만, 이번엔 국민의힘을 선택했다.

서울 한 구청에 근무하는 공무원 김 모(38세) 씨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대출도 못 받고 집값은 오히려 급등했다”며 “부모에게 물려받은 돈이 없는 흙수저들에게서 정부가 보금자리 마련을 위한 사다리를 걷어찬 셈이다"라고 말했다.

선거 직전 터진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도 주된 변심 이유 중 하나로 작용했다.

직장인 권 모(31세) 씨는 "LH 사태가 터지면서 국회의원들 역시 그런 땅투기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할텐데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하는 행태에 분노가 일었다"며 "집권 세력을 심판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LH 사태·부동산 정책 실패...네거티브 올인 민심 역행

4.7 재보궐 선거 당시 박영선(좌측)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김주현 기자

경찰공무원 준비생인 양 모(26세) 씨는 “LH 사태로 다급해진 민주당이 오세훈 셀프 보상을 물고 늘어지면서 집요하게 공격한 것이 오히려 민심에 역행했다”며 “내로남불의 극치로 이 같은 행태가 패배의 원인으로 본다”며 오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 후보가 페라가모 구두를 신고 생태탕을 먹었다고 민주당과 박 후보가 연신 공격을 해댔지만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이를 끊임없이 지적하면서 선거 내내 공격하는 박영선 후보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개인적인 현안에 대해 공약을 제시한 후보에게 표를 던진 20대도 있었다. 2살배기 아기 엄마인 이모(28세) 씨는 어린이집 CCTV 공약을 내놓은 오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최근 정인이 사건을 통해 학대받는 아이들이 계속 늘어나고 어린이집에서도 폭력 사건이 연이어 터져 나올 때마다 가슴을 쓸어 내리곤 했는데 마침 아이들을 위한 정책을 내놓은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세훈 후보가 어린이집 CCTV 영상 보관 기간을 늘리고 실시간으로 음성까지 들을 수 있도록 한 공약이 와닿았다”라고 밝혔다. 당시 오 후보는 어린이집 CCTV 영상의 보관 기간을 지금의 60일에서 100일까지로 늘리고, 정기적인 영상 공개도 의무화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또 다른 20대 여성은 '박영선의 낡은 구두'를 이번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은 이유로 꼽았다. 그는 “언론보도를 보니 박영선이 떨어진 신발을 신고 유세를 하는 모습이 나오더라. 새 운동화를 사서 신지 그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가식적인 선거 운동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며 ”그런 게 정치혐오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았다. 

31세 여성 박 모 씨는 "박원순 전임 시장의 성추행 건으로 인해 발생한 보궐선거로서 민주당이 처음에는 후보내지 않겠다고 했다가 말을 바꿔 신뢰도가 하락했다"고 밝혔다. 박 씨 역시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을 찍었지만, 이번 선거에선 민주당에 등을 돌려 상대당 후보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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