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리먼 사태 재연' 우려.. 전자ㆍ자동차 업계도 예의주시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고조되면서 국내 산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그리스와의 직접 교역 규모는 작지만 그리스 사태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된다면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조선업계는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그리스 디폴트는 금융 및 실물경로를 통해 전반적으로 우리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29일 밝혔다.

한국은 그리스와 무역비중은 낮지만 주변 지역으로의 영향이 확대될 경우 직간접적 악영향이 우려된다.

무협 관계자는 "그리스 디폴트를 계기로 그렉시트(Grexit) 우려가 가시화되고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재정위기 국가로 문제가 확산될 경우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리스 정부는 금융시스템 보호를 목적으로 한 자본 통제 차원에서 내달 6일까지 그리스 은행들의 영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리스 정부는 오는 30일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구제금융으로 집행받은 15억5000만유로의 채무를 상환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27일 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상을 위해 모인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가 소득 없이 끝나면서 그리스의 채무 상환은 불투명하다. 유로존 탈퇴는 물론 유로존 금융시스템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 

그리스만 놓고보면 한국과 무역 규모는 크지 않다. 문제는 조선업계와 전자ㆍ자동차업계다.
그리스와 유럽 의존도가 큰 조선업계는 타 업종보다 상황을 심각하게 판단하고 있다.

해운강국인 그리스의 위기는 국내 조선업계의 타격으로 직결된다. 조선업계는 그리스 사태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경우 2008년 리먼사태 이후와 같은 불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뒤 글로벌 금융 시장이 경색되면서 선박금융이 크게 취소됐고 그리스 등 해운 강국의 발주가 급감하면서 조선업계는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주고객인 그리스 등 유럽선사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가뜩이나 줄어든 선박 발주가 아예 끊기게 될 수 있다. 올 상반기는 저유가로 고부가가치 프로젝트인 해양 발주가 전무했고, 초대형 원유운반선이나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의 발주만 간간히 나오던 상황이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그리스 사태가 얼마나 심각해질지 알 수 없지만 충격파가 유럽으로 확산될 경우 2008년 리먼사태 이후와 비슷한 발주 공백이 이어질 수 있다"며 "선박금융의 80% 가량을 담당하는 유럽시장의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기면 발주가 끊길 수 있다"고 했다.

대표적 수출업종인 전자업계와 자동차업계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리스 자체 시장은 크지 않지만 유럽 시장에 후폭풍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그리스에 판매법인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리스에 판매법인을 하나 두고 있는데 현재 결정된 사항이 없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는 "그리스 판매법인을 두고 있지만 매출 비중은 적은 편"이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그리스 사태가 얼마나 크게 확산될지 몰라 유로존 전체에 대한 매출 영향에 대해선 아직 대비책을 세우지 않았다"며 "향후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로화 약세로 유럽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은 환율 변동폭에 더욱 민감하다. 그리스 사태가 유럽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환율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많지 않다"며 "결제통화를 다변화하고 현지 판매물량은 현지 공장에서 조달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여파로 내수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수출경기마저 침체된다면 국내 산업계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며 "그리스발 위기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원-유로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부진 대응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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