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픽스 인하로 대출금리 인하...부동산 침체 막기엔 역부족

한국은행 전경. 시사경제신문 자료사진
한국은행 전경. 시사경제신문 자료사진

최근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등으로 위축된 부동산 시장이 침체 국면에 들어간 가운데 시중 은행 대출금리가 다소 인하되면서 주택시장에 훈풍이 감돌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도 향후 부동산 시장의 가늠자로 꼽히는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계약률이 70%대에 머물면서 부동산 시장 침체가 더 오래 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행이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으나, 시중은행들은 예금금리를 계속 내리고 있다. 주요 은행의 1년 만기 예금금리는 연 3%대가 대세가 될 전망이다. 예금금리가 내려가면 코픽스가 떨어져 대출금리도 덩달아 내려간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 후반대로 내려갔다. 이날 신한은행(연 3.95%)과 우리은행(3.96%)이 금리를 낮췄다. 전날엔 KB국민은행(3.86%), NH농협은행(3.78%)이 금리를 내렸다. 하나은행만 연 4.1%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예금금리 인하는 곧바로 대출금리 산정기준이 되는 코픽스에 영향을 끼쳤다. 같은 날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 변동금리 대출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신규 코픽스가 전월보다 0.05%포인트(p) 내린 4.29%를 기록했다. 신규 코픽스가 하락한 것은 지난해 2월 1.64%로 전월(1.69%) 대비 0.05%p 떨어진 이후 11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변동형 대출금리도 이날부터 신규 코픽스 인하 폭만큼 내리게 됐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이 대상이다. 전날 기준으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대출금리는 각각 ▲변동형 주담대 연 4.71~7.41% ▲전세대출 4.45~6.65% ▲신용대출 5.45~6.91%이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경우 최고 연 7.3% 수준까지 금리가 하락하게 됐다. 전세대출의 경우 상단이 6.6%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롯데월드타워에서 내려다본 둔촌주공아파트 공사현장. 사진=김주현 기자
롯데월드타워에서 내려다본 둔촌주공아파트 공사현장. 사진=김주현 기자

대출금리가 다소 인하됐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 국면을 벗어나기에는 인하폭이 낮다는 분석이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이라 불리는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는 정부의 각종 규제 해제에도 계약률 70%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8년 전, 당시 최대 재건축단지였던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는 계약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100% 계약하며 '완판' 된 것과 비교된다.

지난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사실상 거의 다 푼 상태에서 '완판'될 거란 기대가 나오기도 했지만, 결과는 성공하지 못했다. 원래 더 저조할 거란 전망이 많았지만, 대대적인 규제완화책을 담은 1·3대책이 나온 뒤 그나마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둔촌주공 일반분양(4768채) 계약률은 7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률이 70%라고 가정해도 미계약 물량이 1400채를 넘어선다.

에스디알 이종현 컨설턴트는 “계약률이 70%에서 좀 더 오르기는 할 것 같다”면서도 “정부가 사실상 둔촌 구하기에 나선 상황에서 1000채 이상 미계약 물량이 나온 것은 그만큼 고금리로 인한 대출이자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그는 “대출금리가 다소 내렸다고는 하나 부담스러운 수치임에는 틀림없다”며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금리 인하 없이는 부동산에 훈풍이 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시사경제신문=원금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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