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적 코호트 격리 금지 권고도 거부…감염병 의심자 정의는 구체화 검토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이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이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이 감염병 환자의 이동 경로를 공개할 때 제한적 정보만 제공하고, 당사자에게 사전 고지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2일 인권위에 따르면 최근 복지부와 질병청은 공공안전 보호를 이유로 동선 사전 고지 권고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인권위에 보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해 11월 복지부와 질병청에 현행 감염병 예방·관리법(감염병예방법)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개정을 권고했다. 구체적으로 감염자의 정보공개 시 개인이 특정되지 않도록 이동 경로 대신 감염 발생 추정 장소와 방문 시간만 공개하고 당사자에게 사전 통지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두 기관은 권고 불수용 의사를 밝히며 "현재도 구체적 인물이 특정되지 않도록 하고 있고, 감염병 병원체를 보유한 사람의 정보 공개는 공공안전 보호를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로 사전통지의 예외적 사유라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코호트(동일집단) 격리의 정의·요건 등을 법에 신설하고 감염병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시설에 소위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금지하라는 권고에 대해서는 "코호트 격리 근거는 시행령에 마련돼 있다. '예방적 코호트 격리'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므로 금지 규정 신설이 불필요하다"고 회신했다.

또 격리조치 위반·역학조사 방해를 제외한 경미한 방역 조치 위반 행위에는 벌칙 대신 과태료를 부과하라는 권고와 관련해서는 "감염병 조치 위반 행위의 경중을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므로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다만 감염병예방법상 감염병 의심자의 정의가 '감염병 환자 등과 접촉이 의심되는 사람'으로 모호해 이를 명확히 하라는 권고는 일부 받아들이며 "정의를 구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인권위는 "여러 국제인권기준에서 감염병 유행 예방을 위한 효과적인 조치도 중요하지만 관련 법령이 인권을 일방적으로 희생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시사경제신문=김우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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